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朴정희 부녀 vs 경주 최부자..영남대 놓고 50년 악연 스토리
1967년 영남대 설립부터 이어온 악연
영남대교수회 등 5개 단체 기자회견
재정파탄 책임지고 재단 재구성 요구
![1975년 5월 29일 청와대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김종필 국무총리. 이날 박 대통령은 방위성금을 헌납한 각계 대표를 접견하고 칵테일 파티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수출을 계속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진제공=김종필 전 총리 비서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6/14/joongang/20170614090146203qybu.jpg)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영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 30여 명이 모여 섰다. 이들은 대열 앞에 '영남학원 적폐 청산하고 민주적 학문공동체 회복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학교재단에 영남대에 쌓인 적자와 운영 부실의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재정적자 사태가 빚어진 근본 원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부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도서관을 드나드는 영남대 학생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영남대와 재단, 박 전 대통령 부녀는 무슨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일까.

군사정권이 들어온 후인 64년 최준 선생은 대구대의 운영권을 삼성의 이병철 전 회장에게 넘겼다. 박정희 정권이 '대학 정비 사업' 명목으로 여러 시설기준을 세워 신규 투자를 강요했지만 이미 모든 재산을 학교에 쏟아부은 최준 선생에겐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66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이 사카린을 밀수하려다 발각되는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 회장은 대구대를 박정희 정권에 반강제로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청구대 역시 신축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 이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이사진은 설립자 최해청(1905~1977) 선생을 배제한 채 이사회를 열어 청구대 운영권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넘겼다. 그렇게 박정희 정권에 넘겨진 대구대는 청구대와 합쳐져 종합대학 영남대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남학원의 이사장이 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으로 숨진 이후인 80년이었다. 하지만 영남학원이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박근혜 이사장 체제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영남대 구성원들은 비리 의혹을 내세워 박근혜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7개월 만에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이사직만 맡았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전권을 쥔 재단은 국정감사가 이뤄진 88년까지 해체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최태민의 의붓아들이자 최순실의 의붓형제 조순제(2008년 사망)씨가 학교 재산, 설립자 최준의 조상 묘역 등을 모두 팔아버렸다. 조씨는 이사는 아니었지만 이사장에서 이사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역할을 했다고 한다.
![1975년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영남대 여학생회가 주최한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6/14/joongang/20170614090146520swpt.jpg)
![1975년 박근혜 전 대통령(오른쪽)이 영남대 여학생회가 주최한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6/14/joongang/20170614090146693asve.jpg)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영남대 내부에서도 '박근혜 재단'의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9년 이사 7명 중 과반인 4명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천했고, 현재 11명까지 늘어난 이사들도 여전히 박 전 대통령 측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재정 파탄의 위중한 사태에 대해 이사들이 임기 연장으로 응답했다. 이런 후안무치한 재단 앞에 우리 구성원들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영남대가 맞은 초유의 재정 위기 사태에 재단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하며 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이사회를 개방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법인이사회를 전면 재구성하라"고 요구했다.
1984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영남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지낸 정지창(70) 전 교수는 영남학원재단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 전 교수는 "2009년 이른바 '박근혜 재단'이 부활할 당시 동료 교수 40여 명과 함께 호소문을 발표했다. 호소문에는 이 재단은 도덕적 정당성이 없고 학교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며 "박정희·박근혜 신앙 공동체로 변질된 영남대를 대학 본연의 자리로 되돌려놓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대구대 설립자인 최준 선생의 장손인 최염(84)씨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67년 12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모시고 서울 반도호텔 924B호 객실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대구대와 청구대 각각의 이사회를 마치고 양쪽의 이사들이 모여 최종 통합을 의결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는 "객실 구석에 한 남자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문교부(현 교육부) 법무관이었다. 사립대학끼리 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에 문교부 법무관이 참석해 감시를 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지적했다.
최씨는 "70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에게 유언으로 '영남대가 내 뜻에 반해 탄생했지만 대학은 하나의 생명체다. 영남대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라'고 했다. 나는 그런 고초를 겪고도 영남대 발전을 위해 힘쓰라는 할아버지를 당시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필귀정(事必歸正)따위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50년이란 세월이 지나니 사필귀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할아버지의 깊은 뜻을 터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한편 영남대교수회 등 단체들은 앞으로 법인재단 이사회가 전면 재구성될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모아나갈 방침이다. 강광수(52) 영남대교수회 의장은 "재단이 독단적으로 학교 운영을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대학이 직면한 재정적자와 운영부실 책임은 재단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재단을 재구성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총장·학장 직선제도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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