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도시 집값 비교해보니-홍콩 센트럴 1억(3.3㎡ 기준) vs 서울 강남권 5천만 서울 소득 대비 집값 도쿄·뉴욕보다 비싸
지난해 국내 언론을 들썩이게 한 아파트가 있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펜트하우스가 국내 아파트 중에는 최고가인 105억3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전용 136㎡ 두개 층(30~31층)이 한 집인 복층형 펜트하우스로 국내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100억원을 넘은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분양면적(268㎡) 기준으로 3.3㎡당 1억3000만원이다.
최고가 사례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집값은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그리 높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집값, 특히 그중에서도 서울 집값은 베이징, 도쿄 등 이웃나라 대도시와 비교해 어느 정도로 높을까. 나라마다 주된 주택 형태, 통계 분류 방식이 달라 국가 간 집값 비교는 쉽지 않다. 다만 세계 국가와 도시의 비교 통계 정보를 제공하는 ‘넘베오(NUMBEO)’의 절대 집값,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 등을 참고하면 서울 집값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소득 대비 집값 베이징·런던보다 낮아
넘베오 2018년 2월 자료에 따르면 280개 도시 가운데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홍콩이다. 도심 아파트값만 9750만원(이하 3.3㎡당)이다. 홍콩에 이어 도심 집값이 두 번째로 비싼 도시는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도시국가 싱가포르(6830만원)다. 이어 3위 영국 런던(6820만원), 4·5위 중국 베이징(5990만원)과 상하이(5733만원), 6위 스위스 취리히(5594만원) 등이다. 세계 경제 수도로 통하는 미국 뉴욕(7위)은 도심 집값이 천정부지로 높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3.3㎡당 4815만원이었다. 다만 뉴욕 집값은 맨해튼뿐 아니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등 뉴욕주(州) 여러 도심을 포함한 가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 서울 도심 아파트값은 3.3㎡당 평균 4683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위 스위스 제네바(4806만원), 9위 중국 선전(4805만원)에 이어 세계에서 10번째로 3.3㎡당 아파트값이 높다. 이웃도시인 일본 도쿄 도심 집값(3860만원)은 19위로 서울보다 낮다.
물론 절대가격보다 중요한 것은 집값이 그 도시에 사는 수요자가 감당할 만한 수준이느냐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집값이 비싼지 아닌지는 가구별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을 지표 삼아 비교·판단한다.
넘베오에 따르면 올해 세계 도시 가운데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베네수엘라 카라카스(200.48)다. 그간 매년 최고 PIR을 나란히 기록하던 중국 베이징(2018년 2월 기준 1위 49.75), 상하이(2위 43.05), 홍콩(3위 41.43), 선전(4위 40.26)을 일순간에 제쳤다.
카라카스 PIR(200.48)대로라면 이곳 국민은 200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카라카스 3.3㎡당 아파트값은 507만원. 여느 선진국 도시보다는 싸지만 국민 1인당 세전소득이 월 3만5676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연간 수백 %의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며 국민 삶이 피폐해진 상황이다. 단, 편차가 워낙 큰 탓에 이번 순위에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는 제외했다. 같은 원리로 베이징에서는 집을 한 채 마련하려면 49.75년, 상하이에서는 43.05년이 걸린다.
영국 런던(8위 23.07), 싱가포르(9위 22.47) 등 선진국이나 이탈리아 로마(14위 20.65), 태국 방콕(15위 20.49) 등도 서울(23위 19.33)보다 높다. 독일 뮌헨(43위 15.41), 일본 도쿄(71위 13.28), 미국 뉴욕(81위 12.49)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소득을 모아 집을 마련할 여건이 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23위가 높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서울보다 PIR이 높은 도시로 베이징, 상하이, 런던, 로마 등 세계 주요 도시가 고루 포함돼 있다. 즉 서울 주택 가격이 체감상 높지만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도시 고가 단지 비교
▷런던·뉴욕 평당 5억원 육박
Home is where the heart is. 집은 마음(heart)이 머무르는 곳이라지만 세계 몇몇 도시 중에는 집값을 듣기만 해도 심장(heart) 철렁해지는 곳이 있다. 세계 대도시 아파트의 최고가 아파트는 얼마일까.
런던 최고가 아파트는 ‘199 나이트브릿지’다. 1396㎡ 크기의 이 초대형 주택은 시티AM이 지난해 4월 9000만파운드(약 1375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기존 런던 최고가 아파트였던 ‘21 체샴플레이스(523㎡)’의 거래액(4601파운드, 당시 환율 기준 약 791억원)을 뛰어넘었다. 그 외에 가장 비싼 아파트로 많이 회자된 ‘원 하이드 파크(One Hyde Park)’가 있다. 이 아파트는 2012년에 거래된 적이 있는데 321㎡의 집이 2500만파운드,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455억원에 이르렀다. 3.3㎡당 가격은 4억6858만원이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는 센트럴파크 사우스의 펜트하우스가 2억5000만달러로 책정됐다. 매매 당시 환율로 약 3000억원이다. 펜트하우스인데 연면적이 2137㎡니 3.3㎡당 가격이 4억6407만원에 이른다.
도쿄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파크코트 아카사카 히노키초 더 타워’다. 지상 44층짜리 건물로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하는데 도심 내 대형 복합시설인 미드타운 가까이에 지어지는 중이다. 평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고 분양가는 15억엔(약 151억원)으로 책정됐다. 버블기 이후 최고가다.
베이징에서는 ‘타이허-중궈위엔즈’가 제일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632.93㎡ 규모 주택이 최고 3억위안(약 516억원)에 분양됐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무려 2억6909만원에 이른다.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도 지난해 11월 부촌인 피크 지역의 마운트 니컬슨 단지에서 거래된 아파트 두 채(11억6000만홍콩달러)가 지난해 거래된 주택 중에서는 가장 비싸다. 이 가운데 425㎡ 규모의 아파트는 6억홍콩달러(약 840억원), 394㎡는 5억6000만홍콩달러(약 784억원)에 팔렸다. 이외에 지난 2016년 피크 지역 초호화 저택(856㎡)이 21억홍콩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20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中 다주택자 제한, 美 담보대출 옥죄기
집값 과열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로 집값 잡기에 나선 국가도 있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시진핑 주석이 꺼낸 ‘집은 거주 공간이며 투기 대상이 아니다(房住不炒)’라는 말은 중국 주택 정책 지침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초기 계약금을 인상하고 다주택자 부동산 매입에 제동을 걸었다. 올해 들어서도 부동산 용도변경 제한과 판매 제한 등 공급 중심 규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는 최근 문재인정부 정책 방향과도 흡사해 관심을 끈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같지만 그 방식은 조금 다르다.
중국은 다주택자에게 ‘서우푸(首付)’ 비율을 차등 적용한다. ‘서우푸’는 우리말로 선불금이나 초기 계약금 정도로 해석 가능하다. 구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일시불로 선납입해야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집을 살 때 적용받는 서우푸 비율이 35%라면 3500만원은 먼저 일시불로 계산해야 하는 식이다. 1주택자와 2주택자는 이 서우푸 비율에 차이가 있다.
베이징시를 예로 들어보자. 베이징에서 1주택자는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주택·상업용 부동산과 대출 기록이 없는 자다. 1주택자는 주택용 부동산을 살 때 선불금으로 최고 35%를, 비주택용 부동산은 최고 40%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2주택자는 주택용 부동산은 선불금을 최고 60%, 비주택용은 최고 80%까지 내야 한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최근 보유세 신설도 결정했다. 현재 중국에는 부동산 거래세만 있을 뿐 보유세를 비롯한 재산세는 없다. 2011년 상하이와 충칭에 재산세를 시범 도입했지만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지는 않고 있었다.
홍콩은 부동산 시장 안정 카드로 ‘인지세’를 활용하고 있다. 인지세는 부동산 임대차와 매매·양도에 모두 적용되는 세금으로 월평균 임대가격이나 부동산 거래금액의 일정 비율을 납부해야 한다. 홍콩 정부는 부동산 매매·양도 시 1.5~4.5% 수준이던 인지세를 최근 1.5~8%까지 인상했다. 또 첫 구매가 아닌 다주택자와 법인에는 인지세를 15% 일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영국도 인지세를 최근 상향 조정했다. 2010년부터 부동산 첫 구입자에게 인지세 감면 혜택을 줬던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감면 기준을 기존 12만5000파운드에서 30만파운드로 강화했다.
미국과 스웨덴은 대출 제도를 손봤다. 지난해 말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공제 상한액을 100만달러에서 75만달러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부동산을 포함한 재산세 공제액도 1만달러로 제한했다. 스웨덴은 지난해 대출금이 집값의 50%가 될 때까지 매해 원금을 1~2%씩 의무 상환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결과가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뉴욕 맨해튼 부동산 평균 매매가격은 2년 만에 처음으로 200만달러 밑으로 빠졌다. 스웨덴 집값도 최근 3개월 새 8% 급락했다.
▶부동산 과열 속 그들이 사는 법
▷英공유주택·獨임대주택 활성화
서울보다 집값이 더 비싼 도시 주민이 천정부지 치솟는 집값을 견디고 살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 런던에서는 ‘공유주택(Co-living)’이 대중적인 주거 방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공유주택은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며 부엌이나 화장실 등 일부 시설은 공유하지만 침실은 따로 사용하는 주거 형태다. 런던 공유주택에 거주 중이라는 이민정 씨는 “입주민끼리 서로 친해질 수 있는 파티도 열고 청소도 해주는 등 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헬스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관리비와 생활비가 월세에 포함되기 때문에 계산도 간편하다. 젊은 직장인과 학생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홍콩 역시 런던처럼 ‘동거’를 통해 집값 부담을 덜고 있다. 홍콩 대부분의 젊은 연령층은 결혼 전까지 부모님 집에서 함께 거주한다. 외국인이나 학생은 아파트를 빌려 공유하는 형태로 월세 부담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한집을 사용하지만 방만 따로 쓰는 식이다.
독일 뮌헨은 저소득층 부동산 지원정책 일환으로 ‘뮌헨 모델(Muenchen Modell)’이라는 임대주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시에서 보유 중인 토지를 건설사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후 해당 토지에 지은 주택 일부(약 20%)를 저렴한 가격에 팔거나 임차하는 모델이다. 가격은 일반주택 대비 30~40% 저렴한 수준이다. 다만 뮌헨 모델을 통해 구입한 주택은 25~40년간 판매나 임대를 금지해 투기에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
값싼 소형 주택 보급으로 돌파구를 찾는 나라도 있다. 일본에서 유행 중인 ‘모듈러 주택’이 대표적이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제작한 주택 자재와 부품을 현장에서 조립해 짓는 주택으로 공사 기간이 짧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은 2015년 기준 단독주택 20% 이상이 모듈러 주택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미 1000만가구 이상이 살고 있다고 추산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미국도 비슷하다. ‘Tiny home’이라 불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초소형 주택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다.
원래 독일에서는 한국처럼 아파트 단지들이 몰려 있는 곳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연립주택(Wohnung)이나 단독주택(Haus)이 일반적인 주거 형태다. 하지만 최근엔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KOTRA 뮌헨무역관 관계자는 “주택난에 신음하는 1인 가구나 학생을 위한 원룸, 투룸짜리 소형 주택 공급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6호 (2018.02.21~2018.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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