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1R 패배 '위기의 불꽃' 고미 타카노리

양형석 2017. 6. 19. 07:2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FN111] 존 턱에게 72초 만에 패한 전 프라이드 경량급의 아이콘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동반 승리를 노리던 한국인 파이터 삼남매가 나란히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UFC 웰터급의 김동현과 밴텀급의 곽관호, 여성 밴텀급의 김지연은 지난 17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N111대회에서 각각 코비 코빙턴과 러셀 던, 루치에 푸딜로바에게 무릎을 꿇었다. 김동현과 김지연은 그라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고 상대의 타격 압박을 견디지 못한 곽관호는 KO로 무너졌다.

특히 김동현은 웰터급 랭킹에도 들어 있지 않은 신예 코빙턴에게 무너지며 아시아 최다 승 달성이 좌절돼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김동현의 경기를 포함한 메인카드가 열리기 전, 언더카드의 메인이벤트에서 국내 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한 선수가 72초 만에 무너지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다. 한 때 라이트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던 일본의 '불꽃남자' 고미 타카노리가 그 주인공이다.

화끈한 경기로 프라이드의 라이트급을 지배한 고미

 고미는 프라이드 시절 화끈한 경기 스타일과 뒤풀이로 팬과 안티를 동시에 몰고 다니는 경량급의 아이콘이었다.
ⓒ UFC.com
16세 때부터 격투기를 접해 한 때 레슬링 선수로 활약하던 고미는 1998년11월 슈토라는 일본 단체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데뷔했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격투기를 수련하고 타고난 타격 센스까지 갖춘 고미는 격투기 데뷔 후 파죽의 10연승 행진을 달리며 슈토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2003년8월 요하킴 한센에게 패하며 타이틀을 잃은 고미는 B.J. 펜에게마저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프라이드FC로 전장을 옮긴 후 고미는 파이터로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프라이드 진출 후 두 번째 경기에서 하우프 그레이시를 상대로 6초 KO라는 대기록을 쓴 고미는 2014년12월 남제 대회에서 UFC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 젠스 펄버를 1라운드 KO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고미는 2005년에 열린 프라이드 라이트급 그랑프리에서 카와지리 타츠야와 루이스 아제레도, 사쿠라이 하야토를 차례로 제압하고 프라이드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찼다. 당시만 해도 일본의 프라이드가 미국의 UFC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단체로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프라이드 최강은 곧 세계 최강을 의미했다. 따라서 고미도 자연스럽게 라이트급 세계 최강으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야쿠자 연계 루머에 시달리던 프라이드는 무리한 미국 진출 등으로 사업 확장을 하다가 최종 도산되고 말았다. 갈 길을 잃은 고미는 파이터로서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나이에 센코쿠, 슈토, VTJ 같은 일본 내의 중소 단체를 돌아다니며 선수 생활을 연명했다. 돌이켜 보면 고미의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시간들이다.

결국 고미는 2010년 만30세의 나이에 UFC 진출을 선언했다. 격투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프라이드를 지배했던 고미의 실력이라면 UFC에서도 충분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과 적지 않은 나이와 어정쩡한 체격. 그라운드에서의 약점 때문에 UFC레벨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고미는 후자 쪽에 더 가까운 선수가 되고 말았다.

UFC 진출 후 4승8패, 최근 4연속 1라운드 패배 수모까지

 고미(오른쪽)는 이제 옥타곤에서 상대가 양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역할에 더 익숙해졌다.
ⓒ UFC.com
프라이드 시절 고미의 상품성을 알고 있던 UFC에서는 고미의 옥타곤 데뷔전 상대로 두 번의 타이틀전 경력이 있는 강자 케니 플로리안을 붙여줬다. 하지만 고미는 노련한 플로리안을 상대로 타격에서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다가 3라운드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고미는 5달 후 타이슨 그리핀을 64초 만에 KO로 제압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옥타곤 첫 승리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고미는 2011년1월 클레이 구이다에게 2라운드 길로틴 초크 패배를 당했고 9월에는 네이트 디아즈에게 1라운드 암바로 패했다. 고미는 UFC 진출 후 4경기 중 3경기에서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프라이드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되던 서브미션 방어 미숙이 UFC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고미는 2012년 2월 UFC 144대회 언더카드에서 자국 선수 미츠오카 에이지를 KO로 꺾고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2012년12월 마카오 대회에서 맥 댄지그를 판정으로 꺾은 고미는 UFC 진출 후 처음으로 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2013년3월 디에고 산체스에게 패하며 연승행진은 곧바로 끊어졌고 2014년4월 동갑내기 파이터 아이작 발리-플래그전 판정승을 마지막으로 고미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2014년9월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마일스 주리에게 생애 첫 KO패를 당한 고미는 이후 조 로존, 짐 밀러를 상대로 1라운드도 버티지 못하고 3연속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17일 싱가포르 대회에서도 괌 출신의 파이터 존 턱에게 72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고미는 2014년4월 이후 3년이 넘도록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옥타곤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그렇다고 상대가 체급 상위권의 강자들도 아니었다).

고미는 한 때 UFC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던 프라이드FC 경량급의 아이콘이었다. 일본이나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고미의 상품가치는 여전하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승리가 없고 불혹에 접어든 나이를 생각한다면 고미도 옥타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프라이드에서의 화려한 시절을 추억 속으로 묻을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동안 고미가 태운 불꽃들이 격투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