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최민식·이정재가 상복 입고 울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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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화관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자국의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관에 연간 일정 일수 이상 자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도입 당시와 비슷한 의무상영 일수에도 영화관은 불만이 컸다.
대립하는 주체는 영화관과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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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조각…맞추다 보면 연대 과정 발견돼"
지난해 영화관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코로나19 장기화 탓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영관 내 취식 금지, 입장 시간제한 등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스크린쿼터도 못잖게 장애 요인으로 거론됐다. 자국의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관에 연간 일정 일수 이상 자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66년에 처음 도입했다. 초기에는 서울과 부산 개봉관을 대상으로 각각 90일과 60일 이상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게 했다. 기준은 1970년에 30일로 축소됐다가 1973년에 121일로 확대됐다. 1985년에 146일로 더 늘었다가 2006년에 73일로 축소돼 현재까지 이어진다.
도입 당시와 비슷한 의무상영 일수에도 영화관은 불만이 컸다. 국내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상당수 작품의 개봉을 무기한 연기한 까닭이다. 스크린쿼터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스크린쿼터를 둘러싼 갈등은 코로나19 확산 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대립하는 주체는 영화관과 제작자. 의무상영 일수를 축소하려는 정부의 제도적 움직임과 스크린쿼터를 지키려는 영화계의 저항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스크린쿼터는 국내 영화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제화된 보호무역의 상징이다. 태생적으로 시장 개방 문제에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관련 담론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시대적 맥락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16일 관련 발자취가 남은 자료 211점을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영화시장 개방 뒤 일어난 한국영화 보호 및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유의미한 기록들이다.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이 본격화된 시점은 1990년대.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자료는 1980년대를 가리킨다. 발원이나 다름없는 미국영화 직배 저지 운동을 포괄했다. 그래서 컬렉션 이름도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다.
비디오물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현장을 기록하고 영화시장 개방의 본질을 알릴 목적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노래로 태양을 쏘다-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기록(1999)', '위험한 정사, vol 2004(2004)', '146-73=스크린쿼터+한미FTA(2006)' 등 다섯 점. 1988년 국내 첫 직배 영화인 '위험한 정사(1987)' 상영에 반대해 서울 명동 코리아극장 앞에 모인 영화인들과 스크린쿼터 축소를 저지하기 위해 벌인 집단 삭발 현장 등이 담겼다.
당시 상황은 사진 144점에서도 확인된다. '사랑과 영혼(1990)'을 내건 서울시네마타운 앞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모인 영화인들, 1999년 스크린쿼터 축소 음모 저지 투쟁 선포대회에서 삭발을 단행한 강제규·임순례 감독 등이 찍혔다. '사랑과 영혼'은 서울 시내 개봉관에 처음 입성한 직배 영화다.
스크린쿼터감시단이 발행한 활동 백서와 자료집, 1987년 제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의 영화 관련 공약이 담긴 '평화민주당에서- 이 땅의 영화인에게 드리는 글' 등 문서도 대중문화의 역사 전반을 재구성하는 데 필수적 사료로 평가된다.
이지윤 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영화시장이 개방되는 과정에서 영화인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을 왜 그토록 지키고자 했는지에 대한 역사의 조각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조각들을 맞추다 보면 영화인 개인의 작은 목소리가 뜻이 맞는 동지들과 모여 더 큰 울림이 되고, 고군분투하던 개개인이 서로 연대하며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과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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