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폰'과 싸우는 부모와 아이들, 취재해보니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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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60분〉의 한 장면 |
| ⓒ KBS |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편에 대한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해당 회차를 연출한 상은지 PD와 지난 28일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상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절제 못하는 것이 제일 걱정
- 스마트폰 때문에 벌어지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KBS <다큐 인사이트>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아이들을 다룬 '버닝'이라는 2부작을 감명 깊게 봤어요. 그걸 보고 <추적 60분> 스타일로 한 번 더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자녀가 있고, 자녀를 둔 분들이라면 다들 관심 있을 만한 주제라 시작하게 됐어요."
- 그런데 약간 겹치지 않나요?
"전체적인 메시지가 비슷할 수 있어요. 근데 겹치더라도 이 얘기는 한 번쯤 더 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어요."
- 사례자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나요?
"사례자 찾는 게 어려웠어요. 찾을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평범한 가정의 사례였어요. 대다수의 가정이 겪는 문제니까 특정한 사례보다는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싶었거든요. 그런 방향으로 사례자를 찾았어요."
-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심각한가 봐요?
"부모님 세대는 스마트폰이 없을 때를 살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당연히 있었던 거니까 서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에요. 제2의 나 같은 거예요. 사실 어른들도 핸드폰 없이는 출근이 안 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분신처럼 생각하다 보니 이걸 물리적으로 숨기거나 빼앗으면 아이들이 느끼는 충격이 어른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 그리고 부모조차도 스마트폰을 계속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보는 자녀도 스마트폰 하게 되는데 부모가 못 하게 하면 반발심이 들 것 같이요.
"저희가 만난 부모님들도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하셨어요. 자기도 많이 쓰는데 아이들에게 줄이라고 하기가 그렇다는 거죠. 다만 아이들은 뇌가 아직 다 발달하지 않았고 발전 가능성이 더 있으니까, 그게 안타까우신 거예요."
-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절제 못 하는 거예요. 사용 시간이 너무 길고, 스마트폰을 쓰면서부터 다른 활동을 안 해요. 물리적인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운동이나 취미생활, 공부 같은 경험을 못 하고 모든 시간이 스마트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크신 것 같아요."
- 저 어렸을 때 학교에 게임기 가져오는 애들도 있었거든요. 게임기와 스마트폰은 같을까요. 아님. 다를까요?
"다르다고 봐요. 예전 게임기는 게임 하나만 할 수 있었잖아요. 스마트폰은 사진 찍고, 영상 보고, 영화 보고, 인터넷 검색하고, 심지어 영상도 만들 수 있어요. 성능이 훨씬 뛰어나고 이동도 편리하죠.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 보니 과의존의 위험이 훨씬 크다고 봐요."
- 그리고 요즘 유튜브로 쇼츠 보잖아요. 그러나 애들에겐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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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60분〉의 한 장면 |
| ⓒ KBS |
"저희도 조사해 보려 했는데 지역별 스마트폰 사용량 통계 자체가 없어서 정확하진 않아요. 다만 교육학 박사님이 상담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니 비학군지 아이들이 학군지 아이들보다 스마트폰을 두 배 정도 더 쓴다고 하시더라고요."
- 아무래도 비학군지 아이들은 그만큼 제재가 없으니까 그럴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이건 되게 '애바애(아이마다 맞는 교육 방식이 다르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주변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안 쓰고,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인 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돈을 지불하고 아이의 스마트폰을 통제해 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는데요. 이를 '부모 역할의 외주화'라고 보시는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보시는지요?
"처음 접한 현장이라 신기하긴 했어요. 다만 스마트폰 문제로 부모와 자녀 관계가 너무 틀어지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그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이런 서비스에 의뢰하시는 것 같았어요."
- 효과가 있다고 했나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대부분의 아이가 그 방법을 통해 변화한다고 하더라고요. 스마트폰만 관리해 주는 곳은 아니고, 사춘기 청소년들의 생활 전반을 잡아주는 회사예요. 다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스마트폰이다 보니 그게 부각된 거죠. 부모님들이 혼자서는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이런 업체에 맡기는 거라 수요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 스마트폰을 둘러싼 창과 방패 싸움이 부모와 자식 간에 치열한가 봅니다?
"방송에서는 창과 방패 싸움이라고 했지만, 사실 창의 승리예요. 방패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에요. 이 아이들은 우리랑 다른 세대니까요. 부모님들이 무슨 방패를 사용하셔도 결국 창이 이겨요. 취재를 마치고 나서도 드는 생각은 이건 부모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무조건 막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거죠."
- 우리 속담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아요. 그 의미인지 아니면 기술이 발달하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더 잘 다루니 그런 걸까요?
"후자예요. 부모님들은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 태어나서 없던 시기를 더 오래 살았잖아요. 반면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했어요. 아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도구인데 부모는 그렇지 않으니 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위험한 도구 되지 않도록 기준 필요
- 학교에서 교육도 중요할 것 같거든요. <다큐인사이트> 보니 부모가 아이를 밤 12시에 유흥가에 혼자 놔두는 것보다 스마트폰 주는 게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공감되더라고요.
"원래 전문가들의 입장은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사주라는 거였어요. 근데 지금은 트렌드가 바뀌었대요. 사춘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주고 잘 조절하는 규칙을 세워서 습관화시킨 다음 사춘기를 보내도록 하는 게 최신 경향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그냥 쥐어주기만 하면 되던 시대는 지났고, 이걸 어떻게 사용하고 위험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교육이 필요한 거죠."
- 유럽이나 호주처럼 국가 차원의 강경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이나 규제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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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적 60분〉의 한 장면 |
| ⓒ KBS |
"아이들도 스스로 스마트폰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첫 촬영에서 아이들을 인터뷰했는데, 스스로도 너무 많이 한다는 걸 알고 절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아이들은 그냥 좋아서 하는 줄 알았는데 본인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24시간 동안 못 쓰게 해보면 스스로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실험해 봤어요."
- PD님도 이번 취재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셨을 것 같은데.
"맞아요. 개인적으로 되게 큰 도움이 됐어요.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제 핸드폰을 줬거든요. 그런 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도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쓰는데 말로 하는 건 소용이 없으니 제가 먼저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거실에 충전하고 들어가는 식으로 저만의 규칙을 세워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하지 않을까 해요. 저부터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많은 부모님들이 이 고민을 하고 계신다는 건 예상했는데, 아이들도 스스로 그만 멈추고 싶은데 절제 못 하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놀라웠어요. 당연히 아이들은 많이 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상대하는 건 빅테크 기업이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기기와 플랫폼과 싸우는 거니까 쉽지 않아요. 부모님들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 안 나온 것 중에 얘기할 게 있나요?
"인터뷰 하셨던 어머님 중에 국민 청원을 계속 올리시는 분이 계셨어요. 가정에서만 해결할 수 없다며 법 제정을 위해 청원을 올리시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셨어요. 방송을 통해 그 청원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서 변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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