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이어 93년 지킨 백운산장, 떠나려니 막막
기부채납 기한 돼 다음달 국가 귀속
"조난자 100여 명 구조한 것 보람
산악인 추억의 공간 사라질까 걱정"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836m)와 인수봉(해발 804m)을 찾는 등산객과 산악인들에게는 아지트이자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다. 인수봉 아래 해발 650m 산기슭에 위치한 백운산장이다. 93년 역사를 간직한 전국 첫 민간 산장이자 대피소다. 나무 탁자와 의자를 실내외에 갖추고 음료와 컵라면·과자 등을 파는 휴게소이기도 하다.
국유지에 시설 기부채납 조건으로 조성됐던 백운산장이 다음 달이면 국가로 귀속된다. 산장지기이자 주인인 이영구(86)씨는 6일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백운산장에서 등산객과 산악인을 마주하며 사는 게 마지막 남은 소원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백운산장 산장지기인 이영구(오른쪽)·김금자씨 부부. 이씨는 이곳에서 61년간 살고 있다. [우상조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07/joongang/20170407010223327svqu.jpg)
이씨는 초등학교 6년 중퇴 후 광복 이듬해인 46년 백운산장으로 올라와 61년째 살고 있다. 아내 김금자(77)씨는 64년 이씨와 결혼, 53년째 산장을 지키며 5남매를 길러 모두 출가시켰다. 30년 전부터는 장남 이건(52·경기도 성남시)씨가 일주일에 3∼4일 가량 산장으로 올라와 부모의 일손을 도우며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정부 소유로 넘어가게 되면 산악인들의 쉼터이자 대피소이고 추억의 공간인 백운산장이 사라지거나 현재의 모습을 잃게 될 거예요….” 이씨는 “25년 전 공단과의 시설 기부채납 약정 당시 마지 못해 지장을 찍었던 게 못내 후회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운산장은 산악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준 성금으로 지었기 때문에 산악인 모두의 집이나 다름없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6일 오후 북한산 자락 약 800m 높이에 자리한 백운산장. [우상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07/joongang/20170407010223620nwip.jpg)
이와 관련,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시설 기부채납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명도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기부채납이 이뤄지면 안전진단 실시 후 문제가 없을 경우 대피소 기능을 유지하고, 이씨가 희망할 경우 산장 관리인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요즘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는 부부는 “산장이 정부 소유로 넘어가게 되면 당장 오갈 곳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라고 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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