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한 산골마을에서 최불암이 나타나자 멧돼지가 사라진 이유

사냥은 생계일까, 사명일까

충북 괴산 깊은 산골. 겨울이면 나뭇가지가 맨살처럼 드러나고, 산은 더욱 거칠어진다. 그 거친 산을 매일같이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칭 ‘멧돼지 사냥꾼’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들이 총을 드는 이유는 단순히 고기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

'한국인의 밥상'이 따라간 하루는, 생각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마을 잔치는 멧돼지 한 마리에서 시작된다

그날도 새벽 일찍, 사냥꾼들은 산으로 향했다.

묵은 눈을 헤치며 오르고 또 오른 끝에 멧돼지 한 마리를 포획했다.

총성이 울린 뒤, 마을에는 조용한 흥분이 돌았다.

오후에는 자연스럽게 잔칫상이 차려졌다.

어르신들은 멧돼지 고기를 삶고, 국을 끓이고, 된장에 무쳐내며"올해도 잘 버텼다"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누구 하나 호들갑 떨지 않지만, 그 밥상에는 생존과 연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사냥은 공동체를 지키는 일

괴산의 멧돼지 사냥은 단순한 ‘생계형 수렵’이 아니다.

산속 마을은 멧돼지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다. 감자밭, 옥수수밭, 들깨밭이 통째로 갈려나가기도 한다.

사냥꾼들은 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비를 들여 장비를 사고, 매일같이 산을 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이 한 마디로 다 설명이 되는 삶이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누군가 해야 하니까 나선 사람들.

사라지는 기술, 사라지는 말

멧돼지를 잡는 건 단순한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바람 방향, 발자국 모양, 산짐승의 습성까지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런 감각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험과 세월이 쌓인 결과다. 하지만 이 기술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젠 이런 거 배울 사람도 없어." 카메라 앞에서도 쑥스러워하던 어르신이 툭 던진 말이 오래 남는다.

밥상은 기억이다

그날 저녁, 마을 사람들은 멧돼지 국에 밥을 말아먹었다. 특별한 조미료도, 화려한 음식도 없었지만, 그 밥상에는 올겨울을 살아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밥상을 받아든 한 어르신은 웃으며 말했다. "겨울 지나면 봄이 오잖아. 그게 다 이런 덕이지 뭐."

사냥은 끝났지만, 마을의 시간은 계속된다. 그리고 이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기록이 된다.

사진출처: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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