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자극하는 강간 장면.. 참회가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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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포스터 |
| ⓒ 한국영상자료원 |
1975년 개봉한 <영자의 전성시대>는 시골에서 올라와 부잣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던 영자가 일하던 집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여공, 버스 차장 등을 전전하다가 환락가의 작부로 추락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당시 엄청난 흥행몰이로 한국영화사에서는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지만, <영자의 전성시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강간의 묘사다. 당시 검열과 사회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강간이라는 소재의 선택 자체도 놀라운 데다가 영화는 매우 파격적인 방법으로 이를 묘사한다.
예를 들어, 영자가 주인집 아들에게 강간을 당하는 부분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내려다보는 로우 앵글의 시점 쇼트(POV: point of view)로 디테일 하게 묘사된다. 이 시퀀스에 대해서 두 가지 지적 또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시퀀스가 택하는 '문제적' 시점이다. 2분가량의 강간 시퀀스는 가해자의 시점 안에 가두어진 프레임 안에서의 영자의 클로즈업과 남자가 영자에게 하는 행위를 옆에서 관찰 하는 시선으로 채워진다. 문제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강간의 묘사가 오롯이 가해자의 시선과 강간을 지켜보는 3인칭의 시선 그리고 피해자의 분열된 육체의 클로즈업으로만 채워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가해자와 이를 지켜보는 시선, 즉 (관음증적) 쾌락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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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자의 전성시대>의 한 장면 |
| ⓒ 한국영상자료원 |
사실상 <영자의 전성시대> <화녀>를 포함한 70년대 한국영화들에는 '강간의 홍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간이 빈번히 소재로 사용되었다. 80년대 초반까지 박스오피스 전반을 지배했던 호스티스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호스티스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녀들이 강간을 당해 순결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강간의 묘사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폭력의 은유나 사실적 표현에 기반을 둔다 해도 공통된 경향, 즉 가학적이거나, 볼거리에 치중한 재현 모드가 강간을 묘사하는 하나의 작법으로 관습화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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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브이아이피> |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등급을 받아 상영이 된 작품이기에 궁극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간뿐 아니라 살인, 유괴 등 범죄를 묘사함에 있어서는 더더욱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박 감독은 후에 "젠더 감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라고 언급했지만 <브이아이피>의 강간 묘사는 비단 젠더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범죄를 재현함에 있어 동일하게 중추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범죄의 피해자들이다. 시각적 묘사의 '파격효과(shock effect)'에 방점을 두는 것은, 그렇기에 위법은 아닐지언정 비윤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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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브이아이피> |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2017년, 일본의 니카츠 스튜디오는 지난 1960, 1970년대에 불황을 이기고자 고안했던 로망포르노 장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강간을 포함한 여성 캐릭터들에 행해진 폭력에 대해 '참회'하는 의미로 여성을 위한 로망포르노 리부트를 만들었다. 수 백 편의 로망포르노 영화들을 통해 이미 장르적 관습이 된 강간묘사가 리부트 프로젝트의 다섯 편으로 개혁될 수 없겠으나 니카츠 스튜디오의 기획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대중문화에도 문화적 참회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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