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그물 너머 살아 있는 바다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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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인에게 가장 잔혹한 첫 만남은 평생 고대하던 새를 차가운 사체로 먼저 보는 일이다.
인간의 식탁을 위해 던져진 그물에 혼획되어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새들을 만났다.
특이한 생태를 가진 흰수염바다오리는 국내에는 희귀한 겨울철새로 동해안에만 도래한다.
탐조를 하면서 처음 만나는 새들을 '신종'이라고 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번 만남은 일반적인 의미만 부여하기에는 영상이 너무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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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탐조인에게 가장 잔혹한 첫 만남은 평생 고대하던 새를 차가운 사체로 먼저 보는 일이다. 최근 유튜버 '새덕후' 채널을 통해 목격한 동해안 항구의 풍경은 처참했다. 인간의 식탁을 위해 던져진 그물에 혼획되어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새들을 만났다.
그물 속에는 필자가 30년 탐조 인생 동안 실물을 본 적 없는 흰수염바다오리와 큰논병아리도 사체로 보여지고 있었다. 만나보지도 못한 생명의 소멸을 지켜봐야 했던 고통은 깊었다.
지난 13일 강원도 동해안에서 두 종을 운이 좋게 조우했다. 죽음의 그물 안이 아닌, 차갑고 푸른 물결 위에서 스스로 숨 쉬고 있는 살아있는 모습으로 말이다(참조 "우린들 새 잡고 싶어 잡겠나" 어민 절망 속 바다새 1만 마리의 죽음).
망원경 속 흰수염바다오리(Cerorhinca monocerata)는 수염때문인지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다. 흰수염바다오리는 번식기에 부리 위에 코뿔소의 뿔처럼 작은 돌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영명은 'Rhinoceros Aukl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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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만난 흰수염바다오리 |
| ⓒ 이경호 |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탁월한 잠수 능력이 그물 앞에서 치명적인 위험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투명한 그물은 보이지 않는 덧이 되어 그들의 숨을 막아버리고 있다. 다행히 고성에서는 혼획 피해가 크게 보고되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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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논병아리의 모습(너무 멀어 사진상으로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
| ⓒ 이경호 |
동해는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해역이다. 서해와는 다르게 맑은 물은 잠수하여 먹이를 사냥하는 새들에게는 잠수시야 확보에 유리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식처가 되는 듯 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 '새나래' 회원과 함께 한 탐조에서 만난 두종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탐조를 하면서 처음 만나는 새들을 '신종'이라고 하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이번 만남은 일반적인 의미만 부여하기에는 영상이 너무 충격이었다. 죽음의 영상 속에서 먼저 본 생명이 눈앞에서 물살을 가르며 살아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었다. 우리에게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이 인듯 했다.
자연은 늘 변하며 순환한다. 경이로운 자연의 변화와 생태를 지속적으로 만나며 기록하는 쪽이 될 것인가, 아니면 위협을 통해 한 종의 종말을 만날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렸다. 30년 만의 두 신종과의 조우는 단순한 기다림의 보상이 아닌, 생명과 자연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으로 남았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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