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전 5인방이 뜬다 | 건조기·스타일러·전기레인지·공기청정기·무선청소기

강승태 2018. 6. 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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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에 더 큰 변화를 일으킨 발명품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그의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밝힌 내용이다. 한때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탁기의 발명으로 여성의 경제·사회활동을 앞당겼다는 분석이다.

‘세탁기, 냉장고, TV, 에어컨, 김치냉장고’.

‘5대 가전’으로 불린다. 매년 국내에서만 1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가전 시장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가전제품 못지않게 신가전 5인방이 눈에 띈다. ‘의류건조기, 스타일러, 인덕션,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가 주인공이다.

신가전 5인방은 사람들의 의식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기업들 또한 “가전은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신제품 출시에 몰두하고 있다.

▶‘衣’를 바꾸는 가전

▷건조기&스타일러

‘가사노동을 둘러싼 부부싸움을 없앤 가전제품’.

건조기를 찬양하는 수식어다.

세탁기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빨래를 널고 건조하는 과정이 귀찮다는 점이다. 건조기는 세탁기 단점을 완벽히 보완한 제품이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6년 10만대에 그쳤던 국내 건조기 판매량은 지난해 60만대로 급증했다. 올해는 1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연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어서면 ‘필수 가전’으로 분류한다. 세탁기 보조제품이자, 틈새시장으로 시작한 건조기는 이제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제품 종류도 많아졌다. 의류건조기를 가장 먼저 출시한 LG전자를 필두로 삼성전자, SK매직, 린나이 등 국산 제품부터 블룸베르크(독일), 미디어(중국), 베코(터키) 등 외산까지 다양하다(박스 참조). LG전자 관계자는 “건조기는 새로운 가전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선두주자”라며 “지난 몇 년간 가전업계 최고 히트상품은 건조기”라고 말했다.

스타일러 또한 건조기 못지않게 인기 있다. 탈취와 살균을 통해 정장 같은 옷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다. 스타일러만 있으면 주부들은 더 이상 세탁소에 옷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LG전자가 처음 선보인 트롬 스타일러는 지난해 약 10만대 판매됐으며 올해는 벌써 12만대를 돌파했다. 스타일러는 신혼부부의 ‘잇템(꼭 갖고 싶은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커지면서 다른 기업도 호시탐탐 이 시장을 노크 중이다. 코웨이는 스타일러와 거의 유사한 기능을 하는 ‘의류청정기’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또한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관련 제품 개발에 매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食’습관 바꾸는 주방가전

▷전기레인지의 이유 있는 질주

주방가전도 신가전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쿡방(출연자가 직접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방송)이나 혼술(혼자 마시는 술) 인기에 힘입어 주방가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선봉장은 전기레인지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전기레인지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5% 증가했다. 레인지(가스레인지+전기레인지)에서 전기레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8%에서 지난해 35%로 늘었다.

전기레인지는 가스 대신 전기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는 기구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음식 조리 후 유해가스가 발생하면 주기적으로 환기가 필요한데 전기레인지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가스레인지와 비교해 화재 위험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전기레인지는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로 나뉜다. 두 제품 모두 불을 사용하지 않고 청소가 간편하다는 점은 비슷하다. 다만 인덕션은 자기장을 활용해 상판이 뜨거워지지 않아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낮다.

하이라이트는 별도 발열체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한다. 인덕션은 인덕션용 뚝배기 같은 별도 조리 기기가 필요하지만 하이라이트는 그렇지 않다.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올해 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전업체 또한 고가의 전기레인지를 선보이며 관련 시장을 공략 중이다. 삼성전자는 셰프컬렉션 인덕션 전기레인지(출하 가격 257만원)와 전기레인지 인덕션(175만원) 등을 앞세운다. LG전자도 지난해 LG 디오스 인덕션 전기레인지 와이드존(289만원)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도 선보이고 있다.

▶‘住’거환경 개선 1등 공신

▷공기청정기와 무선청소기 주목

‘집 꾸미기 열풍’과 함께 홈인테리어 관심이 증가하면서 집 환경을 바꿀 수 있는 가전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집안 공기를 정화해주는 공기청정기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4년 50만대에서 지난해 약 100만대로 늘었다. 매년 40% 이상 고공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200만대까지 판매되면서 약 2조원 시장으로 우뚝 클 전망이다.

새로운 형태의 공기청정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분리와 결합이 가능한 모듈형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를 내놨다. 블록처럼 뗐다 붙일 수 있어 필요한 공간에 맞춰 사용하면 된다. 거실에서 쓸 때는 2개를 결합해 활용한다. 밤에는 분리해 방마다 하나씩 놓을 수 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공기청정기도 인기몰이다. 블루에어는 15㎡ 정도 공간에 사용하기 적합한 소형 공기청정기 ‘블루 퓨어 411’을 선보였다. 무게는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집안 청소 패턴을 바꾼 가전 기기도 있다. 무선청소기다. 한국은 세계에서 무선청소기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가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영국 프리미엄 가전업체 다이슨이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장악했다. 시장점유율 약 80%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다이슨의 ‘무선 스틱 청소기’는 주부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제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이고 ‘대륙의 실수’라는 ‘차이슨(다이슨을 모방해 만든 중국산 가전을 뜻하는 신조어)’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다이슨 점유율은 약 40%대로 내려간 반면 LG전자 ‘코드제로’ 시리즈와 삼성전자 ‘파워건’이 바짝 추격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코드제로 A9은 당초 기대보다 약 3배 이상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차이슨 무선청소기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 가전업체 디베아의 무선청소기 ‘F6’는 약 10만원대 가격으로 다이슨 청소기 대비 10~20% 수준이다. 하지만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다이슨 대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업체 G마켓 관계자는 “차이슨 청소기는 지난해 말부터 가성비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다이슨 경영진은 최근 방한해 “유선청소기 사업을 접고 무선청소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가전 5인방 인기 이유는

▷사회문화적 변화와 미세먼지

신가전 5인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사회문화적 변화와 연관 지을 수 있다. 가전 기기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시기는 크게 결혼하면서 ‘혼수 가전’을 살 때와 내 집을 마련하면서 ‘가전을 교체할 때’다.

대부분 신혼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가사노동에 투입하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건조기나 스타일러 등이 신혼부부 필수품이 된 이유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가전 기기가 인기 있는 이유로 1인 가구 증가도 관련 깊다”며 “1인 가구에 적합한 소형 가전이나 가사노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전 기기가 인기 있다”고 분석했다. “내가 거주하는 공간에서는 최대한 누리고 살겠다”는 쪽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것도 신가전 시장이 쑥쑥 성장하는 주요 요인이다.

기후 변화 등 환경적 영향도 크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창문을 열고 빨래를 말리기 어려워졌다. 공기청정기나 건조기 등 ‘안티 더스트 가전’이 각광받는 것도 미세먼지 등으로 외부 환경이 완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도 무시할 수 없다. 인공지능(AI) 기술 활용까지는 아니더라도 모터 기술만 발전해도 가전 기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가령 LG전자가 전기료를 크게 낮춘 ‘인버터 히트펌프’를 활용한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관련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기업 또한 가전 시장을 더 이상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5대 가전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반면 성장은 정체됐다.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품질도 좋아서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쓴다. 반면 새로운 가전 기기들은 신규 수요를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소위 돈이 된다는 의미다.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가전제품의 등장으로 사람들 일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IoT 등 신기술 발전과 함께 소비자들이 더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가전 기기가 계속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건조기 고르는 팁

울·니트가 많다면 히트펌프, 이불 빨래는 10㎏ 이상

신가전 5인방 중 의류건조기(건조기)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된 건조기의 매출액(5월 1~22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60% 늘었다.

건조기는 다른 신가전 5인방과 비교해 가격대가 만만찮다. 제품 종류나 브랜드도 무수히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 헷갈린다.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브랜드와 제품을 꼼꼼히 선택해야 한다. LG전자 위주로 형성됐던 국내 건조기 시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대우전자가 가세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제품 용량과 가격대도 다양해졌다. 제조사들은 공통적으로 9~10㎏대 용량과 히트펌프식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불 건조도 가능한 14㎏ 대용량 건조기도 선보였다.

건조기는 건조 방식에 따라 크게 가스식과 전기식으로 나뉜다. 요즘 건조기 인기 열풍을 주도한 제품은 전기식 제품이다. 예전에는 가스식 의류건조기가 전기요금 등 저렴한 유지 비용을 이유로 주류를 이뤄왔다. 린나이 가스건조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2016년 LG전자가 ‘절전형 전기식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이 같은 방식의 건조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전기식 건조기는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돼 전기요금이 가스식과 비교해 더 저렴하다.

전기식 건조기도 구동 방식에 따라 히트펌프 방식과 히터 건조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히트펌프는 압축기(컴프레서)로 냉매를 순환시켜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저온 건조·제습을 반복하는 형식이다. 구조가 다소 복잡하고 부품 단가가 비싸 고급 모델에 주로 적용된다. 수증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배기관 설치 등이 필요 없다. 실내 어느 곳에나 설치 가능하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삼성, LG부터 시작해 고가 제품은 대부분 이 방식을 사용한다.

히터 건조 방식은 히터가 가열되면서 열을 만들어내고, 내부 공기를 순환시켜 내용물을 건조하는 형태다. 구조가 단순하지만 견고한 편이다. 세탁물에서 걸러진 미세먼지와 수증기를 외부로 배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베란다나 다용도실에 설치해야 한다. 효율성이 뛰어나고 중저가 모델에 주로 적용된다. SK매직 등에서 내놓는 제품이다.

또 말리는 형태에 따라 저온 제습, 고온 열풍 방식으로 나눌 수도 있다. 울·니트 소재 등 고온 열풍에 손상되기 쉬운 의류가 많을 경우 저온 제습 방식의 건조기가 낫다. 저온 제습 방식은 기존 냉매를 순환시켜 생긴 열을 이용해 작동하며 옷감이 줄어들 수 있는 뜨거운 바람 없이 습기만 없애줘 옷감 손상이 적다.

LG전자가 선보이는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트롬 건조기’는 가장 많은 소비자가 찾는 제품이다. 각종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항상 판매량 1~2위를 차지한다. 다만 성능이 좋은 만큼 가격대는 비싼 편이다. 듀얼 인버터 구조로 컴프레서에 냉매를 압축하는 장치인 실린더가 2개 장착돼 한 번에 압축할 수 있는 냉매량을 크게 늘렸다.

삼성전자 ‘그랑데’ 의류건조기는 대용량 이불 건조에 특화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초반에 히터로 최적 온도에 빠르게 도달한 뒤 인버터 히트펌프로 건조하는 기술이다. 대용량 이불을 완벽하게 건조할 수 있는 데다, 스피드 모드 기준 1시간 안에 건조를 마칠 수 있다.

대우전자 ‘클라쎄’ 의류건조기는 가성비가 우수한 제품이다. 기존 시장에서 주류를 이뤄온 9㎏대 제품보다 용량을 1㎏ 늘렸다. 저온 제습의 히트펌프 구조로 삼성, LG 등과 동일한 방식이다. 다이내믹 인버터 모터를 채용해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손실을 줄였다. 삼성, LG와 비교하면 20% 이상(약 30만원) 차이가 난다.

외산 제품 중에는 독일 블룸베르크사의 건조기가 인기다. 일명 ‘김수현 건조기’로 배우 김수현이 광고 모델을 맡아 유명세를 탔다. 홈쇼핑에서 대박을 친 뒤 꾸준히 인기를 모으는 중이다. 삼성, LG와 마찬가지로 저온 제습, 히트펌프 방식이다.

터키 가전업체인 베코의 건조기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제품으로 꼽힌다. 용량은 8㎏으로 다른 건조기 대비 작은 편이지만 국내 업체 다른 사양과 비교하면 20~30% 저렴하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 중에는 독일 밀레가 유명하다. 용량은 10㎏으로 히트펌프식 전기식 건조기다. 용량이 비슷한 경쟁사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2~3배나 높다. 고급 가전 브랜드의 대명사인 밀레가 만든 만큼 품질도 최상급이다. 건조 기능을 방수 처리·면 위생·사일런스·스팀스무딩 등으로 세분화해 다른 제조사와 차별화했다. 스팀피니시 기능은 다림질을 대신하는 효과를 준다.

저가 브랜드를 찾는다면 중국의 미디어사가 내놓은 건조기나 영국 화이트나이트 제품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들 제품은 50만원대로 저렴하다. 다만 고온 열풍식 건조기이기 때문에 울이나 니트를 건조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다면 독일 블룸베르크나 LG전자, 가성비는 베코나 대우전자, 저가 모델은 미디어 제품이 적절해 보인다.

유건재 롯데하이마트 가전팀 CMD는 “건조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용량인데 이불까지 건조하고 싶다면 10㎏ 이상이 필요하다”며 “어디에 둘지도 중요하다. 만약 드럼세탁기 위에 두고 싶다면 반드시 같은 브랜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0호 (2018.05.30~05.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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