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나는 깨끗하다"..'해충' 바퀴벌레가 억울한 까닭은?

글=최은혜·이다진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 스튜디오) 동행취재=이웅찬(경기 무원초 4)·박민혁(경기 구봉초 4)·박준혁(경기 구봉초 6) 학생기자

흔히 알고 있는 모기, 파리, 바퀴벌레는 왜 해충이라고 불릴까요. 사람을 물고, 밥상에 자꾸 날아들어 귀찮게 하고, 징그럽게 생겨서 소름 돋게 하고, 무엇보다도 병균을 옮기죠. 매년 수십만 명을 죽게 하는 말라리아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는 모두 병균을 가진 모기를 통해 감염됩니다. 여러분이 아기였을 때 따끔한 일본뇌염 예방주사를 맞은 것도 일본뇌염 모기에 물릴 경우를 대비하는 거랍니다.
어떤 해충은 애써 기른 농작물을 먹어치워서 ‘나쁜 벌레’로 손가락질받아요. 벼메뚜기와 갈색거저리 애벌레(밀웜), 배추흰나비 애벌레 같은 것들이죠. 이 벌레들이 마음껏 식사하도록 그냥 놔둔다면 사람이 먹는 식량의 3분의 1은 사라져버리고 말 겁니다. 꽃을 시들게 만드는 곤충도 있어요. 진딧물은 식물의 진액을 빨아먹어서 식물이 영양분을 뺏기고 말라죽게 만듭니다. 우리가 먹어야 할 쌀과 밀가루, 배추 등 식량을 빼앗아가고 정원에 가꾼 예쁜 장미와 숲의 멋진 나무들을 죽게 하는 이 녀석들, 당연히 해로운 곤충이라고요?
그렇다면 이로운 곤충, 다시 말해 익충(益蟲)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땅속·물속의 오염물질을 청소해주고,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음식이 되어주고, 또 꽃이 필 수 있도록 꽃가루를 이쪽저쪽으로 옮겨준다면 익충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겠죠? 그런데 잠깐. 모기, 파리, 바퀴벌레, 벼메뚜기, 거저리, 배추흰나비 등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걸요!

사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해충’은 없어요. 우리가 해충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구가 아닌 사람을 기준으로 놓기 때문이죠.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는 곤충일지라도 자연에는 이로운 일을 하기도 하니까 해충인지 익충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워요. 자연 속에서는 모든 벌레가 반드시 있어야 할 소중한 생명체들이죠. 우리가 집에서 보는 바퀴벌레는 야생에 사는 바퀴벌레의 10분의 1도 안 됩니다. 산 속에 사는 바퀴벌레들은 썩은 나뭇잎과 곰팡이 등을 먹고 살아요. 해충인 줄만 알았던 녀석들에게 누명을 씌운 것만 같아 왠지 미안해지네요.
곤충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알고 보면 인간이 초래한 결과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하루살이와 깔따구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산책하기 불편하고 징그럽다고 싫어하는데요. 더러운 물을 좋아하는 하루살이와 깔따구가 많아진 건 우리가 하천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또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동안 남쪽 지방에만 살던 말매미가 눈에 띄게 많아지기도 했는데요. 말매미는 매미 중에서도 울음소리가 큰 편에 속해 소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검역’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친구라면,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밖으로 나가기 전에 검역하는 모습을 봤을 텐데요. 가공되지 않은 채소나 과일, 화초 같은 식물과 육류 등은 해외에서 가지고 들어오면 안 됩니다. 과일 안에 숨어 있던 벌레 등이 우리나라 생태계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외국에 갔다가 돌아올 때에는 가방이나 옷 등에 자신도 모르게 벌레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또, 곤충과 함께 살아가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징그럽고 불편하다고 해서 농약이나 살충제로 벌레를 모두 죽인다면 그 벌레들이 주는 이로움도 받을 수 없게 돼요. 농약은 천적들도 같이 죽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천적이 없어진 벌레들이 살아남아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많아질 수도 있고요. 상추쌈을 먹다가 혹은 과일을 먹다가 조그만 벌레가 붙어있는 걸 본다면 ‘아, 농약을 많이 쓰지 않고 기른 거구나’ 생각하고 이해해주면 어떨까요. 우리가 지구에서 사는 동안은 벌레와 함께 사이좋게 살아나가야 하니까요.

로우틴을 위한 신문 ‘소년중앙 weekly’ 구독신청 02-2108-3441 소년중앙 PDF 보기 goo.gl/I2HLMq 온라인 소년중앙 sojoong.joins.com 소년중앙 유튜브 채널 goo.gl/wIQcM4
▶ "박근혜 정부, 2015년 회담 결렬후 김정은 살해 계획"
▶ 文, 李총리와 오찬 '집안단속'···안경환 사퇴 후임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