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폐가였는데 이젠 50만명이 넘게 찾는다
[이돈삼 기자]
▲ 나주 '39-17마중' 목서원. 오래된 은목서와 어우러진 옛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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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이 만든 곳이 아니다. 돈 많은 기업이 투자한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개인이 가꿨다. 주인공은 남우진·기애자씨 부부다.
고택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나주 '39-17마중' 이야기다. 1939년에 지어진 집을 2017년에 마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옛집의 정취를 고스란히 살린 현대식 문화공간이다. 전라남도 나주시 교동(校洞)에 있다. 지명 그대로 나주향교 옆에 자리하고 있다.
▲ 남우진 39-17마중 공동대표. 지금의 마중을 만든 당사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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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 39-17마중의 여름 풍경. 고즈넉한 멋과 낭만이 흐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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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파고택의 옛 모습. 39-17마중으로 변신되기 전 모습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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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보수 과정을 거친 난파고택. 나주 '39-17 마중'을 대표하는 숙박시설 가운데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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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우연히 왔다. 그해 봄 어느 날 지인을 따라 나주를 찾았다. 나주곰탕 한 그릇 먹고, 방치된 집과 마주했다. 묘하게 끌렸다. 점점 빠져들었다. 무엇엔가 홀린 것 같았다.
"예사롭지 않게 보였어요. 보존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치돼 있었지만, 오래된 나무가 많고 특색도 있었어요. 돌담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나주향교도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문화공간을 만들면 멋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 대표의 말이다.
▲ 나주 39-17마중의 여름 풍경. 옛집과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멋스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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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대표의 말이다.
목표는 '옛것을 살리되 촌스럽지 않게'였다. 세대를 아우르며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 힐링을 주는 공간, 시간이 지날수록 빛나고 가치가 더해지는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흙돌담은 살리고, 벽돌 담장은 모두 없앤 이유다.
기존 쌀 창고는 한옥카페로 복원했다. 정원 가운데에 고택을 두고, 근대가옥과 금목서·은목서도 어우러지도록 했다. 고즈넉한 나주향교와 흙돌담을 돋보이게 신경도 썼다. 풀 한포기, 꽃 한송이, 조명등 하나까지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의 지원이나 간섭은 일절 받지 않았다. 지원을 받았다면, 원도심에서 가끔 보이는 시설물이나 카페 정도 되지 않았을까?
▲ 나주 39-17마중 풍경. 고즈넉한 옛집과 버무려진 현대식 건물. 카페로 쓰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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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 39-17마중 남우진·기애자 공동대표. 지금의 마중을 만든 당사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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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애자 대표의 말이다.
방문객은 지역과 외지를 가리지 않는다. 가족, 친구, 연인이 많이 찾는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방문객은 필수 방문코스다. 각급 기관·단체 회의와 워크숍 공간으로도 쓰인다. 선진 사례를 배우겠다고 벤치마킹 오는 사람도 많다. 미술작품 전시, 공연도 한다. 말 그대로 복합문화공간이다.
"나주스러움, 나주다움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려고요. 나주배로 음료와 다과를 개발하고 브랜딩한 연유입니다. 나주시 관광상품 공모전에서 대상 받았어요. 체험을 포함한 6차산업으로, 관광 융복합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고택 목서원은 전라남도 유니크베뉴에, 39-17마중은 전라남도 민간정원에 지정됐습니다."
▲ 나주 39-17마중이 선보인 나주배양갱. 나주관광 기념품으로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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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주 39-17마중의 해질 무렵 풍경. 흙돌담 너머 나주향교가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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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주를 찾는 발길이 예년보다 부쩍 늘었다. 곰탕거리와 금성관에 머물던 방문객 동선도 39-17마중과 나주향교로 이어졌다. 금성산 권역까지 확대됐다. 원도심에도 활력이 생겨났다. 39-17마중 덕분이다.
"전남관광 플랫폼 역할을 하려고요. 저희 같은 로컬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배 상품 매출의 1%를 나주시에 기부하면서 선한기업으로 당당히 서고 싶습니다. 나주시도 이제 부담없이 숟가락 얹고, 함께하길 바랍니다. 나주에 있고, 나주에 도움되는 공간이니까요. 설사 저희가 여기를 떠나더라도, 공간은 나주에 남는 거 아닌가요?"
▲ 39-17마중의 도시재생 현장을 보려는 사람들. 남우진 공동대표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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