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폰'과 싸우는 부모와 아이들, 취재해보니

이영광 2026. 5. 30. 15: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영광의 '온에어' 423] KBS 1TV <추적 60분> 상은지 PD... "아이들도 죄책감 느껴... 사회적 고민 필요"

[이영광 기자]

요즘 부모들의 고민 중 하나는 자녀가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청소년들은 대부분 아침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어떤 상황일까?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지난 22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편이 방송됐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자녀와 갈등을 빚고 경찰까지 불렀다는 한 어머님 사례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가정에서 스마트폰 때문에 벌어지는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사례를 짚어보고, 해외에서 추진하는 스마트폰 제한 정책 등을 다루며 해결책을 모색했다.

<모두가 자식의 폰과 싸우고 있다> 편에 대한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해당 회차를 연출한 상은지 PD와 지난 28일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상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 절제 못하는 것이 제일 걱정

- 스마트폰 때문에 벌어지는 부모와 자녀의 갈등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KBS <다큐 인사이트>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아이들을 다룬 '버닝'이라는 2부작을 감명 깊게 봤어요. 그걸 보고 <추적 60분> 스타일로 한 번 더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자녀가 있고, 자녀를 둔 분들이라면 다들 관심 있을 만한 주제라 시작하게 됐어요."

- 그런데 약간 겹치지 않나요?

"전체적인 메시지가 비슷할 수 있어요. 근데 겹치더라도 이 얘기는 한 번쯤 더 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어요."

- 사례자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나요?

"사례자 찾는 게 어려웠어요. 찾을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평범한 가정의 사례였어요. 대다수의 가정이 겪는 문제니까 특정한 사례보다는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고 싶었거든요. 그런 방향으로 사례자를 찾았어요."

- 스마트폰으로 인한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심각한가 봐요?

"부모님 세대는 스마트폰이 없을 때를 살았지만, 지금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당연히 있었던 거니까 서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에요. 제2의 나 같은 거예요. 사실 어른들도 핸드폰 없이는 출근이 안 되는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분신처럼 생각하다 보니 이걸 물리적으로 숨기거나 빼앗으면 아이들이 느끼는 충격이 어른보다 훨씬 크더라고요."

- 그리고 부모조차도 스마트폰을 계속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보는 자녀도 스마트폰 하게 되는데 부모가 못 하게 하면 반발심이 들 것 같이요.

"저희가 만난 부모님들도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하셨어요. 자기도 많이 쓰는데 아이들에게 줄이라고 하기가 그렇다는 거죠. 다만 아이들은 뇌가 아직 다 발달하지 않았고 발전 가능성이 더 있으니까, 그게 안타까우신 거예요."

- 부모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절제 못 하는 거예요. 사용 시간이 너무 길고, 스마트폰을 쓰면서부터 다른 활동을 안 해요. 물리적인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운동이나 취미생활, 공부 같은 경험을 못 하고 모든 시간이 스마트폰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제일 크신 것 같아요."

- 저 어렸을 때 학교에 게임기 가져오는 애들도 있었거든요. 게임기와 스마트폰은 같을까요. 아님. 다를까요?

"다르다고 봐요. 예전 게임기는 게임 하나만 할 수 있었잖아요. 스마트폰은 사진 찍고, 영상 보고, 영화 보고, 인터넷 검색하고, 심지어 영상도 만들 수 있어요. 성능이 훨씬 뛰어나고 이동도 편리하죠.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 보니 과의존의 위험이 훨씬 크다고 봐요."

- 그리고 요즘 유튜브로 쇼츠 보잖아요. 그러나 애들에겐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어떤가요?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쇼츠가 아이들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고 해요. 뇌의 다양한 부분이 자극받으면서 자라나야 하는 단계인데, 쇼츠는 빠르고 자극적이다 보니 시각 영역만 자극한다는 거예요. 사실상 뇌의 그 부분만 발달하게 한다는 거죠. 그래서 아이들 뇌에 특히 위험하다고 해요."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 스마트폰을 얼마나 쓰는지에 따라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은데 학군지와 비학군지의 차이가 큰가요?

"저희도 조사해 보려 했는데 지역별 스마트폰 사용량 통계 자체가 없어서 정확하진 않아요. 다만 교육학 박사님이 상담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해 보니 비학군지 아이들이 학군지 아이들보다 스마트폰을 두 배 정도 더 쓴다고 하시더라고요."

- 아무래도 비학군지 아이들은 그만큼 제재가 없으니까 그럴까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사실 이건 되게 '애바애(아이마다 맞는 교육 방식이 다르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주변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안 쓰고,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인 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 돈을 지불하고 아이의 스마트폰을 통제해 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는데요. 이를 '부모 역할의 외주화'라고 보시는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보시는지요?

"처음 접한 현장이라 신기하긴 했어요. 다만 스마트폰 문제로 부모와 자녀 관계가 너무 틀어지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그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이런 서비스에 의뢰하시는 것 같았어요."

- 효과가 있다고 했나요?

"효과가 있다고 해요. 대부분의 아이가 그 방법을 통해 변화한다고 하더라고요. 스마트폰만 관리해 주는 곳은 아니고, 사춘기 청소년들의 생활 전반을 잡아주는 회사예요. 다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큰 문제가 스마트폰이다 보니 그게 부각된 거죠. 부모님들이 혼자서는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이런 업체에 맡기는 거라 수요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 스마트폰을 둘러싼 창과 방패 싸움이 부모와 자식 간에 치열한가 봅니다?

"방송에서는 창과 방패 싸움이라고 했지만, 사실 창의 승리예요. 방패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에요. 이 아이들은 우리랑 다른 세대니까요. 부모님들이 무슨 방패를 사용하셔도 결국 창이 이겨요. 취재를 마치고 나서도 드는 생각은 이건 부모가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무조건 막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거죠."

- 우리 속담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잖아요. 그 의미인지 아니면 기술이 발달하고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더 잘 다루니 그런 걸까요?

"후자예요. 부모님들은 스마트폰이 없던 시대에 태어나서 없던 시기를 더 오래 살았잖아요. 반면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을 접했어요. 아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도구인데 부모는 그렇지 않으니 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위험한 도구 되지 않도록 기준 필요

- 학교에서 교육도 중요할 것 같거든요. <다큐인사이트> 보니 부모가 아이를 밤 12시에 유흥가에 혼자 놔두는 것보다 스마트폰 주는 게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게 공감되더라고요.

"원래 전문가들의 입장은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사주라는 거였어요. 근데 지금은 트렌드가 바뀌었대요. 사춘기 전에 스마트폰을 사주고 잘 조절하는 규칙을 세워서 습관화시킨 다음 사춘기를 보내도록 하는 게 최신 경향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그냥 쥐어주기만 하면 되던 시대는 지났고, 이걸 어떻게 사용하고 위험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교육이 필요한 거죠."

- 유럽이나 호주처럼 국가 차원의 강경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이나 규제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취재에서 만난 많은 어머님들은 정부에서 스마트폰 개통을 전면 금지해 달라고 하셨어요. 근데 검사님 말씀으로는 위헌 소지가 있어서 어렵다고 해요. 대신 더 중요한 건 미국의 최근 판결처럼, 중독성을 알면서도 개선하지 않거나 오래 머물도록 설계한 플랫폼 기업을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현행법으로는 그걸 규제할 방법이 없으니, 정부 차원에서 기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추적 60분〉의 한 장면
ⓒ KBS
- 끝에 스마트폰 없이 24시간 살기 하는 아이들 보여줬잖아요. 어떤 의도였을까요?

"아이들도 스스로 스마트폰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첫 촬영에서 아이들을 인터뷰했는데, 스스로도 너무 많이 한다는 걸 알고 절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아이들은 그냥 좋아서 하는 줄 알았는데 본인들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24시간 동안 못 쓰게 해보면 스스로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어 실험해 봤어요."

- PD님도 이번 취재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셨을 것 같은데.

"맞아요. 개인적으로 되게 큰 도움이 됐어요.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제 핸드폰을 줬거든요. 그런 걸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저도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쓰는데 말로 하는 건 소용이 없으니 제가 먼저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거실에 충전하고 들어가는 식으로 저만의 규칙을 세워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따라 하지 않을까 해요. 저부터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은 뭔가요?

"많은 부모님들이 이 고민을 하고 계신다는 건 예상했는데, 아이들도 스스로 그만 멈추고 싶은데 절제 못 하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게 놀라웠어요. 당연히 아이들은 많이 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상대하는 건 빅테크 기업이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기기와 플랫폼과 싸우는 거니까 쉽지 않아요. 부모님들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에서든 학교에서든 사회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 안 나온 것 중에 얘기할 게 있나요?

"인터뷰 하셨던 어머님 중에 국민 청원을 계속 올리시는 분이 계셨어요. 가정에서만 해결할 수 없다며 법 제정을 위해 청원을 올리시는데 생각보다 호응이 없어서 아쉽다고 하셨어요. 방송을 통해 그 청원에 많은 분들이 동참해서 변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