한 마리만 나타나도 전국에서 몰려오는 새, 드디어 만났습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실제로 탐조를 하다 보면 사람마다 이상하리만큼 인연이 닿지 않는 새가 하나쯤은 있다. 같은 장소를 가고, 같은 소식을 듣고, 같은 시간에 기다려도 끝내 만나지 못하는 새 말이다. 그래서 더 갈구하게 된다. 탐조인들은 그런 새들을 마음속 '위시리스트'에 넣어 둔다. 과학과 기록을 바탕으로 새를 보는 탐조인들조차 결국 운과 인연을 이야기하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가 새 한 마리 보지 못하고 돌아오면서도 사람들은 또 다시 먼 길을 떠난다. 탐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간은 참 이상하게도,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오래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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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유식물 위의 물꿩의 모습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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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지위의 물꿩 겨울깃 |
| ⓒ 이경호 |
습지 곳곳을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물꿩은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 연잎 위를 걸어 다니고, 작은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배가 잠시 멈출 때마다 시야에 물꿩이 들어왔다. 국내에서는 한 마리 소식만으로 전국의 탐조인들이 움직이는 새인데, 짬침에서는 습지 풍경의 일부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떠다니는 수초 위를 거의 가라앉지 않고 걸어 다니는 장면은 신기할 뿐이었다. 긴 발가락으로 부엽식물 위를 디디며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연에 적응한 생명의 감각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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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onze-winged Jacana 성조의 모습 |
| ⓒ 이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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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onze-winged Jacana 어린새 |
| ⓒ 이경호 |
어느 나라에서는 평생을 쫓아다녀야 겨우 만나는 새가, 다른 곳에서는 논과 습지의 흔한 풍경이 된다. 철새와 습지 생물들에게 국경은 의미가 없다. 인간만이 선을 긋고, 이름을 붙이고, 희귀함의 기준을 만들어낸다.
| ▲ 30년 못 만난 새를 베트남에서 만났습니다 #물꿩 #Bronze-winged Jacana 30년 동안 번번이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새, 물꿩. 서산과 새만금, 우포늪까지 찾아갔지만 늘 아까까지 있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짬침국립공원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배를 타고 습지를 이동할 때마다 연잎 위를 걷는 물꿩이 눈에 들어왔고, 심지어 Bronze-winged Jacana까지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평생을 쫓아다녀야 겨우 만나는 새들이, 이곳에서는 습지의 평범한 풍경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 새와 사람의 이야기 / 새랑새 |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물꿩은 그렇게 베트남의 습지에서 새로운 인연이 되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의 풍경이 되는 경험은 탐조를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새를 만난다는 것은 단지 목록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다. 그 새가 살아가는 공간과 생태계를 함께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3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새를 베트남에서 마주한 순간, 떠오른 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새가 귀한 것이 아니라, 그런 새들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습지가 점점 귀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짬침에서 본 것은 희귀한 새 몇 마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개발과 훼손 속에서도 아직은 생명들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습지의 시간이었다. 인간은 늘 희귀종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사라지고 있는 것은 그 새들이 살아갈 평범한 터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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