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식빵' 이승우, 안타까운 인성 논란

송지훈 2017. 3. 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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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부상 직후 구급차 늑장 대응에 분노 폭발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공격수 이승우. 양광삼 기자
'축구 천재' 이승우(19·FC 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또 인성 논란에 휘말렸다. 경기 중 욕설을 하는 장면이 생방송 TV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 동료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다급한 마음에 외친 말로 인성을 논하는 건 '견지망월(見指忘月·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다는 뜻)'이라는 지적이 많다.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과 잠비아(아프리카)의 2017 아디다스 U-20 4개국 초청대회 2차전(한국 4-1승) 도중 불상사가 있었다. 후반 35분께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이 위험지역 내에서 공중볼을 따내기 위해 점프했다가 상대 선수와 부딪쳐 쓰러졌다. 공중에서 강하게 들이받힌 뒤 중심으로 잃고 넘어지며 그라운드에 또 한 번 머리를 부딪쳤다. 관중석에서 일제히 비명이 터져나올 정도로 아찔한 장면이었다.

쓰러진 정태욱의 눈이 돌아가고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한 동료 선수들이 즉각 응급조치에 나섰다. 중앙수비 파트너 이상민(숭실대)이 달려가 정태욱의 입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말려들어간 혀를 꺼냈다. 기도를 확보한 이후엔 곧장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김승우 등 나머지 동료들은 정태욱의 축구화를 벗기고 근육을 고정한 압박 테이프를 떼어냈다. 선수들이 1차 조치를 취하는 동안 대표팀 의무팀이 합류해 선수의 상태를 점검했다. 이어 운동장 밖으로 신호를 보내 앰뷸런스 진입을 요청했다.

앰뷸런스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구급요원들의 대처가 미숙했다. 차량에 즉시 탑승하지 않고 문을 열고 닫으며 시간을 허비했다. 의무팀의 사인을 잘못 이해해 바퀴 달린 간이 침대를 꺼냈다가 허둥지둥 다시 집어넣고서야 시동을 걸었다. 30여 초 가까운 시간이 무의미하게 흐르는 동안 선수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승우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온 게 이 시점이다. 구급요원이 앰뷸런스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승우는 "빨리 하라고! 씨X, 빨리 하라고!"라며 소리를 질렀다.

의식을 잃은 동료 수비수 정태욱의 상태를 확인한 이승우(맨 왼쪽)가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양광삼 기자
비속어를 섞은 외침이었지만 동료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당시 상황에 대한 두려움의 표현으로 여겨졌다. 다행히 대표팀 의무스태프의 응급조치를 받은 정태욱이 의식을 회복했고, 이승우도 안정을 되찾았다. 이승우측 관계자는 "스페인에서는 경기 중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급요원이 정해진 행동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스페인의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에 익숙한 승우가 우왕좌왕하는 현장 구급요원을 보고 화가 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선수들은 당시 상황에 대해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김승우는 "(정태욱이) 그라운드에 넘어졌을 때 눈이 돌아간 걸 봤다. 곧장 심각한 상황인 걸 알 수 있었다"고 긴박한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조영욱은 "고등학교 때 선배가 똑같은 일을 당한 적이 있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이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숙지한 응급처치 요령에 맞춰 행동해 동료 선수의 불상사를 막아냈다.

정태욱은 병원으로 이송돼 정밀 검사를 받았다. 골절 등 중상은 피했지만 뇌진탕 증세와 함께 목뼈에 실금이 발견돼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최소 4주 이상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의 신속한 상황 판단과 적절한 대처 덕분에 큰 사고를 면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세 이하 대표팀 수비수 정태욱의 부상 직후 앰뷸런스의 늑장 대응이 논란을 낳았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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