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친한계 만찬 이어 원외당협위원장들과 오찬…스킨십 확대(종합)
정치권서 '당내 세력화 본격 시동' 분석
한동훈 "예정된 약속" 확대해석 경계
친윤계 "계파모임 부적절" 반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원외 위원장 90여명과 오찬을 함께하고 지구당 부활을 재차 약속했다. 전날 친한계 의원 20여명과 만찬을 한 데 이어 다음 날 바로 원외 인사들과 접촉하며 당내 세력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원외 위원장 90여명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지구당 부활 추진과 관련된 요청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회담 때도 이야기했고, 그쪽도 하겠다고 한다. 이건 해야 하고, 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당정갈등을 자제해달라' '일반 시민들과 접촉을 늘려달라'는 요청 등이 나왔고, 한 대표는 이에 수긍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은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원외 위원장 연수를 계기로 마련됐다. 한 대표는 이 행사에도 참석해 원외 위원장들을 격려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특검법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는 기자의 말에 한 대표는 "당협위원장들이 모여서 비공개로 가감 없이 의견 나눈 거라 제가 코멘트하는 거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 대표가 이틀 연속 원내외 인사들과 식사하면서 세력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여사·채상병 특검 정국 등 악재에 맞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또한 원외 대표로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는 당내 세력을 견제하려는 의미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전날 친한계 의원 20여명과 만찬 자리에선 "내가 열심히 앞장서서 하겠다"며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거듭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고, 야권이 국정감사에서 총공세를 예고한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이 우려하자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용산이 바뀌지 않으면 국민적 여론과 민심 이반이 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지 않으냐 하는(우려를 공유했다)"가라며 "앞으로 각종 선거도 있고 당이 주도해 나가야 할 여러 가지 내용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다만 만찬 참석자들은 "한 대표의 세력화, 계보 정치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당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전날 만찬에 참석한 한 다선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어제 만찬은 당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잘해보자는 차원이라서 세력화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도 "저희가 지금 한동훈계라고 해서 얻을 게 없다"며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했다.
한 대표도 "어제는 그냥 저녁 한 번 먹은 거고, 오늘은 오래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며 "오히려 원외 당협위원장 모시고 토론하는 게 늦으면 늦은 것이지 이른 건 아니다. 더 빨리 말씀 나눴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세력 규합이라는 해석을 부인했다.
그러나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의 식사정치 행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5선의 권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동단결을 해도 부족한 지금 이런 계파모임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전날 만찬을 비판했다.
친윤계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채널A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대표가 되는 데 도움을 준 의원들을 불러서 식사하는 건 왕왕 있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노골적으로 광고하면서 식사 모임을 가진 건 본 적은 없다"며 "친한계 의원끼리 만찬을 했다는 보도 등은 자칫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 국면에서 당권주자였던 자신을 좌파 유튜버에게 공격하도록 사주한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선임행정관)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선임행정관은 좌파 유튜브 채널의 음성녹음 공개 이후인 지난 2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상태다.
한 대표는 이와 관련해 "우리가 포용하는 정당이지만 최소한 기강이 있어야 한다. 저런 행동은 용납되기 어려운 거다. 감찰하고 필요한 조치 취해서 기강을 세우겠다는 말씀 다시 드린다"며 "당의 (조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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