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한국인 강제노역' 숨긴 채 또 세계유산 추진... 한국 정부는?
[유창재 기자]
▲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질의 하고 있다. |
ⓒ 박수현 국회의원실 |
앞서 군함도와 사도광산을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일본이 이미 2008년부터 '아시오 광산', '다테야마-구로베 댐(아래 구로베 댐)' 두 곳 역시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며, 제안서에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언급이 없이 슬그머니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리 정부는 2008년 이후 16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인지하는 안이함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주무 부처인 국가유산청이 국회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내년 1월부터 '대응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사도 광산'의 사례에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채 늑장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은 24일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입수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시설 유네스코 등재 추진 현황' 자료에서 "'세계유산 잠정일람표 후보자산'에 2008년 9월에 등재된 상태인 '아시오 광산'과 '다테야마-구로베 댐'의 '등재 제안서'에는 '조선인 강제노역'에 대한 언급조차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안서' 상에는 근대화와 산업화의 중요 시설이라는 등의 홍보내용이 주를 이뤘다"면서 "'아시오 광산'은 산업화와 공해 대책이 사회문제화된 중요한 사례라는 점이, '구로베 댐'은 재해방재 시설과 거대한 수자원 발전시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강조됐다"고 지적했다.
알려졌다시피, 일본 후생성 '조선인 노무자에 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오 광산'은 일제강점기 동원된 조선인 2416명 중 40명이 사망한 것으로 돼 있으며, '구로베 댐'은 1000명 이상의 조선인 노동자가 강제 동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0일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한국 정부의 안이함과 무관심한 대응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일본 '아시오 광산', '구로베 댐' 유네스코 등재 추진에 관련해서 '내용을 알기 어렵다',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한 바 없다', '(3단계인)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 시도가 있으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서면답변만으로 박 의원실에 전했다.
특히나 박 의원실이 두 곳이 '후보자산'에 포함된 시기와 배경을 묻는 자료요구를 했으나 국가유산청은 '일본 문화청 홈페이지를 참조하라'는 황당한 서면답변을 내기도 했다.
참고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절차는 ▲(1단계) 세계유산 예비 잠정일람표 후보자산(아래 후보자산) ▲(2단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3단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의 3단계로 진행된다.
현재 두 곳은 1단계 '후보자산'에 등재된 상태이다. 유산 소재지 지자체인 도치기현 닛코시가 '아시오 광산', 도야마현의 도야마시 외 3곳에서 '구로베 댐' 등재를 신청하면서 제안서를 일본 문화청에 제출했고, 이를 일본 정부가 받아들여 '후보자산'에 등재한 시점은 똑같이 2008년 9월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박 의원이 지적한 이후 국가유산청이 뒤늦게 파악해 제출한 자료에서 '아시오 광산', '구로베 댐' 등 일본의 제2 사도 광산 추진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삭제한 채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그동안 국가유산청이 파악하지 않았던 '후보자산' 등재 시점이 2008년 9월이었다는 사실도 이때 밝혀졌다.
이에 박 의원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늑장 대응을 조금은 피해갈 기회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국가유산청은 2022년 일본이 '사도 광산' 등재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한 지 9개월이 지난 11월에 '사도 광산'에 관한 '주변국 세계유산 등재 동향 자료 수집 등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때 보고서의 결론은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없더라도 향후 추진 가능성 있는 근대 산업 유산군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은 이조차도 지키지 않고 2024년 10월 최근까지 '아시오 광산'과 '구로베 댐'에 대한 연구용역을 추진한 바가 없었다.
그러다가 국가유산청은 지난 10일 박 의원의 지적이 있고 나서야 '2025년 1월부터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는 초장기 늑장 계획을 박 의원실에 제출했다고 한다.
박수현 의원은 "불과 얼마 전에 전 국민적인 공분이 있었던 '사도광산' 사례가 있었는데, 일본이 제2 사도광산을 16년에 걸쳐 추진해 오는 동안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아 왔다는 것"이라며 "이 사안이 (우리 정부가) '일본이 최종 3단계인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하고 나서야 대응할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근대 산업 유산들에 대한 실태조사 등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연구 축적'이 시급하다"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응 '전담부서 신설', 'TF팀 구성'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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