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강위원 성희롱' 피해자가 다시 나선 이유
[오마이뉴스 글:유성애, 편집:김지현]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김아무개씨와의 인터뷰, 그는 강위원(46)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 상임이사를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했다.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아무개씨는 고개를 저으며 "없다. 불출마와 사과 외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도 없이,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에 나가서는 안 된다"라는 주장이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는 광주 내 사회복지 활동으로 잘 알려진 강위원 이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김아무개씨를 만났다. 김씨는 애초 언론 앞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강 이사가 광주시 광산구청장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15년 전 성희롱 사건 백서 등 보도자료를 지난 3월 초 언론에 배포했다. 강위원씨는 이 사건이 알려진 후 지난 7일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김씨가 주장하는 피해사실은 이렇다. 2003년 4월 술자리 뒤 김씨 집에서, 동행했던 사람이 화장실에 간 사이 강 이사가 돌연 동의 없는 키스·포옹을 했다는 것. 강 이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1997년 학생운동 활동으로 강 이사를 알게 된 김씨는, 강 이사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일 때 한 대학 단과대의 부학생회장이었다(한총련 소속).
"성희롱 인정·사과하라" 주장에...'불출마' 강위원 측 "성희롱 아냐" 반박

이후 강 이사 측은 2월 27일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SNS를 통해 유포된 '2003년 강위원 사건'은 '미투운동'과는 다른 인격살인"이라면서 "강위원을 파렴치한 성범죄자인것처럼 단정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혀있다. "성희롱이 아니"라며 김씨의 주장을 '정치적 음해'라고 했다. 정치 공세이므로 억울하다는 얘기다.
이후 강위원씨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광산구청장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사건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애초 김씨가 강 이사에 요구한 것은 '성희롱 사건 사과'였다. 하지만 강 이사는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자취를 감췄다. 앞서 <오마이뉴스>의 취재 요청에 강 이사는 "좋지 않은 일로 부끄럽다, 밖이라 나중에, 늦게라도 전화하겠다"라고 답했지만,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 이사는 3월 현재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에 병가를 제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강 이사는 사건 백서의 정당성 그리고 성희롱 피해 주장 자체를 부인한다. "(당시 일은) 남녀 사이의 일이며 성희롱이 아니"라며 "(백서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비방행위"라고 알렸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김씨는 다른 입장이다. 그는 "강씨가 부정한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진 않는다"라고 재반박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자리엔 과거 사건 백서를 펴낼 당시 강 이사와 만나 면담했던 여성도 동석했다.
김씨는 인터뷰에서 "그쪽(강 이사 측) 반박문을 보니 오히려 저를 가해자로 모는 것 같더라, 당시 사건 백서만 내고 법적 처벌을 못한 이유는, 성희롱이 없어서가 아니라 강위원이 자해 시도를 한 뒤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며 "사과문을 낸다던 그가 잠적한 탓에 비대위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사건 백서를 내는 것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백서 들여다보니... "성희롱한 이유? 그래도 되겠거니 했다"

사건 백서에 따르면, 강 이사는 술자리 뒤 옮긴 김씨 집에서 김씨를 성희롱한 것으로 적혀있다. 동행한 지인이 화장실에 간 사이 "강위원이 피해자를 갑자기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안아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강씨는 이 일이 있기 전인 2003년 1월 술자리에서도 '뭐 저런 X이 다 있느냐', 같은 운동단체 사람들 앞에서 '그 X는 나를 괴롭히는 마녀'라고 말했다고 한다.
강 이사는 2003년10월 비대위와 만나 진행한 면담에서 동석한 2명 비대위원에 "이런 일로 만나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 잘못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이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한 비대위원이 강씨에 '왜 피해자를 성희롱했느냐'라고 묻자, 강씨는 "그래도 되겠거니 생각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A4용지 11쪽 분량의 면담록에 따르면, 강위원씨는 당일 술에 취해서 "그날 김OO(피해자) 집에 간 것은 기억이 안 나지만 성희롱을 한 것은 기억이 난다, 피해자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라며 "술을 마셔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때 강씨는 비대위원들에 질문을 되묻거나 자신을 변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 이사 측은 2월 27일 낸 반박문을 통해 "사건백서는 질문권·변호권·반론권이 차단당한 상태에서, 당사자(강위원)의 동의도 없이 만들어졌다" "비대위는 실체가 없다"라며 백서의 효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는 "'남녀 사이'였다는 강씨 주장이 황당할 뿐이다, 제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후배 관계였다"라며 "강씨가 제게 사과하겠다고 직접 연락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사과는 면피용일 뿐,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아본 적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김씨의 말이다.
"저는 이게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 2003년 사건 뒤 저는 운동 단체에는 가지 않게 됐다. 당시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거의 끊겼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됐다. 말로만 '진보·정의'를 외치는 사람은 절대 믿지 않는다. 강위원씨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길, 이제라도 당시 성폭력을 인정하고 사죄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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