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조문·조화 거절'에 숨은 구본무 회장의 뜻

이날 빈소를 찾은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에 사는 박태선(66)씨는 "구 회장과 별다른 친분은 없지만, 평소에 고인의 검소하고 올곧은 성품을 진심으로 존경해왔다"며 "국화꽃 한 송이만 놓고 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유가족과 LG그룹 관계자들은 장례를 치르는 이틀간 빈소 입구에서 조문객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바삐 이들을 돌려보냈다.
거절당한 것은 조문객만이 아니다. 수많은 조화가 다시 돌려보내 졌다. 21일에는 구 회장의 모교인 서울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보낸 근조기도 유가족 측은 정중히 거절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수행원 없이 홀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중앙포토]](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5/21/joongang/20180521164422418wiop.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지만, 임직원과 동행하지 않고 홀로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화환도 빈소에 놓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소박한 장을 치르겠다는 유족들의 뜻을 존중해 평소에 보내던 대형 근조 화환이 아닌 꽃바구니 형태의 화환만 보냈다.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는데 굳이 장례식장을 찾았냐고 탓할 수 없다. 우리의 정서가 잘 용납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굳이 가족장으로 한정해 조문을 받지 않은 고인과 유가족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과시적 장례 문화가 너무나 일반화된 까닭에 소박하고 조용하게 세상과 이별하겠다는 고인의 뜻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1998년 작고한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화장(火葬)은 당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생전에도 한국의 장묘문화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내 시신은 화장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만들어 사회에 기증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시 20%대였던 전국 평균 화장률도 2008년에 62%, 2016년 80%를 넘게 된 데는 최 회장의 역할이 컸다.
구 회장의 마지막 길은 떠들석하게 과시하는 걸 선호하는 우리의 장례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 줌의 재로 소박하게 떠나고자 했던 구 회장의 뜻이 그래서 아름답다.
하선영 산업부 기자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김경수, 매크로 시연본뒤 드루킹에 돈봉투 줬다"
- "트럼프, 文에 전화해 왜 당신과 북 얘기 다른가 물어"
- 관세청, 대한항공 협력업체 압수수색 "밀수품 발견"
- '골프 대디' 서희경 아버지, 인생2막은 식당으로 '성공'
- 그레이엄, 김정은에 경고 "트럼프 갖고 놀면 그땐.."
- "구본무 회장, 싼 술은 위선..중간 술 즐겨드시던 분"
- KTX 진상 고객 혼낸 공무원, 알고보니 김부겸 장관
- 美 50개주 방송국 조사까지, 방탄 팬덤은 치밀했다
- 울산·구미 아파트 포화..'마피 3000만원'까지 등장
- 드루킹, 구속되자 김경수에 "킹님이 잘못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