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신한 직원 앞, 유리컵 내려찍은 연구소장…조사 착수
국내 유일의 국제이론물리연구소 소장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지방 노동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포항지방노동청이 방윤규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소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방 소장이 지난 7월 센터 직원들과 회의 중 유리컵으로 책상을 내려찍는 바람에 부서진 유리 파편에 일부 직원이 찰과상을 입었다는 것이 진정서의 주요 내용이다. 당시 직원 6명이 회의에 배석했으며, 그중 한 명은 임신한 직원이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의원실에 “노동청 조사 외에도 과기부 차원의 현장 조사를 병행해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외에도 방 소장 재임 기간 높아진 센터의 퇴직률도 지적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방 소장 재임 기간 센터 사무국의 퇴직 인원은 48명으로 퇴직률은 29.8%(연간 정원 23명 기준)에 달했다. 계약종료(13명), 이직(18명)을 제외하고도 17명이 자진 퇴사했다. 박 의원은 “개인 사유 외에도 방 소장의 갑질 의혹과 조직 운영 문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배경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 포항의 포항공대에 위치한 아태이론물리센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활동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돕고, 네트워킹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비정부기구(INGO)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를 본떠 만든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이론물리연구소로 1996년에 문을 열었다. 7대 소장인 방 소장은 2017년 11월 취임해 두 차례 연임을 거쳐 7년째 재직 중이다. 역대 소장 평균 임기는 4년 6개월이다.
전남대 물리학과 교수 출신의 방 소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광주·전남 교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센터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에 대해 방 소장에게 해명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한 인사가 연임을 거쳐서 장기간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진상 파악은 물론 센터 조직 문화에 대한 철저한 진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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