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공장 살려라" 쉐보레 크루즈 가격 내린 속내는?
쉐보레 크루즈가 출시 50일 만에 몸값을 내렸다. 자동차 업계에서 연식변경·사양변경 후 가격을 조정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사양 조정 없이 갓 출시된 신차의 가격을 내리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신형 크루즈는 지난 1월 출시됐다. 지난해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크루즈도 준중형 시장의 판도를 바꾸리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비싼 가격대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신형 크루즈는 1890만원부터 시작해 1410만원부터 시작하는 아반떼보다 훨씬 비쌌다. 풀옵션 가격은 2848만원으로 중형 모델과 맞먹었다.
생산 일정도 삐걱거렸다. 당초 1월 생산에 돌입해 2월 초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에어백 품질 문제가 터지면서 출고가 한 달가량 늦어진 것. 고가에 대한 불만과 초기 품질 불안으로 크루즈가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격을 최대 200만원이나 내린 한국GM의 결정은 크루즈의 신차효과를 되살리기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출고에 즈음해 가격 인하를 발표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한 것.
한국GM 관계자는 "당초 상품성 향상으로 구형 대비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경쟁모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생각한다"며 "배기량이 비슷한 현대 i30와 비교해 성능도 더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신차 출시 직후 가격을 내리는 건 소비자가 추가 인하를 기대해 구매를 꺼리게 만들 수 있어 상당히 위험한 전략이다. 그럼에도 한국GM이 칼을 빼든 데에는 소비자 불만 외에도 여러 사정이 얽혀 있다.
크루즈를 생산하는 한국GM 군산 공장은 가동률이 60%도 안 된다. 신형 크루즈 판매가 저조하면 존폐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GM이 오펠과 복스홀을 PSA에 매각해 한국GM의 생산물량 감소도 피할 수 없게 됐다.
GM은 몸집을 줄이고 고수익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북미 외 지역의 계열사와 생산 설비를 정리 중이다. 생산성 낮은 한국GM이 구조조정을 피하려면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내수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한국GM은 스스로 존재의의를 증명하고 군산공장을 지키려 크루즈 성공에 사활을 걸었을 것"이라며 "가격을 낮춰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점유율 확대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욱 에디터 jw.lee@globalms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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