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찰, 구금 중인 ‘히잡 시위대’ 성폭행 의혹

윤슬기 2022. 11. 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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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를 하다 구금된 이들이 경찰관 등 당국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서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성폭행 피해자, 인권단체, 병원 관계자 등을 만나고 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분석한 결과 이란 당국자가 시위대를 성폭행한 사례 최소 11건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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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이란 당국자, 시위대 성폭행한 사례 최소 11건”
이란 경찰, 피해자 병원 기록 허위 기재 요구 … 가족 몰래 빼돌리기도
지난 9월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 미착용 20대 여성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 오토바이가 불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를 하다 구금된 이들이 경찰관 등 당국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 사례 중엔 성폭행으로 심각한 부상이 남거나 미성년 남성이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서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성폭행 피해자, 인권단체, 병원 관계자 등을 만나고 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분석한 결과 이란 당국자가 시위대를 성폭행한 사례 최소 11건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세 여성 아르미타 아바시는 10월 중순 이란 알보르즈주(州) 카라지에서 SNS를 통해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다.

CNN은 4~5명의 '이맘알랄 병원' 의료진이 올린 SNS를 인용해 아바시가 지난달 17일 장기 출혈을 이유로 이 병원에 이송됐다고 전했다. 당시 아바시의 머리는 삭발된 채였고,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의료진들은 모두 아바시가 구금 중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의료진에게 "반복된 성폭행 때문에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했다"면서도 "성폭행은 체포 전 발생한 것으로 기록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성명에서 아바시가 "소화 문제"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진은 이는 아바시의 증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란 정부가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아바시는 당일 병원에서 산부인과, 정신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날 아바시의 가족이 황급히 병원으로 면회를 왔지만, 사복 경찰관들은 아바시를 뒷문으로 빼돌렸다고 CNN은 전했다. 이란 정부에 따르면 현재 아바시는 이란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자신의 이름을 '하나'라고 밝힌 한 쿠르드계 이란 여성도 CNN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직접 증언했다. 하나는 시위 중에 히잡을 불태우던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그는 이란 북서부 우르미아 경찰서 유치장에서 24시간 수감되는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그곳에 30~40명의 여자들이 있었고 나머지는 남자아이들이었다. 13~14세 아이들이었는데 잔인하게 다쳤다"며 "소녀들을 훨씬 더 다치게 했다. 경찰관들은 예쁜 소녀들을 데려가 성적으로 유린했다"고 전했다. 하나는 가까스로 이란을 벗어나 이라크 산골 마을 친척 집에 머무는 중이다.

성폭행 피해자 중에는 17살 소년도 있었다. 시위 중 붙잡혔다는 이 소년은 교도관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다른 남자 (피해자) 4명도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한 이후 두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 유혈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지금까지 어린이 43명과 여성 26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342명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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