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탈 수 없는 새마을호, 그 마지막 순간
[오마이뉴스 박장식 기자]
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수많은 철도 동호인들이 카메라나 핸드폰을 들고 열띤 촬영의 열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아이를 데리고 나와 새마을호의 마지막을 기다렸던 시민이나 가족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여러 철도동호회가 하나되어 새마을호의 마지막을 기리는 행사를 열었다. 4월의 마지막 날 용산역의 모습을 담았다.
사상 초유 '열차 포토라인'

이번 행사에는 국내 철도동호회 중 규모가 큰 다섯 곳이 연합하여 개최하였는데, 몇몇 사람들이 안전선을 넘는 것을 막으려 주최자들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맞은편 승강장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새마을호의 등장을 고대하고 있었다. 11번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이상준씨는 "이제 새마을호가 들어오면 더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운 마음이 크게 든다. 새마을호 객차는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면서 사람들의 추억을 되살렸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윽고 11시 10분 경, 열차 도착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천천히 승강장으로 열차가 진입했다. 멀리 익산에서 장항을 거쳐 용산까지 4시간을 달려온 1160 새마을호 열차는 특유의 기적소리와 함께 역 정지선에 맞춰 정차했다. 동시에 커다란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열차의 앞부분 기관차에는 '종운'이라고 씌어진 헤드마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감동적 '마지막 승무신고', 위험천만 순간도

열차 안에서부터 종운행사에 함께한 사람들이 열차에서 내리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열차의 모습과 함께했고, 반대편 승강장에 새마을호의 후계열차인 ITX-새마을 열차가 들어서면서 마치 왕위를 계승하는 듯한 모양새로 사람들에게 미묘한 감정을 선사했다. 시민들 역시 새마을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기관사와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몇몇 사진사가 철로 아래로 내려들어 포즈를 잡았는데, 10번 플랫폼 앞 선로를 넘어 서울역으로 바로 향하는 열차가 사용하는 통과선까지 점령했다. 주최자들이 황급히 계도하며 승강장 위로 올라가는 순간 화물열차가 빠른 속도로 통과했다. 사진 욕심이 자칫 참사를 부를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얀 장갑 흔들며 마지막 인사

이날 놋치(기관차의 엔진을 조절하는 장치)를 잡은 손영상 기관사는 "13년 간 열차를 운행하며 장항선을 주로 오갔는데, 그 덕분인지 이렇게 마지막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하며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기관사로서 행운이고 영광인 일이다. 철도 동호인들의 밤 늦은 열정에 대단히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 열차의 출발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기념 승차권을 나누어주고, 행사 도우미 역할을 자처했던 이근행씨는 "사람들이 한 열차를 보내려 이렇게 많이 모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마을호의 커튼콜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다는 생각에 너무 벅차 눈물이 났다"며 눈가를 훔쳤다.
모든 것들은 사라진다, 하지만 아름답게 사라진다

모두가 타기 어렵다고 꼽던 특급열차에서 추억의 열차로, 그리고 무궁화호와 KTX 사이에 낀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모든 이의 박수 속에 화려하게 떠난 새마을호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또 사람처럼 후계열차인 ITX-새마을에 자리를 넘기면서 죽어서도 이름을 남긴 셈이 되었다.
역사의 영역으로 들어간 새마을호는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한국 경제성장기의 정점을 찍던 80년대와 90년대를 상징하는 열차로 평가를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자체로 안락한 좌석과 빠른 속도를 지닌 호화열차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새마을호가 역사의 중요한 지점 한 페이지를 장식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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