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4번타자에게 주어진 '건강'이란 미션

양형석 2017. 1. 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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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생애 최고 시즌 보낸 윤석민.. 자나깨나 부상조심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지독한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6년 KBO리그에는 무려 40명의 3할 타자가 탄생했다. 그리고 준수한 중심 타자의 기본스탯이라 할 수 있는 80타점을 넘긴 선수도 30명이나 된다. 한 시즌에 많은 타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자신의 타석 앞에 최대한 많은 주자가 출루해야 하고 둘째로 본인이 최대한 많은 타석에 서야 한다.

작년 80개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박건우(83개)나 허경민(81개, 이상 두산 베어스)처럼 테이블 세터 혹은 하위타선에서 활약한 선수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각 구단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한 선수들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절대다수는 100경기 이상 주전으로 출전하며 규정 타석을 채웠다. 쉽게 말해 많은 경기에서 중심타선으로 출전한 선수들에게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작년 시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80타점을 넘긴 선수가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홈런(19개)을 때려낸 선수이기도 하다. 이제 이 선수에게 남은 유일한 과제는 부상없이 건상하게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기록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 뿐이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새로운 4번타자 윤석민이 그 주인공이다.

두산의 리틀 김동주, 트레이드 후 2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
 윤석민은 넥센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변함없는 장타력을 과시했다.
ⓒ 넥센 히어로즈
구리 인창고 1학년 시절부터 봉황대기 홈런왕을 차지하며 장타력을 인정받았던 윤석민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전체20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두산에서는 강한 어깨와 장타력을 두루 겸비한 윤석민을 '두목곰' 김동주(은퇴)의 후계자로 점찍었다(물론 당시 전국 무대에서 '리틀 김동주'로 명성을 떨치던 타자는 KIA 타이거즈에 지명된 광주 동성고의 김주형이었다). 

입단 후 4년 동안 대선배 김동주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출전 기회도 갖지 못하던 윤석민은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2010년 복귀했다. 2011년 1군에서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7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윤석민은 인창고 시절의 은사였던 김진욱 감독(kt위즈)이 부임한 2012년 드디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김동주가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팀의 주전 지명타자로 나선 윤석민은 10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 10홈런4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6월 2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류현진(LA다저스)과 정민혁(은퇴), 마일영을 상대로 3개의 홈런을 터트리는 '인생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부상에 시달리며 21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3년 11월 26일 장민석(한화, 개명 전 장기영)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이적했다.

두산 시절부터 고질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았던 윤석민은 넥센에서도 김민성에 밀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2014년 정규 리그에서 10홈런을 터트리며 펀치력을 과시한 윤석민은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1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역전 3점홈런을 터트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염경엽 감독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윤석민에게 유격수 변신을 지시했다.

하지만 3루 수비도 버거워하던 윤석민에게 유격수는 너무 과한 미션이었다(결국 유격수에는 김하성이라는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지명타자 겸 대타요원으로 돌아온 윤석민은 8월까지 타율 0.294 14홈런71타점으로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었지만 27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본인이 친 파울타구에 맞아 새끼발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다. 포스트시즌에 복귀한 윤석민은 큰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고 넥센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패하며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박병호가 떠난 넥센의 4번타자 등극... 잦은 부상이 '옥에 티'
 윤석민이 부상 없이 풀 시즌을 소화한다면 기록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 넥센 히어로즈
2016년 넥센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1루 자리가 공석이 됐다. 윤석민의 무혈입성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1루와 외야를 겸하는 외국인 선수 대니 돈과 트레이드를 통해 채태인이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윤석민은 설상가상으로 4월5일 한화전에서 상대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던진 공에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반을 결장했다.

부상 때문에 5월까지 1홈런 4타점으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던 윤석민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넥센의 4번타자로 나서며 불방망이를 내뿜기 시작했다. 6월에만 타율 0.3337 4홈런 18타점을 기록하며 시동을 건 윤석민은 7월 한 달 동안 타율 0.347 8홈런 23타점을 쓸어 담으며 넥센의 붙박이 4번타자로 자리를 굳혔다. 8월에는 주루 플레이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해 열흘 간 1군에 빠져 있기도 했지만 복귀 후 4홈런28타점을 적립하며 시즌 80타점을 채웠다.

정규리그 92경기에 출전한 윤석민의 2016년 성적은 타율 0.334 19홈런 80타점 7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65. 그야말로 모든 지표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윤석민은 작년 시즌 1루수로 34경기, 지명타자로 43경기, 33루수로 14경기에 선발 출전한 반면 대타로는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다. 이적 3년 만에 넥센의 확실한 주전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작년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넥센의 새로운 4번타자로 활약한 윤석민은 올해도 포지션에 상관 없이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윤석민이 조심해야 할 변수는 바로 부상이다. 작년에만 손목과 발목 부상으로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윤석민은 프로 생활 13년 동안 한 번도 규정 타석을 채운 적이 없다. 실력보다는 역시 부상이 큰 원인이었다.

이승엽이나 박한이(이상 삼성 라이온스), 박용택(LG)이 위대한 선수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이유는 뛰어난 성적뿐 아니라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인 '건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 윤석민과 '건강'은 좋은 사이가 아니었다. 윤석민이 2017년 건강하게 풀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면 선수로서 그의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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