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의 숨은 진주..120d 쿠페
BMW 120d 쿠페를 타보니, 형만 한 아우가 아닌 형보다 뛰어난 아우가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120d 쿠페는 BMW의 가장 작은 차량이다. 작은 차체임에도 후륜구동 방식과 2.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돼 강력한 주행 성능과 우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성능과 가격대를 따진다면 단연 최고다. 잘나간다는 쿠페를 모아놔도 전혀 위축될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쿠페지만 소형세단으로 분류돼 보험료 할증도 없어 경제적 이득도 크다.
전 차종이 스포츠세단이라는 BMW 집안의 막내, 120d 쿠페 스포츠를 시승해보았다.
◆작지만 다부진 몸매…완벽한 밸런스의 120d 쿠페
120d 쿠페에도 키드니 그릴, 엔젤아이 등으로 대변되는 BMW의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하지만 다른 모델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BMW 특유의 강렬하고 날카로운 모습보다는 두루뭉술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풍긴다. 차체에 비해 다소 큰 헤드램프 때문인지, 2도어 쿠페여서 그런지 가분수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얼핏 보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많이 쏠려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120d 쿠페는 전후좌우 완벽한 무게배분을 갖춘 차량이다. BMW의 여러 차량이 그러하듯 120d 쿠페도 엔진을 최대한 깊숙하게 장착했다. 운전석 바로 앞에 엔진이 놓여있는 셈이다.
정확한 무게 배분은 주행성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초반 급가속, 고속주행에서의 급제동 등 여러 돌발 상황에서 안정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코너링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BMW의 완벽한 무게배분은 후륜구동 방식과 합쳐져 매우 정확하고 날카로운 코너링을 가능케 한다.
◆생각보다 넉넉한 실내…장시간 뒷좌석 탑승은 비추
운전석과 조수석은 320d와 비슷한 수준이다. 좁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세미버킷 스타일의 가죽시트는 코너에서 몸을 잘 지지하고 안락한 느낌을 준다. 등받이의 깊이, 좌석의 높낮이는 물론 무릎부분의 조절도 가능해 자신에게 꼭 맞는 시트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120d 쿠페 스포츠에는 스포츠 스티어링휠이 지원되고 있다. 스포츠 스티어링휠은 그립감이 매우 뛰어나고 패들시프트도 장착돼있어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시켰다. 반면, 전동식 텔레스코픽 기능이 빠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뒷좌석 공간은 성인 남자가 장시간 탑승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머리 공간의 여유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다리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이다.
◆120d 쿠페는 지칠 줄 모른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징키스칸이 아시아, 유럽 등 거대한 영토를 정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몽골 특유의 말(馬)을 뽑곤 한다. 유럽 종마에 비해 작지만 다부진 몽골말은 빠르고 날렵하며 지구력이 강하다.
120d 쿠페는 몽골말과 매우 닮아있다. 일단, 빠르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가진 2.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돼 작고 가벼운 차제를 끊임없이 밀어준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도 높은 토크가 발휘돼 몸으로 느껴지는 가속감은 놀라울 정도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즉시 반응이 온다. BMW측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7.6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핸들링은 BMW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BMW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핸들링으로 정평이 나있다. 후륜구동 방식과 정확한 무게배분이 덕분이다. 120d 쿠페는 차체가 작기 때문에 더욱 민첩하고 익사이팅한 느낌을 준다. 묵직한 스티어링휠은 고속에서도 정교한 코너링을 가능케 하며 우수한 제동력, 단단한 서스펜션도 한몫 단단히 거든다.
하지만, 서스펜션의 세팅이 매우 단단하게 돼있어 승차감에 있어서는 아쉬운 모습이다.
120d 쿠페는 지칠 줄 모른다. 무리한 고속 주행, 잦은 급제동, 쉴 새 없이 기어를 변속하며 코너링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 브레이크가 다소 지칠 만도 한 대 끝까지 잘 버틴다.
◆1등급 연비…고속도로에서는 리터당 20km에 가까워
120d 쿠페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6.5km로 1등급 연비를 자랑한다. 다이내믹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쿠페임을 감안했을 때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시내나 국도를 빠른 속도로 주행했을 때 리터당 14km 정도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인연비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수치였지만 고속도로에서 정속으로 주행했을 때는 공인연비보다 우수한 리터당 19km 정도를 기록했다.
BMW 120d 쿠페를 시승하고 나니, 서글퍼 지는 기분도 들었다. 국산 차량 중에서 비교할 정도의 소형쿠페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기아 포르테쿱이나 현대 벨로스터 등은 디자인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뛰어난 주행성능을 갖추지 못한 느낌이다. GDi 터보엔진이 장착될 것이라 하지만 토크가 높은 디젤 엔진 장착도 고려해볼만 하다.
120d 쿠페는 3970만원의 일반 모델과 4390만원의 스포츠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스포츠 모델은 썬루프, HID 헤드램프, 앞좌석 전동시트, 패들시프트 등이 기본으로 장착된다.
김상영 기자 young@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 www.top-r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