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내고..인천공항 2터미널 '대한항공 전용' 논란

함종선 2018. 6. 1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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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2터미널 공항 내 배치된 자비에 베이앙의 미술품.2터미널은 아트공항이라 불릴 만큼 예술 작품이 많다.[사진 중앙포토]
“원형 검색기 등 첨단 장비가 많기 때문인지 비행기 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고, 주차장 등 공항 부대시설도 여유 있어 기분 좋게 공항을 이용했습니다. 1터미널에 비해 2터미널이 훨씬 쾌적하고 편리한 것 같습니다.”

이달 초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다녀온 신연수(34) 씨는 인천공항 2터미널 첫 이용 후기를 이렇게 말했다. 신 씨는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를 주로 타기 때문에 앞으로 2터미널을 이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이처럼 올 1월 개장한 인천공항 2터미널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2터미널을 이용하지 않는 공항 이용객들의 불만도 함께 커지고 있다. 2터미널이 사실상 대한항공 전용터미널로 운영돼 아시아나항공이나 LCC 고객들은 2터미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편한 1터미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2터미널은 대한항공·델타항공·에어프랑스·KLM 등 4개 항공사 승객만 이용할 수 있는데, 전체 이용객 중 대한항공 승객이 95%를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대한항공 전용 터미널과 다름없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이런 터미널을 사실상 공짜로 확보했다.

대한항공이 2 터미널을 전용 터미널로 사용하게 된 과정은 이렇다. 2터미널은 인천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공항공사가 5조원이 넘는 공사비를 들여 지었다. LCC 활성화 등으로 공항 이용객이 계속 증가해 새로운 터미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터미널은 이미 2016년에 5776만 명이 이용해 자체 수용 능력(연간 54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임대료 등으로 벌어 모은 돈을 공사비로 투입한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이기 때문에 공사의 돈은 공적인 자금이다. 2터미널은 연간 18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인천공항 전체 이용객의 70%는 1터미널이, 30%는 2터미널이 수용하는 구조다.

2터미널로 옮기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인천공항공사가 주축이 돼 결정했다. LCC들은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 아시아나항공 김수천 사장은 “아시아나는 편의시설이 풍부하고 대중교통이 편리한 1터미널을 그대로 사용하길 원했고, 대한항공은 새 터미널 이전을 선호해 이전하는 항공사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마침 대한항공 이용 승객이 전체 인천공항 이용 승객의 30%에 육박하고 있어 30%에 못 미치는 부분은 대한항공의 항공동맹인 스카이팀 소속 항공사 몇 개를 더 이전하는 것으로 추진했고, 그 결과 델타항공 등 3개 항공사가 이전하게 된 것이다.

5조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만큼 2터미널은 최첨단으로 지어졌다. 승객이 항공권을 갖다 대면 자신이 타야 할 비행기까지 최단 거리로 길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68개나 설치돼 있다. 터미널 내 혼잡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능형 폐쇄회로TV(CCTV)와 센서 등을 통해 가장 붐비지 않는 동선을 안내해주는 최첨단 시스템이다.

인천공항 2터미널에는 최첨단 원형검색기가 설치돼 있어 출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다. [사진 중앙포토]
2터미널에는 승객 스스로 비행기표를 발권하는 셀프체크인 기기와 짐을 부치는 셀프백드롭 기기가 각각 66대와 34대 있다. 승객당 기기 대수를 따지면 1터미널의 배다. 또 보안검색은 검색요원이 금속탐지기로 탑승객의 몸을 일일이 훑지 않아도 되는 원형 보안검색기(24대)로만 운영된다. 통상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발권 절차와 보안검색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치가 구비된 것이다. 이 때문에 2터미널은 1터미널보다 출국에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 10분 이상 덜든다. 또 2터미널은 1터미널보다 이용객 대비 주차장 주차대수가 많고, 주차 구획을 기존 (2.3m)보다 넓은 광폭 주차장 (2.5m)으로 설계해 이른바 ‘문 콕’ 사고 염려도 적다.
인천공항 2터미널의 자동출입국심사대.승객 스스로 발권하고 짐을 부치는 장비가 풍부하게 갖춰져 있다. [사진 중앙포토]
문제는 LCC이용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2터미널의 ‘상대적 우위’ 현상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2터미널 이전 항공사를 결정한 2016년에는 대한항공과 나머지 3개 항공사의 여객점유율이 30%였는데 올 5월 초에는 28%로 떨어졌고 이달 초에는 27%로 더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LCC 관계자는 ”현재 1터미널은 리뉴얼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항이 혼잡하고 체크인 카운터 등 일부 시설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며 ”대형항공사끼리 협의해서 정하긴 했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대한항공이 특혜를 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의 대한항공 프리미엄 고객 전용 카운터.대한항공은 접근성 좋은 공항 입구에 외부와 분리된 별도의 카운터를 조성했다.회색 벽으로 둘어싸인 카운터를 외부에서는 볼 수 없다. 함종선 기자
공항이용객 간 차별은 2터미널 내에도 있다. 대한항공은 2터미널 3층 출국카운터 초입을 자사의 일등석 고객과 비즈니스석 고객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때문에 출국자가 몰리는 오전 시간에 이코노미석 승객은 길게 줄을 서는 반면, 비즈니스석 이상 승객은 외부와 분리된 전용공간에서 편리하게 수속절차를 밟는다.2터미널에서 만난 대한항공 승객 김모씨는 "2터미널 전체 카운터 8개 중 3개를 대한항공 우수고객 전용으로 쓰고 있어서 놀랐다"며 "비싼 비행기표를 사는 승객을 우대하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일반 이코노미석 고객 입장에서는 푸대접 받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런 2터미널의 상대적 우위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2개년 계획으로 1터미널 리뉴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1터미널의 일부 항공사를 2터미널로 이전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임남수 인천공항공사 여객서비스본부장은 "동계시즌이 시작되는 오는 10월 말 이전에 일부 항공사를 이전하기 위해 현재 항공연구소에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 일부에서는 터미널 오도착 승객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전 항공사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한공 홍보팀 민경모 차장은 "대한항공은 승객 수송량, 환승객 비중 등을 고려한 공정한 협의를 통해 2터미널 이전 대상 항공사로 지정된 것"이라며 "2터미널 이전을 위해 대한항공은 프리미엄 고객 라운지 공사비,1터미널의 기존 시설 원상복구비 등으로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썼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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