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특별한 사람들의 일인 줄 알았습니다"
[김성현]
| 기자말 |
| 1995.11.11에 창립한 민주노총이 서른 살을 맞았습니다. 같은 해 태어난 청년들이 민주노총에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을 보내왔습니다. 파면광장에서 길을 열었던 민주노총, 언제나 노동자·서민 편에서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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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김성현 조합원이 일인시위하는 모습입니다.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하청 노동자 이자, 민주노총과 동갑인 1995년 생입니다 |
| ⓒ 민주노총 |
민주노총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노동조합을 설립하던 날의 풍경은...아직도 또렷합니다. 회사의 시선은 싸늘했고, 주변에서는 여기저기서 "괜히 나섰다가 잘리지나 말라"고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꿋꿋하게 노동조합 가입서를 들고 동료들을 설득하며 첫발을 뗐습니다. 그 순간, 너도나도 나서서 작성하는 모습.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의 표정은 참 단단했습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제 마음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더군요. 회사는 갈수록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을 압박했고, 조합 활동을 이유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법은 멀고 부당노동행위는 가깝다."
정말 그렇습니다. 법은 책 속에만 있고, 현장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정당한 활동을 한다고 해도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여러 방식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흔들어 대는 경우가 많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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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현 조합원은 "노동조합은 특별한 사람들의 일" 인 줄 알았다고... 이제 총파업으로 세상을 바꾸는 청년으로 민주노총의 변화를 책임지겠다고 한다 |
| ⓒ 민주노총 |
이럴수록 '현장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사측과의 교섭만으로 해결되는 문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요. 어렵게 체결한 단체협약도 법 하나 바뀌면 종잇장이 되어버리는 현실이 이를 말해줍니다.
저는 노동자의 현실은 곧 정치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노동조건, 부당노동행위 제재, 타임오프 같은 제도 문제는 국회의 결정과 정부의 정책 없이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쟁취한 권리가 한 번의 국회 표결에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경험은 노동자가 정치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현장의 투쟁에 더해 정치세력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노동자의 권리가 제도 속에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본 '노동 배제'의 민낯
최근 한미 관세협상을 보면서, "노동자와 정치" 이런 믿음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이번 협상은 경제외교 부문의 전문적 영역처럼 다뤄졌고, 가장 먼저 노동자가 영향을 받습니다. 울산처럼 금속·제조업 중심 지역에서는 관세 1% 변화가 생산량과 공장 가동률, 그리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정부의 서류 한 장, 숫자 몇 개가 바뀌었을 뿐인데 현장의 청년들은 일할 공장을 잃고, 지역은 활력을 잃습니다. 이 변화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생계를 꾸리는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되겠지요.
그럼에도 관세협상과 같은 국가적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정책과 노동정책을 인위적으로 분리해 온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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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8.27. 임단협 완전승리를 위한 금속노조 울산지부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단결투쟁"을 외치고 있다 |
| ⓒ 민주노총 |
저와 같은 청년이 민주노총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은 '미래를 책임질 세대'일 뿐 아니라, 지금 민주노총을 움직이고 있는 주체이기도 하지요.
산업 재편과 관세 변화는 청년인 저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우리 청년 노동자가 앞에 서야 해요. 지금 우리가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 그리고 다음 세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테니까요.
올해 서른 살 맞은 제가, 서른 살 민주노총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30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입니다. 더 크게, 더 새롭게 변화했으면 합니다. 그 변화를 바로 저를 비롯한 청년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그 깃발을 놓지 않을 거예요. 더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함께 깃발을 들 때, 우리의 미래도 함께 바뀔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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