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가운데,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8월 22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 현장은 취재진으로 가득 차며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강 감독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벅찬 소감을 전했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실감도 잘 안 난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팬들 덕분이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말을 잇던 그는 잠시 울컥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개 직후 SNS 반응을 살피던 일화도 들려줬다. “처음 열흘은 남편이랑 거의 밤을 새웠다. 트위터랑 인스타그램을 붙들고 팬들 반응을 보느라 새벽 두세 시까지 휴대폰을 못 놨다. 처음엔 영어 글이 대부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한국어가 늘어나더라. 그때 ‘우리 영화가 진짜 글로벌하게 통했구나’ 싶었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캐나다로 이민 간 그는 어릴 적 경험이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 선생님이 나더러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내가 사우스 코리아라고 하니까 지도에서 찾질 못했다. 중국과 일본은 알면서 한국은 못 찾더라. 게다가 개발도상국 색으로 칠해져 있는 걸 보고 어린 마음에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한국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디테일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해외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만든 걸 보면 틀린 게 정말 많다. <뮬란>에서도 중국 캐릭터에 일본 기모노를 입혀놓지 않나. 아시아인 입장에서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서 <케데헌>만큼은 진짜 한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혼자가 아니라 한국인 스태프들이 팀에 많아서 하나하나 검수하며 작업했다” 실제로 <케데헌>에는 지하철, 목욕탕, 한의원, 분식집 같은 일상적인 풍경이 촘촘하게 녹아 있고, 호랑이 ‘더피’와 까치 ‘수지’는 전통 민화 ‘호작도’에서 영감을 얻었다.

K팝과 퇴마의 결합은 어떻게 나왔을까. 강 감독은 “사실 처음부터 K팝을 넣으려던 건 아니었다. 저승사자, 도깨비 같은 한국적 이미지를 스토리에 담고 싶었고, 거기서 무속신앙을 떠올렸다. 굿은 음악과 춤으로 악귀를 물리치는 의식이다. 사실상 최초의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무대에서 악귀와 싸우고 관객과 호흡한다는 점이 공연과 닮아 있더라. 그래서 K팝과 연결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 주제는 ‘수치심’이라고 단언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수치심이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공통으로 겪는 거다. 루미가 그걸 온몸으로 겪는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숨기고 살다가 비밀이 드러나면서 크게 무너진다. 하지만 ‘골든’을 통해 다시 일어나지 않나. 초기 스크리닝에서 여섯 살짜리 아이가 루미의 두려움을 이해했다고 하더라. 정말 놀라웠다. 세대를 불문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는 게 이 영화의 힘이다”

OST ‘GOLDEN(골든)’은 전 세계적으로 차트를 휩쓸며 ‘케데헌’ 신드롬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강 감독은 그 비화를 풀어냈다. “‘골든’이 가장 힘든 곡이었다. 루미의 소망과 열망을 담아내는 대표곡이어야 했고, 뮤지컬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아이 원트 송(I Want Song) 같은 존재여야 했다. 그래서 더 어렵고 무게가 컸다. 게다가 부르기 힘든 노래여야 했다. 고음이 높을수록 감정이 폭발하지 않나. 그 울림을 담으려고 7~8번을 거치며 수정했다. 밴쿠버 공항 가는 길에 데모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아, 이거다’ 싶었다”
그는 딸과 관련된 비화도 공개했다. “루미 캐릭터는 내가 딸을 임신했을 때부터 떠올렸다. 딸이 실제 보이스 액팅에도 참여했다. 낯선 어른들 앞에서도 겁 없이 노래하더라. 끝나고 나서 ‘엄마 영화가 더 훌륭해지려면 내가 더 잘해야지’라고 말하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울컥했다. 참 자랑스러웠다”

강 감독은 캐릭터 설정에 있어 여성상을 새롭게 그리려 했다고도 털어놨다.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게, 여자 캐릭터는 늘 예뻐야 했다. 너무 웃기거나 바보 같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근데 난 진짜 웃긴 얼굴을 하고, 이상하게 먹고, 망가지는 여자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그게 사실 나 같은 여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루미와 헌트릭스 멤버들에게 그런 솔직함을 담으려고 했다”

후속작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장난스러운 답을 내놨다. “아직 오피셜하게 정해진 건 없다. 다만 아이디어와 백스토리는 충분히 있다.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잘 안다. 진우가 죽었냐고? 한국 콘텐츠는 늘 비극을 좋아하지 않나.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모르는 일이다”
또 다른 질문에는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K팝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음악 장르를 보여주고 싶다. 트로트나 헤비메탈도 생각하고 있다. 한국 음악은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간담회 말미, 그는 다시 한번 진정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객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를 원한다. 우리가 가진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그게 글로벌로 통한다고 믿는다”
현재 <케데헌>은 넷플릭스 영화 역대 1위 <레드 노티스>(2021)를 바짝 추격 중이며,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강 감독은 “상을 위해 창작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정받는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