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일타강사' 전성시대 | 서점·방송가 찍고 자산시장 큰손 부상 年 수십~수백억 거뜬..'셀렙' 저리 가라

노승욱, 정다운 2018. 4. 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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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일타강사(잠깐용어 참조)’ 전성시대다. 강남 대치동, 노량진 등 학원가나 온라인 강의로 유명세를 떨치던 스타강사들이 요즘은 서점가, 방송가를 휩쓰는가 하면 자산시장의 큰손으로도 떠올랐다. 연예인 못잖은 그들의 명성은 이제 ‘셀러브리티’계의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했다. 탄탄한 콘텐츠와 걸출한 입담으로 수백만 학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일타강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요즘 TV를 켜면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자주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스타강사’ 중에서도 일등주자, ‘일타강사’들이다. 이들의 영향력은 학원가 울타리를 넘어선 지 이미 오래다. 이들이 책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TV에 나오면 시청률이 치솟는다. 한국사 일타강사로 명성이 높은 설민석 씨는 이제 수험생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국민 강사’로 정평이 났다. 지난해 인터파크도서 인터넷 독자 투표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부의 신’으로 유명한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는 또 어떤가. 대학생 때 교육봉사로 시작한 공부법 강의가 입소문을 타면서 ‘공부 멘토’로서 학생들 사이에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수능 사회탐구 일타강사 출신 최진기 씨는 요즘 인문학 강사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tvN 예능 ‘어쩌다 어른’을 통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지난해 ‘댓글 알바 의혹’으로 고발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최 씨는 “업계의 도를 넘은 다툼과 견제에 지쳤다”며 수능 강의에서 은퇴하고 인문학 강의에만 전념하고 있다.

스타강사 중에서도 1등으로 수강신청이 마감된다는 ‘일타강사’는 서울 학원가와 인터넷 강의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일부 일타강사는 수백억원대 부동산을 매입해 주목받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매경DB>
이런 와중에 최근 자산시장에서는 젊은 일타강사의 건물 매입이 화제가 됐다. 수리영역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우진 메가스터디 강사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4층 빌딩을 약 320억원에 매입했다는 것. 현 씨가 올 1월 말 사들인 대지 1034㎡, 지하 3층~지상 4층짜리 건물은 1층에 입점한 커피집을 제외한 임대료 수입만 월 4000만원에 달한다. 현 씨는 미국 스탠퍼드대 수학과 출신 강사로 고등학교 졸업 후 직접 입시 서적을 쓸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딱딱한 수학 문제를 유머와 비유를 섞어가며 설명해 집중도가 높고 수능에서 ‘킬러 문항(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어렵게 내는 문제)’에 잘 대비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1년부터 대치동 미래탐구 등 학원에서 수능 수리영역을 강의하며 수학 만점자를 100여명 배출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리논술 1인자로 불리던 여상진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 대표가 펀드 설정액 1조원, 임직원 20여명 규모의 중소 자산운용사인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인수하기도 했다. 일타강사가 서점가, 방송가를 넘어 자산시장에서도 연달아 홈런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타강사가 벌어들이는 연봉은 얼마나 될까.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학원과 수년간의 전속계약금과 학원 현장 강의료, 인터넷 강의 영상 매출, 교재 판매 인세와 연구비 등 다양하다. 한 일타강사는 “모든 스타급 강사들의 연봉은 매출 대비 일정 비율로 정해진다. 철저히 실적을 기반으로 한다. 정확한 연봉 액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강사료 수입이 꾸준히 하락세인데도 매년 소득세로 수억원씩 내고 있다. 물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의 30~40%는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속적으로 재투자를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만큼 일타강사가 되는 길은 연예인이 되는 것만큼이나 바늘구멍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학, 영어 등 주요 과목에서 일타강사가 되기 위한 경쟁률은 수천 대 1에 달할 만큼 치열하다고. 이 중에서 일타강사가 된 이들은 무엇이 다를까.

일반 강사보다 월등히 뛰어난 강의 콘텐츠, 그리고 귀에 쏙쏙 박히는 지루할 틈 없는 전달력이 핵심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일타강사는 자신만의 콘텐츠 개발을 위한 ‘싱크탱크’를 갖고 있다. 교수급인 문제 출제자의 수준에 대응하기 위해 억대 연봉을 주고 석·박사급 인재를 영입하는가 하면, 해외에 연구소를 설립, 시차를 이용해 24시간 Q&A 게시판을 운영하기도 한다. 깔끔한 이미지 관리를 위해 전속 매니저와 코디네이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두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살찌면 둔해 보일까 봐 꾸준히 운동하고 피부관리를 위해 금연하는 일타강사도 있다. 김기훈 쎄듀 대표는 “스타강사는 자기만의 콘텐츠 개발은 물론 외모나 언변, 목소리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만화 캐릭터 옷을 입고 나오는 것도 학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업계 관계자 얘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쯤에서 궁금증 하나. 일타강사한테 수업을 들으면 실제 학생들의 성적이 쑥쑥 올라갈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학생 하기 나름’이다. 물론 다른 강사들에 비해 일타강사의 콘텐츠와 강의력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제아무리 일타강사라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여상진 대표는 “일타강사에게 수업을 들으면 성적이 쑥쑥 오른다는 기대는 허상이다. 성적 향상은 학생한테 달렸다. 또 강사와 학생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가령 노력파 학생한테 기발한 공부 방법을 알려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학생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수업 방식의 일타강사를 찾아 열심히 공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는 일타강사들이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지난 3월 교육부가 통계청과 함께 발표한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 학생 수(학령인구)가 줄었는데도 사교육 시장 규모는 3.1% 커지며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일타강사들이 인터넷 강의를 통해 높은 수입을 거두기는 하지만 수강생이 많이 몰리는 때문일 뿐, 강의료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기훈 대표는 “수험생들이 몇몇 스타강사의 강의만 듣는 게 아니다. 학원, 과외, 입시 컨설팅 등 사교육 분야에 비하면 일타강사들의 비중은 다 합쳐도 5%를 넘지 않는다. 사교육비를 줄이려면 안정되고 간소화된 입시 제도와 공교육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만큼, 일타강사들은 우리나라 교육 제도에 대한 안타까움과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다. 여상진 대표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생기가 없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10년 이상 다닌 고등학생들은 눈에 띄게 활력이 떨어져 있어 안타까울 지경”이라며 “대학 입시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객관식으로 출제되니 사교육이 범람하는 것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처럼 논리력, 창의력, 사고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주관식 출제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훈 대표는 “사교육 시장은 철저하게 승자독식 구조다. 1%도 안 되는 일타강사들이 억대 수입을 올리는 이면에는 90% 이상 절대다수의 생계형 강사가 저임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금을 비롯한 어떤 사회적 보장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영어 학습서는 세상의 변화 속도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회화 교재에 수록되는 예문들 자체가 현재 일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들을 적극 담아내고, 멀티미디어와 연계한 학습서들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독해서도 실용문의 핵심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훈련, 어려운 인문학 텍스트를 쉽게 요약·활용할 수 있는 읽기 기술 훈련 등 다채로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영어 교과서나 수능·내신 중심의 수험서와는 반세기 정도 차이가 나 보인다”고 꼬집었다.

인터뷰 | ‘수리논술 1인자’ 여상진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 대표

출제자 눈높이 맞추려 박사급 싱크탱크 운영

여상진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 대표는 ‘수리논술’ 과목의 국내 대표 일타강사다. 대학 이공계 입시 전형에 수리논술이 도입된 첫해인 2007년 국내 최초로 수리논술 전문학원을 열어 이 분야의 최고봉에 올랐다. 최근에는 운용자산 1조원 규모 중소 운용사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약 200억원에 인수, 고학생들을 위한 저가 셰어하우스 ‘알레프’ 보급 사업에 힘쓰고 있다.

Q일타강사가 되기까지 과정을 말해달라.

A 처음에는 소수 정예 과외나 EBS 강의 정도만 했다. 그러던 중 수리논술 전형이 생기자 학원을 개업했다. 처음에는 콘텐츠 개발에 올인했다. 다른 학원들은 학원 강사 모집 사이트 ‘훈장마을’에 공고를 냈지만 나는 교수 모집 사이트 ‘하이브레인넷’에 공고를 냈다. 시험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출제자와 같은 수준의 박사급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연봉 1억원씩 주고 3명을 뽑아 콘텐츠 개발만 시켰다. 매출이 없던 개업 첫해에 연구비로만 3억원을 썼다. 박사들이 만든 문제는 다이아몬드 원석이다. 이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고 전하는 일은 내가 했다. 처음 1년간은 매일 새벽 3시에나 집에 들어갔다. 일타강사가 되려면 콘텐츠 개발, 적정 수준 문제로 가공(상품화), 그리고 전달력이 뛰어난 강의 등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보통은 입소문이 나기까지 5년까지도 걸리는데 나는 1년밖에 안 걸렸다. 처음에는 수리논술 전문학원이 우리 뿐이었는데 지금은 대치동에만 20여개가 생겼다. 그래도 처음에 시장을 선점하고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하고 있어 꾸준히 잘된다.

Q일타강사로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서울대 정시 논술을 앞둔 가난한 학생을 학교 담임 선생님이 데려와서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하더라. 나중에 서울대에 합격해서 감사하다며 케이크를 사왔다. 학생들이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보람을 느끼지만 내가 잘 가르쳐서 잘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적당히 훈련시켜주는 것일 뿐, 결과는 학생에게 달렸다.

Q저가 셰어하우스 ‘알레프’ 사업을 하는 것이 특이하다.

A 학원비 30만원을 받고 1000명에게 강의를 하면 한 달에 3억원씩 번다. 사교육 시장에서 쉽게 돈을 버는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덜 미안하기 위해 학생들을 위한 사업을 고민했다. 주변 시세 대비 30~40% 저렴한 셰어하우스를 지어 보급하려 한다. 오는 9~10월이면 신촌에 여학생 45명이 입주할 수 있는 알레프 1호점이 준공될 것이다. 3년 후에는 1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건대입구에 700명이 입주하는 30층짜리 대형 저가 셰어하우스를 지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에서 50만명에 달하는 고학생들을 모두 입주시켜 쾌적한 환경에서 살게 하는 게 목표다. 일타강사들이 많이 버는 만큼 각자 철학을 갖고 잘 쓰는 연구도 하면 좋겠다.

잠깐용어*일타강사 ‘1등 스타강사’의 줄임말. 인터넷 강의 개강과 동시에 가장 먼저 수강신청이 마감되는 인기 강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대치동, 노량진 등 학원가나 담당 과목에서 매출 1등을 맡는 대표 강사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4호 (2018.04.18~04.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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