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속으로] 귀뚜라미를 '좀비'로 삼은 선충, 물에 뛰어들어 죽게 해 번식
부화한 애벌레가 바퀴 먹어치워
왕개미 머릿속에 들어간 곰팡이
포자 퍼뜨려 또 다른 개미들 공격
달팽이 눈자루에 침투한 기생충
새가 먹게 해 새 내장에서 알 낳아
나방 등 다양한 생물을 좀비로 이용
숙주에 침투, 목숨 빼앗고 종족 번식
━
영화 같은 자연계 좀비 현상
좀비가 퍼지는 고속열차 안에서 주인공 석우(공유)가 딸을 구하려고 사투를 벌이는 영화 ‘부산행’. 1156만 명이나 관람해 지난해 영화 중 가장 크게 흥행했다.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이내 또 다른 좀비로 변해 멀쩡한 사람을 눈에 띄는 대로 물어뜯는다.
영화에서 좀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살아난 시체로 묘사된다. 또는 바이러스·약물 등에 감염돼 자기 의지를 잃고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원래 ‘좀비’란 용어는 영화 속 설정과는 달리 ‘부두교’라는 이색 종교의 전설에서 유래했다. 비밀단체가 멀쩡한 사람을 약물로 중독시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해 노예로 부린다는 것이다.
자연계에선 다른 생물을 조종해 부두교의 좀비처럼 이용하는 현상이 다양하게 관찰된다. 이런 현상에서 착안한 영화가 2012년 개봉해 451만 명이 본 ‘연가시’다. 영화에선 기생생물인 연가시(철선충류) 변종이 나타난다. 이 변종에 감염된 사람은 갈증을 못 이기고 연거푸 물을 마시다 기어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를 익사시킨다. 변종이 사람의 뇌를 조종해서다.
영화 ‘연가시’에서처럼 사람이 바이러스 혹은 약물에 감염돼 조종을 받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서민 단국대 의대(기생충학) 교수는 “연가시가 사람을 물에 뛰어들게 하진 않지만 곤충에겐 충분히 이런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기생충은 곤충의 뇌에 침입해 갈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이 독소나 효소·호르몬·단백질 등 다양한 물질을 숙주의 뇌에 분비해 숙주의 행동을 조종하는 이런 좀비 현상은 자연에서 많이 관찰된다. 다름 아닌 종족 번식을 위해서다. 다른 생물종을 철저히 이용해 끝내는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좀비로 이용되는 동물은 귀뚜라미·메뚜기·개미·바퀴(바퀴벌레)·거미·달팽이 등 다양하다.
영화 속의 연가시, 그리고 이와 다른 종류의 기생충인 모양선충은 육지 곤충인 귀뚜라미·메뚜기를 조종해 익사시킨다. 이는 이들 기생충의 특이한 생활사(Life-cycle) 때문이다. 연가시나 모양선충의 알은 물속에서 부화된다. 이후 물속에 함께 있던 모기 유충에 침투해 물 밖으로 나간다. 그런데 모기 몸속의 기생충이 번식하려면 다시 물속으로 돌아와 암수가 만나야 한다.
이를 위해 이들 기생충은 귀뚜라미를 좀비로 이용한다. 방법은 이렇다. 모기는 귀뚜라미가 곧잘 먹는 먹이 중 하나다. 연가시와 모양선충은 모기가 귀뚜라미에게 먹힐 때 함께 귀뚜라미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귀뚜라미의 시각(視覺) 체계를 혼란시킨다. 귀뚜라미는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데, 밝은 곳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귀뚜라미가 활동하는 밤 시간대 숲속에선 대체로 물가가 훤하다. 귀뚜라미는 밝은 곳을 좇다 물속으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렇게 연가시와 모양선충의 성충이 물로 돌아와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에서 관찰되는 ‘좀비’ 현상들. 몸속에 알을 낳으려 바퀴를 끌고 가는 에메랄드바퀴벌레말벌(오른쪽). [사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1/08/joongang/20170108002815798fgqx.jpg)
![말벌의 고치 보호용으로 희생된 무당벌레. [사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1/08/joongang/20170108002816019zbrb.jpg)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뭇가지에서 죽은 집시나방 애벌레. [사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1/08/joongang/20170108002816145lqjq.jpg)
![감염으로 부어오른 달팽이 눈자루. [사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1/08/joongang/20170108002816257nsht.jpg)
![개미 머리를 뚫고 자란 곰팡이. [사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등]](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1/08/joongang/20170108002816379wsve.jpg)
■[S BOX] 고양이 몸속서 알 낳는 원충, 감염된 쥐 잡아먹히게 유도…포유류도 좀비로 이용

이런 일은 왜 일어날까. 톡소플라스마 원충의 번식을 위해서다. 이들 원충은 고양이 소화기관에서 암수가 만나 유성생식을 하고 알을 낳는다. 알은 배설물과 함께 고양이 몸 밖으로 빠져나와 퍼진다. 실수로 고양이 배설물을 건드린 쥐는 알에 감염된다. ‘최음제’ 때문에 겁 없이 고양이를 쫓아가는 쥐는 고양이에게 잡아먹힌다. 원충은 이렇게 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가 다시 번식을 진행한다.
문제는 사람도 톡소플라스마 원충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에선 10~20%, 미국에선 22% 정도가 이 원충에 감염돼 있다. 이 원충 감염과 자살·조현병(정신분열증) 사이에 통계적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미국·영국은 고기를 완전히 익혀 먹지 않는 식습관 때문에 감염률이 높은 편이다. 식습관이 다른 한국인에게선 감염률이 낮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 조윤선, 청문회 출석···"'적군 리스트' 나는 모른다"
▶ "한국은 성가신 나라, 10억엔 받고 이러니 우스워"
▶ "대선주자 지지율···문재인 26.8%로 1위, 반기문은?"
▶ 朴대통령 미용사 "죄악 저지른 '악인'된 상황 무서워"
▶ 박 대통령, 손석희 앵커 노려봐? 가상토론 영상 보니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장 속으로] 높이 2m, 뿌리 1m '갯벌 점령군'..번식력 강해 조개 씨 말려
- [시민마이크] 가수 김윤아 "모두의 꿈 존중받는 세상 원해요"
- [영상] 재발명된 전화기 아이폰..스마트폰이 바꾼 세상
- 차은택 모자 속에 감춰진 진실
- [세상 속으로] "무뇌아도 꼭 낳아야 하나" "낙태 여성들 후유증 심해"
- "오빠폰에 몰카" 與의원실 비서 여동생이 신고
- 김환기에 이우환까지···300억 경매 나온다
- 은지원, 제주 카페서 6명 모임 논란···"반성"
- '슬의생'이 '슬의생' 했나···장기기증 등록 11배로
- 26살 아이콘 바비 다음달 아빠 된다,깜짝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