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눈물 흘리는 1세대 주상복합 '타워팰리스' 편의성·관리비·전용률 '별로'..가치상승 난망

정다운 2017. 5.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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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등장한 주상복합 아파트(이하 주상복합) ‘타워팰리스’는 그야말로 부(富)의 상징이었다. 고층 건물에 40평(전용 132㎡) 이상 대형 평형은 물론 넓은 주차장, 첨단 경비 시스템에 수영장, 골프연습장까지 갖춘 주상복합은 당시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존 아파트에 없던 화려한 시설이 들어서며 국내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아무나 분양받을 수 있는 아파트도 아니었다. 삼성물산은 타워팰리스 1·2·3차를 모두 특정 고객 대상으로 비공개 분양했다. 고급 커뮤니티를 형성한다는 명분으로 입주자 직업도 전문직, 대기업 임원, 고위 공무원, 교수 등으로 제한했다.

이후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2002년 입주)’, 삼성동 ‘아이파크(2004년)’, 논현동 ‘동양파라곤(2004년)’, 목동 ‘하이페리온(2003년)’ ‘트라팰리스(2009년)’ 등 2000년대 타워형으로 지어진 주상복합은 1990년대 중후반 ‘성냥갑(판상형)’ 아파트 일색이던 서울 도심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분당신도시 업무지구에도 파크뷰를 비롯해 미켈란젤로, 쉐르빌 등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형성되기도 했다. 주상복합은 그렇게 오랫동안 지역 랜드마크이자 대부분 20억~30억원을 훌쩍 넘는 시세로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이들 1세대 주상복합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주상복합의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된 탓이다.

우선 1세대 주상복합 몸값이 예전만 못하다. 과거 주상복합은 도심 상업지역 또는 역세권에 위치해 인프라까지 고루 갖춰 일반 아파트보다 입지적으로 유리했다. 하지만 매매가격 총액이 높은 중대형 면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가격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고급 주거단지 대명사 주상복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

앞으로 시장 전망도 좋지 않아

1세대 주상복합의 대명사였던 타워팰리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1차 전용 244㎡ 공시가격은 입주 직후인 2003년 1월 1일 18억원에서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7년 1월 1일 40억800만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올 1월 1일 기준 예정 공시가격은 30억원이다. 10년 새 공시가격만 10억원 남짓 떨어진 셈이다. 물론 타워팰리스의 최근 실거래가는 40억9000만원(올 1월 17일 기준)으로 공시가격보다 훨씬 높고 지난 2013년 4월(25억원)과 7월(27억원)에 비하면 가격이 급회복됐다. 하지만 지난 2006~2007년 한때 같은 아파트가 53억6000만원에도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타워팰리스 1차가 전고점을 회복하진 못한 건 사실이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18% 오른 것과도 대조적이다.

1세대 주상복합이 외면받은 건 비싼 건축비와 관리비, 낮은 전용률 영향이 크다.

과거 주상복합은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 건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심 한복판에 지어져 입지는 우수하지만 일반 아파트보다 토지 가격이 높고 분양가도 자연스럽게 높게 책정되곤 했다. 여기에 단위당 분양가격을 낮추기 위해 주거공용면적을 높이다 보니 동일한 분양면적의 일반 아파트보다 실제 전용률이 낮은 게 보통이었다. 최근 부동산 트렌드는 전용률 높은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 이 트렌드에 맞지 않는 1세대 주상복합 인기가 계속 주춤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편의시설이나 냉난방 비용에 들어가는 비싼 관리비도 수요 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입지가 우수해도 높은 집값 대비 실사용 면적이 떨어지고 그에 비해 관리비는 높게 책정되다 보니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실수요자에게 외면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약한 환기시설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이다. 도심에 들어선 옛 주상복합은 30층 이상 초고층인 탓에 일반 아파트와 달리 폐쇄형 창문을 시공할 수밖에 없어 자연 환기가 어렵다. 여기에 ‘ㅡ’자 구조로 맞통풍이 되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ㄱ’ 또는 ‘Y’자 모양의 탑상형 구조는 통풍과 환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강제 환기 시스템을 설치한다 해도 화재와 실내 환기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도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업지역에 들어선 옛 주상복합은 이런 이유로 주거지역에 지어진 단지에 비해 쾌적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타워팰리스는 꾸준히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전성기 때보다는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고 쾌적성이 낮다는 이유로 입주를 포기하는 고객도 많다”고 전했다.

소위 럭셔리 아파트가 늘며 ‘고급 주택’ 타이틀을 독점했던 희소성이 사라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서울 강남권 주요 역세권에 우수 학군 수요는 물론 고급 커뮤니티시설까지 갖춘 반포동 ‘반포자이(2009년 입주)’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2009년)’ 같은 고급 아파트가 줄줄이 등장했다. 이들 아파트는 기존 주상복합이 겪던 환기·관리비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반포·잠원동 한강변에 ‘반포아크로리버파크(2016년 입주)’를 시작으로 한강변 단지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1세대 주상복합의 매력은 더욱 반감됐다.

1세대 주상복합은 앞으로 인기가 더 떨어질까. 일각에서는 일반 아파트와 달리 가격이 오를 만한 호재가 없어 투자 수요가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을 내놓는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 들어서는 주상복합은 대부분 법적 용적률 800~900%대를 최대한 이용해 지어졌다. 일반 아파트라면 건물을 더 높게 재건축해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미 높게 지어버린 주상복합은 향후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상복합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고 가치가 떨어지는 이른바 감가상각이 적용될 것”이라며 “5년 뒤 20년 차, 15년 뒤 30년 차에 접어드는 낡은 주상복합은 점차 매력을 잃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1세대 주상복합 매매가 상승 기대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도심의 좋은 입지에 지어졌고 여전히 ‘부의 상징’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현 1세대 주상복합단지 입지를 대체할 만한 단지가 없거나 부족하다. 1세대 주상복합단지는 주변에 업무·상업시설이 즐비하고 지하철역에서도 가까운 초역세권인 곳이 많다. 대부분 개발이 완료된 지역이다 보니 주변에 새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도 전무하다. 역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고는 있지만 ‘초역세권’ 프리미엄을 원하는 수요층은 꾸준하다.

전세가율이 높은 것도 매력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목동 하이페리온에서 가장 작은 평수인 전용 138㎡의 전세가격 시세는 9억5000만~11억원이다. 매매가격 시세(11억5000만~12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전세가율이 최고 95%에 달한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역시 전용 121㎡ 전셋값이 11억~12억원, 전세가율이 80~90% 사이에 형성돼 있다. 높은 전세가율은 실수요층이 두텁다는 의미와 동시에 앞으로 전세 대신 직접 매입으로 마음을 돌리는 수요층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타워팰리스처럼 10년도 훌쩍 넘은 1세대 주상복합 매매가격이 여전히 비싼 이유는 교통 여건이 좋은 입지에 고급 편의시설과 보안 시스템을 갖춘 점, 입주민 구성이 양호해 고급 커뮤니티를 누릴 수 있다는 점 덕분”이라며 “다만 가격 등락이 적은 주상복합을 선별하려면 전세가율이 높고 앞으로 주변에 새로 입주할 만한 대안 단지가 없는 곳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9호 (2017.05.24~05.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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