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스케이팅 페어 선수 감강찬(23)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함께 뛰는 김규은(19·하남고)도 옆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207년 8월 캐나다에서 훈련한 남북한 피겨 페어 선수들. 왼쪽부터 김주식(북), 김규은, 염대옥(북), 강감찬.
감강찬과 김규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고 있는 유일한 페어 팀이다. 지난 1,2차 선발전에 모두 참가했고, 5일부터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선발전에도 출전한다. 선발전을 앞두고 4일 목동빙상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감강찬과 김규은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둘은 우선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따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 피겨는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남자 싱글 1장, 여자 싱글 2장, 아이스댄스 1장을 땄다. 페어는 개최국 쿼터로 나갈 수 있다. 개인종목 3개 종목 출전권을 확보하면 남자 싱글·여자 싱글·아이스댄스·페어 종목이 한 팀씩 출전하는 단체전 참가가 가능하다. 개최국에 주어지는 추가 쿼터를 받아 페어도 출전이 유력한데, 한국에는 페어에 감강찬-김규은 조만 있어서 사실상 감강찬-김규은 조가 평창에 갈 수 있게 됐다.
피겨 페어 김규은-감강찬.
그런데 북한 단일팀 의견이 제안돼 감강찬-김규은 조의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해 말 중국 쿤밍(昆明)에서 열린 남북 간 비공개 회동에서 남북 피겨 스케이팅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남자 싱글, 여자 싱글, 아이스댄스 3개 종목에는 남쪽 선수를, 페어에는 북쪽 선수를 출전시키자는 계획이다.
북한에는 지난해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피겨 페어에서 동메달을 딴 염대옥(19)-김주식(26)이 있다. 염대옥-김주식 조는 지난 9월 네벨혼 트로피 6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으나 마감시한(지난해 10월 30일)까지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아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박탈당했다.
북한 피겨 페어팀의 김주식(왼쪽), 렴대옥 선수 [IRUE 트위터]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 의지를 보이지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북한에 와일드카드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 페어의 올림픽 개인전 출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국제대회에 페어 종목만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 남녀 싱글, 아이스댄스에는 따로 출전할 선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단체전 출전은 어렵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단체전에 나갈 수 있다. 대신, 한국 페어 감강찬과 김규은은 출전하지 못한다.
감강찬과 김규은은 지난해 여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염대옥-김주식와 함께 훈련하면서 친해졌다. 김규은은 "둘과 브루노 마르코트 코치에게 배웠다. 같이 반갑게 인사도 하고 한국 음식을 나눠먹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고 했다. 북한 김현선 코치는 캐나다에서 배추김치를 담궈 직접 감강찬과 김규은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감강찬은 김주식을 '주식이 형'이라고 부른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영어가 유창한 감강찬이 염대옥과 김주식의 통역을 돕기도 했다.
감강찬은 "주식이 형과 대옥이와 함께 평창올림픽에 나가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지난해 여름 이후에 보지 못했는데 만나서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되려면 남북 단일팀 대신 남북이 각각 참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