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딸 잃은 남자의 복수, 이거 실화다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가족을 잃은 로만은 합의를 종용하는 항공사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다. 자책감에 빠진 제이콥에게 항공사는 새로운 곳에 가서 다른 신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라고 권한다. 상실과 분노를 참지 못한 로만은 책임을 묻고자 사라진 제이콥을 찾기 시작한다.
<애프터매스>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문구로 시작한다. 영화는 2002년 7월 1일 독일 위버링겐 상공에서 일어난 비행기 충돌사고를 모티브로 삼았다. 당시 스위스 관제탑의 업무 태만 및 과실로 인하여 DHL 소속 화물기와 시카르 항공 소속 러시아 여객기에 탑승한 71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건축설계사로 일하던 러시아 출신 비탈리 칼로예프는 아내와 딸을 잃은 슬픔에 분노하여 수소문 끝에 2004년 2월 스위스 취리히 근교에 살던 관제사 피터 닐슨을 만나러 갔다.
<애프터매스>의 이야기는 대부분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에너미>의 각본가로 유명한 자비에르 걸론과 <애프터매스>의 연출을 맡은 엘리어트 레스터 감독은 대형 사고가 일으킨 여파(aftermath)로 인해 상실감과 죄책감의 심연에 빠져드는 두 인물을 주목한다.

제이콥도 하루아침에 인생이 망가졌다. 비록 실수를 저지르긴 했으나 사고의 책임을 전적으로 그에게 지우긴 곤란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살인자'로 낙인이 찍힌다. 항공사는 마치 그를 종양 제거하듯 다른 곳에 가서 살라고 통보한다. 자신들은 그다지 책임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로만과 제이콥이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증오를 목격한다. 진정 책임을 져야 마땅한 자들은 침묵하고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혼이 파괴된 두 사람이 서로를 미워하고 있다. 영화는 비극의 중심에 서서 증오의 연쇄를 끊어야 한다고 외친다. 진짜 총구를 겨눠야 할 대상은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프터매스>는 더욱 독창적일 수 있는 영화였지만, 단순한 형태로 슬픔을 묘사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플라이트>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처럼 근래 비행기 사고 실화를 다룬 영화와 비교하면 깊이 차가 제법 크다. 하지만, 영화는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통해 강한 힘을 얻는다.

주지사 임기를 마친 후 할리우드로 돌아온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익스펜더블> 시리즈와 <라스트 스탠드><이스케이프 플랜><사보타지><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액션 배우 이미지를 다시 각인시켰다. 그런데 그는 2015년 <매기>에서 변신을 시도한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농담을 던지며 수십 명을 상대하던 액션 아이콘은 사라졌다. 그저 평범한 아버지가 서 있을 뿐이다.
<애프터매스>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매기>에 이은 진지한 드라마를 선보인다. 과거의 그였다면 당연히 아내와 딸을 죽인 상대를 대상으로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콜래트럴 데미지>를 떠올리면 쉽다. 그렇다면 <애프터매스>는 제2의 <모범시민>에 머물고 만다.
<애프터매스>는 다른 길을 걷는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로만은 아내와 딸의 시신 옆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앉아있다. 상실감에 시달리다가 건물 옥상에 올라 자살까지 생각한다. 엄청나게 발달한 근육이 액션 스타를 안겨주었다면, 하얗게 센 머리와 수염, 깊게 팬 주름살은 배우의 얼굴을 만들어주었다.

반면에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매기>와 <애프터매스>로 자신의 이미지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 마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연상케 하는 행보다. 미국의 한 평자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최근 영화가 과거 액션 영화들과 대조를 이루는 걸 주목하며 그의 경력 중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고 언급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역시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연기 인생의 2막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애프터매스>는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다. 다음번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궁금하다. 그의 "I'll be back"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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