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마크 찍힌 비닐만 배출? 전체 폐비닐의 절반 밖에 안 돼
일부 업체선 여전히 마크 고집

4일 오전 서울 A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는 B구청 명의로 배포한 ‘재활용품(비닐류·스티로폼) 분리배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비닐류는) 재활용 마크 있는 것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 마크가 없는 것과 재활용 마크가 있어도 이물질을 제거할 수 없는 것은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재활용 마크가 있는 비닐만 배출하라는 요구는 폐기물관리법(제68조 3항) 위반이다.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종량제 봉투에 넣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대해 B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현재는 재활용 마크와 상관없이 깨끗한 비닐은 수거하도록 하고 있다”며 “지난주에 재활용 마크가 찍힌 비닐만 수거하라는 안내문을 돌리긴 했지만, 수정한 안내문을 재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재활용 마크가 없어도 깨끗한 비닐은 재활용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재활용업체에 이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비닐 수집업체 중 일부는 여전히 재활용 마크가 찍힌 폐비닐이나 깨끗한 폐비닐만 수거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비닐 포장지에 표시된 재활용 마크는 식품·제과 등 제품 생산업체가 ‘생산자 책임 재활용(EPR)’제도에 따라 재활용 비용 분담금을 낸 경우다. 이 때문에 재활용 업체는 EPR 제도에 따라 재활용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는 비닐만 재활용하려 하고, 수집 업체에서도 재활용 마크만 있는 것만 수집하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재활용 마크가 표시된 비닐만 수거해서는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활용 마크가 표시된 비닐은 전체 폐비닐의 절반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EPR 방식으로 재활용된 비닐은 하루 875t 수준이지만, 재활용 분리수거를 통해 수집된 폐비닐은 하루 1700t이나 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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