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모 1년새 18명 떠나.. 권력 암투장 백악관

이철민 선임기자 기자 2018. 3. 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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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갈등의 웨스트윙]
'문고리 권력' 힉스 공보국장 사임, 캠프 출신 초대참모만 8명 물러나
"예측불허, 일관성 없어 보이는 보스.. 부하들은 법적책임 피하려고 할뿐"
NYT '트럼프가 혼돈 자초'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딸 부부인 이방카·재러드 쿠슈너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간 대립, 대통령 보고서의 길목을 지키던 비서의 '가정폭력' 전력(前歷) 폭로 및 사임…. 끝없는 백악관 참모들의 불화·추문 속에 대선 캠프 때부터 함께했던 호프 힉스 공보국장까지 지난달 28일 그만두자 웨스트윙(West Wing·백악관 참모들 근무 공간)의 '붕괴(meltdown)' '혼돈(chaos)'이란 말이 미 언론에서 나온다.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 웨스트윙으로 옮겨온 초대 참모 중에서만 벌써 8명이 사임하거나 경질됐다. 공보국장 자리를 거쳐 간 사람은 힉스까지 4명째다. 스티븐 배넌(백악관 수석전략가)·라인스 프리버스(초대 비서실장) 등 지난 1년 새 그만두거나 경질된 백악관 고위 참모를 모두 합하면 18명에 달한다. 후속 '이탈·경질' 후보 참모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틀 뒤인 지난해 1월 22일, 트럼프 참모진들이 백악관에서 열린 임명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들 중 8명이 사임하거나 경질됐다. /뉴욕타임스

트럼프는 평소 자신은 "'혼돈'에서 번창하고 '혼돈'이 조직 관리의 원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혼돈의 경영 스타일 속에 '약한 자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백악관 참모 간의 치열한 권력 암투와 잇단 사임이라는 혼돈은 트럼프가 자초한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

지난달 말 전격 사임한 힉스는 트럼프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반대 의견도 낼 수 있는 인물이었다. 2014년 이방카 트럼프의 회사에서 홍보 업무를 맡은 것을 계기로, 2015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언론 담당 보좌관으로 합류했다. 힉스는 이때 트럼프의 전적인 신임을 얻어, 작년 9월엔 28세의 나이로 공보국장에 파격적으로 발탁됐다. 트럼프가 딸·사위 외에 속을 털어놓는 인물로 꼽힌다. 백악관판 '문고리 권력'이었던 셈이다.

힉스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하원의 한 청문회에서 "대통령에 대해 종종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한 다음 날 사임했다. 그는 지난달 '가정 폭력' 전력이 드러나면서 사임한 롭 포터 백악관 전 비서와 교제 중이다. 이 추문이 처음 폭로되자, 힉스는 '사랑'을 우선시해서 포터에 대해 '호의적인' 의견을 켈리 비서실장에게 전달해 문제 해결을 꼬이게 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트럼프는 또 딸 부부와 대립하는 켈리 비서실장은 물론, 사위 쿠슈너에 대해서도 갈수록 미심쩍어한다고 한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쿠슈너 가족의 러시아 비즈니스를 둘러싼 논란이 자신에게 정치적 약점이 되는 것을 우려한다. 켈리 실장이 쿠슈너에 대한 '1급 기밀' 접근권을 차단시킨 조치도 정치적 '짐'이 됐다고 본다.

켈리 비서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완벽한 신임을 얻고 있는 건 아니다. 작년 7월 '백악관 질서 회복'의 임무를 띠고 들어간 그로서는 '웨스트윙' 최고 관리자로서의 역할과, '가족'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길 바라는 대통령의 뜻 사이에서 손발이 묶인 느낌이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토로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쿠슈너의 기밀 접근 권한 강등에 대해 "전적으로 켈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봉급도 안 받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쿠슈너를 위해 (켈리가) 올바른 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 속에 가시를 담았다.

백악관 참모들은 딸 이방카가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미국 대표단장으로 갔을 때도 "북핵 위기로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한 곳에, 마치 이탈리아 올림픽 폐회식에나 참석하듯이 딸이 단장으로 간다"고 수군거렸다. 트럼프가 때때로 딸·사위 부부는 백악관에서 떠나야 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계속 특별 대우를 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크리스토퍼 러디 뉴스맥스 미디어 대표는 NYT에 "트럼프는 아주 소수의 동료와, '적자생존'의 시행착오를 거치는 경영 스타일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NYT는 "예측 불허에, 일관성 있게 의제를 추진하는 데는 별 뜻이 없어 보이는 보스 밑의 부하들은 백악관이 통제 불능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생각과 '내분(infighting)'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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