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분장 中 여배우 "중국 사랑해요"..인종 비하 논란
아프리카 유학생 "모멸감 느껴", 중국 시청자 "문제 없다"
"'백인 구세주' 신화 대체하겠다는 관념 벗어야" 비판도
![중국 설 특집 버라이어티쇼 춘완의 단막극 ‘동희동락(同喜同樂)’ 한 장면. 중국의 중견 여배우 러우나이밍(婁乃鳴·사진 왼쪽)이 서양에서 금기시되는 흑인 분장으로 출연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CC-TV 캡처]](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2/19/joongang/20180219162613079tjxy.jpg)
![중국 설 특집 버라이어티쇼 춘완의 단막극 ‘동희동락(同喜同樂)’ 한 장면. 중국의 중견 여배우 러우나이밍(婁乃鳴)이 서양에서 금기시되는 흑인 분장으로 출연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CC-TV 캡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2/19/joongang/20180219162613264nbmy.jpg)
![중국 설 특집 버라이어티쇼 춘완의 단막극 ‘동희동락(同喜同樂)’ 한 장면. 중국의 중견 여배우 러우나이밍(婁乃鳴)이 서양에서 금기시되는 흑인 분장으로 출연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CC-TV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2/19/joongang/20180219162613417jxfc.jpg)
아프리카 현지인 수십 명이 원시 복장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과장된 민속춤을 추는 장면도 포함됐다. 서구 언론은 이 단막극이 아프리카를 낙후하고 우매하며 중국의 원조를 기다리는 곳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우간다에서 유학 온 베이징대 의대 유학생 미카카부고(23)는 “검은 얼굴 분장과 원숭이를 보는 순간 모든 아프리카인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아프리카인들이 일본의 중국 침략 역사를 비웃지 않듯 서로의 민감한 역사는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베이징 주민 쉐리샤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만일 인종차별 의도가 있었다면 당국이 방영을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방송을 옹호했다. 또 다른 주민 저우헝산은 “중국 배우가 연극이나 드라마에서 외국인 분장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특정 민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중국에서 방영되면서 흑인 비하 논란을 일으킨 한 세탁 세제 광고. [인터넷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2/19/joongang/20180219162613610vvhx.jpg)
해외 언론이 이번 논란에 주목하는 이유는 춘완이 갖는 중요성 때문이다. 중국에서 춘완은 올림픽 개막식과 버금가는 국가급 프로젝트로 해가 갈수록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춘완 단골 출연자인 청룽(成龍)은 중국판 람보로 불린 국수주의 영화 ‘전랑2’의 감독 겸 배우 우징(吳京)과 함께 가곡 ‘중국’을 불렀다. 인기 아이돌 그룹 ‘티에프보이스(TF BOYS)’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 19차 당 대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 시한으로 지정한 2035년을 묘사한 ‘나는 2035년과 약속이 있어요’라는 노래를 부르는 등 대부분의 내용이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춘완은 최근 해마다 시청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약 10억 명이 시청해 1억여 명 수준인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을 크게 누르고 기네스북이 인정한 ‘지구상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중국어판의 류추디(劉裘蔕) 칼럼니스트는 19일 인종 비하 논란을 소개하며 “‘중국 구세주’가 역사적으로 잘못된 ‘백인 구세주’ 신화를 대신할 것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춘완 말미에 나온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지도자의 새해 인사’에는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출연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 촬영분은 춘완 대신 전날 오전 뉴스 프로그램 ‘조문천하(朝聞天下)’에서 방영되는 데 그쳤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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