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1R 패배 '위기의 불꽃' 고미 타카노리
[오마이뉴스양형석 기자]
동반 승리를 노리던 한국인 파이터 삼남매가 나란히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UFC 웰터급의 김동현과 밴텀급의 곽관호, 여성 밴텀급의 김지연은 지난 17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UFN111대회에서 각각 코비 코빙턴과 러셀 던, 루치에 푸딜로바에게 무릎을 꿇었다. 김동현과 김지연은 그라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고 상대의 타격 압박을 견디지 못한 곽관호는 KO로 무너졌다.
특히 김동현은 웰터급 랭킹에도 들어 있지 않은 신예 코빙턴에게 무너지며 아시아 최다 승 달성이 좌절돼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김동현의 경기를 포함한 메인카드가 열리기 전, 언더카드의 메인이벤트에서 국내 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한 선수가 72초 만에 무너지는 안타까운 장면이 나왔다. 한 때 라이트급 세계 최강자로 꼽히던 일본의 '불꽃남자' 고미 타카노리가 그 주인공이다.
화끈한 경기로 프라이드의 라이트급을 지배한 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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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는 프라이드 시절 화끈한 경기 스타일과 뒤풀이로 팬과 안티를 동시에 몰고 다니는 경량급의 아이콘이었다. |
| ⓒ UFC.com |
하지만 2004년부터 프라이드FC로 전장을 옮긴 후 고미는 파이터로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았다. 프라이드 진출 후 두 번째 경기에서 하우프 그레이시를 상대로 6초 KO라는 대기록을 쓴 고미는 2014년12월 남제 대회에서 UFC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 젠스 펄버를 1라운드 KO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고미는 2005년에 열린 프라이드 라이트급 그랑프리에서 카와지리 타츠야와 루이스 아제레도, 사쿠라이 하야토를 차례로 제압하고 프라이드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찼다. 당시만 해도 일본의 프라이드가 미국의 UFC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단체로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프라이드 최강은 곧 세계 최강을 의미했다. 따라서 고미도 자연스럽게 라이트급 세계 최강으로 인정 받았다.
하지만 야쿠자 연계 루머에 시달리던 프라이드는 무리한 미국 진출 등으로 사업 확장을 하다가 최종 도산되고 말았다. 갈 길을 잃은 고미는 파이터로서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나이에 센코쿠, 슈토, VTJ 같은 일본 내의 중소 단체를 돌아다니며 선수 생활을 연명했다. 돌이켜 보면 고미의 커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시간들이다.
결국 고미는 2010년 만30세의 나이에 UFC 진출을 선언했다. 격투 팬들 사이에서는 과거 프라이드를 지배했던 고미의 실력이라면 UFC에서도 충분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과 적지 않은 나이와 어정쩡한 체격. 그라운드에서의 약점 때문에 UFC레벨에서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으로 양분됐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고미는 후자 쪽에 더 가까운 선수가 되고 말았다.
UFC 진출 후 4승8패, 최근 4연속 1라운드 패배 수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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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미(오른쪽)는 이제 옥타곤에서 상대가 양 팔을 번쩍 들며 기뻐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역할에 더 익숙해졌다. |
| ⓒ UFC.com |
고미는 2011년1월 클레이 구이다에게 2라운드 길로틴 초크 패배를 당했고 9월에는 네이트 디아즈에게 1라운드 암바로 패했다. 고미는 UFC 진출 후 4경기 중 3경기에서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프라이드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되던 서브미션 방어 미숙이 UFC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결국 고미는 2012년 2월 UFC 144대회 언더카드에서 자국 선수 미츠오카 에이지를 KO로 꺾고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2012년12월 마카오 대회에서 맥 댄지그를 판정으로 꺾은 고미는 UFC 진출 후 처음으로 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2013년3월 디에고 산체스에게 패하며 연승행진은 곧바로 끊어졌고 2014년4월 동갑내기 파이터 아이작 발리-플래그전 판정승을 마지막으로 고미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2014년9월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마일스 주리에게 생애 첫 KO패를 당한 고미는 이후 조 로존, 짐 밀러를 상대로 1라운드도 버티지 못하고 3연속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난17일 싱가포르 대회에서도 괌 출신의 파이터 존 턱에게 72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고미는 2014년4월 이후 3년이 넘도록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옥타곤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그렇다고 상대가 체급 상위권의 강자들도 아니었다).
고미는 한 때 UFC를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하던 프라이드FC 경량급의 아이콘이었다. 일본이나 아시아권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고미의 상품가치는 여전하다. 하지만 3년이 넘도록 승리가 없고 불혹에 접어든 나이를 생각한다면 고미도 옥타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프라이드에서의 화려한 시절을 추억 속으로 묻을 때가 온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그 동안 고미가 태운 불꽃들이 격투 팬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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