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노랑 유채꽃과 예쁜 청보리 출렁"…청산도 '슬로걷기' 축제
야간 은하수 투어 눈길…치유페이·플로깅 상생 모델 제시
살랑이는 봄바람에 노란 유채꽃과 초록빛 청보리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곳. 쪽빛 바다를 병풍 삼아 굽이굽이 이어진 향토 짙은 돌담길을 걷다 당일치기로 빠져나가던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청산도가 달라졌다.
완도군이 오는 4월 1일부터 한 달간 개최하는 '2026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를 통해 시각적인 힐링은 물론, 체류형 관광과 친환경(ESG)을 결합한 새로운 로컬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다.

◆ 쏟아지는 은하수와 파도 소리…야간 체류 유도와 '치유페이'로 승부수
기존 청산도 관광의 가장 큰 한계는 짧은 체류 시간이었다. 관광객들이 낮 시간대 슬로길 완보 스탬프를 찍는 데 집중하면서, 지역 내 숙박이나 식음료 소비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올해 16회째를 맞은 이번 축제는 '청산도에서 치유해 봄'이라는 슬로건 아래 천혜의 밤 풍경을 무기로 내세웠다.
해 질 녘 수평선 너머로 붉게 타오르던 노을이 잦아들면, 까만 융단 같은 밤하늘 위로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수만 개의 별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발끝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해풍과 자장가처럼 귓가를 맴도는 맑은 파도 소리가 지친 마음의 먼지마저 씻어내는 듯하다.
완도군은 서정적인 밤의 정취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야간 산책과 은하수 투어 등 '야간 체류형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승부수는 여행 경비를 최대 10만 원까지 지원하는 '완도치유페이'의 전격 도입이다.

아스라한 밤바다의 정취에 취해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동시에 그 소비가 완도군 내 지정 가맹점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함으로써,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섬 지역 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변화에 완도읍 상인과 주민들의 기대감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완도읍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과거에는 관광객들이 청산도 가는 배 시간만 맞추느라 읍내를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는 야간 체류형 프로그램이 늘어나 완도 전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특히 '완도치유페이' 덕분에 읍내 상권에서도 활발한 소비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로시티' 정체성 지키는 가치 지향적 관광의 진화
영화 '서편제'의 한 장면처럼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과 청정 해역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한 환경 훼손(오버투어리즘) 우려를 완도군은 '친환경 기획'으로 정면 돌파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쓰레기를 주워 담는 '플로깅(Plogging)'과 플라스틱 저감 캠페인을 핵심 콘텐츠로 배치했다. 이는 관광객을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소비하는 주체에서, 청산도의 비경을 지키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탈바꿈시키는 영리한 전략이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친환경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까지 끌어안는 지속 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안환옥 관광실장은 "올해 축제는 쪽빛 바다와 유채꽃이 어우러진 낮의 풍경은 물론, 은하수가 수 놓인 밤의 매력까지 모두 선보일 예정"이라며 "아름다운 청산도에서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진정한 쉼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휴식과 치유, 그리고 지역 상생이라는 가치를 섬세하게 직조해 낸 16년 차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가 로컬 축제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버스서 '세 아이 엄마' 집단 성폭행…"버스기사도 가담" 소식에 인도 '발칵'
- "남성보다 여성 더 큰 영향"…잠 못 자고 밤새 고통 받는 '다이어트 함정'
- "저렇게 삼성 좋아하던 직원이 어쩌다"…삼전 노조위원장 과거 영상 재조명
- "절대 가지마, 살아서 못 나올 수도" 경고에도…제주 산방산 '무단입산' 외국인 조난사고
- "아기들아 오늘은 놀아"…가천대 축제 뒤흔든 94세 총장님 '6계명'
- "내일 스벅 들러야지" 국힘 충북도당·거제시장 후보, 5·18 폄훼 동조 논란
- 외동딸 잃고 60세에 쌍둥이 출산하더니…76세 中 엄마의 다시 쓰는 인생
- 한 달 넘게 국민들 관심 받았는데…결국 숨진 채 발견된 '티미'
- '93억 횡령' 후 10년 잠적한 60대…'치과 치료'에 딱 걸렸다
- "출연료는 몇억인데 고증비는 몇십만?" 최태성, '21세기 대군부인' 역사왜곡 논란에 일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