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③]정만식 "과거 조진웅과 연습실 동거"


하지만 그의 겸손함이 무색할 정도로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단번에 정만식을 알아보며 끊임없이 곁눈질을 했고, 20~3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좋은 듯 여러 번의 악수와 사인·사진촬영 요청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어느덧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됐지만 그는 거리낌 없었다. 취기가 올라도 밝은 웃음으로 화답하는 매너가 빛났다.
"가족들도 제가 드라마·영화에 나올 줄은 몰랐다는데 저라고 상상 했을까요." 성격에서 비롯된 츤데레 입담은 명불허전이다. 액션 영화 준비를 위해 술을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시원하게 소맥부터 만든 정만식은 홀로 소주 세 병을 홀짝 홀짝 마시며 기증전 아내사랑, 극단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치열했던 20대, 힘들었던 30대,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각성하게 된 순간까지 과거부터 현재, 다가 올 미래를 훑은 정만식과의 인터뷰는 네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 됐다. JTBC 개국 이래 최고 오프닝 시청률을 기록한 '맨투맨'에 대한 향후 기대치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대장 김창수' '군함도'에 대한 스포일러는 깜짝 선물.
특히 연극배우 시절, 집 없이 연습실에서 동거동락한 조진웅과 다시 만나 호흡한 '대장 김창수'는 정만식에게 꽤나 의미있는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우리 진웅이가 꼭 남우주연상을 탔으면 좋겠다"며 본인은 죽을 때까지 주연을 하지 않겠다는 고백은 현재 정만식이 갖고 있는 고민이자 진심이다.
아내가 차려준 생일상을 '대장 김창수' 배우들과 함께 먹었다며 사진 자랑을 빼놓지 않았고, '대장 김창수' 개봉 때 꼭 다시 인터뷰 하자는 약속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비중은 상관없다.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 안에서 연기하고 싶다"며 막잔을 기울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최근 개봉한 '보통사람'은 흥행이 아쉬워요. "'보통사람' 포근하고 따뜻하게 촬영했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정말 좋았어요. 흥행은 관객의 선택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죠. 현장 분위기는 연기하는 배우들의 표정에서도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제는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그걸 느껴요. 혼신과 정성을 다 했다고들 하잖아요? 진심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품이 안 만들어져요. 새삼 크게 깨닫고 있어요."
- 소통을 통한 보람으로 돌아오면 더 좋겠죠. "그렇죠. 무엇보다 스태프들이 목숨걸고 영화에 임하는데 전면에 등장하는 배우가 건성으로 연기 한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베테랑'을 때 전 촬영장에 없었지만 스턴트 하는 친구 중 한 명이 턱이 찢어져 구멍나는 사고를 당했어요. 며칠동안 감독님 표정이 살벌했죠. 마음이 얼마나 안 좋겠어요. 하지만 일은 진행해야 하고. 정작 다친 친구는 창피하다면서 병문안도 마다했어요. 그들을 보면 없던 힘도 생겨요."
- 영화계 처우 개선에 대한 바람이 점점 커지는 이유겠죠. "많이 하죠. 스태프들과 꼭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한 친구들에게는 '그래. 그만 둬. 힘들면 그만 해야지. 내가 말해 줄까?'라고 해요. 그게 저만의 위로 방식이에요. 낯 간지러운 말은 태생적으로 못 하겠고.(웃음) 그럼 '에이, 형님 사랑한다면서 왜 그러십니까'라고 해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너희 힘든 것 못 보겠다'는 식으로 넘어가죠. 저도 이 일을 10년 정도 하고 있는데 솔직히 내용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어요. 툴툴대지만 고마움이 커요. 부끄럽고. '잘 될거야'라는 말도 힘들 때가 많은데 정말 진심으로 다들 잘 됐으면 좋겠어요."
- 경험이 있으니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서른살까지 장돌배기로 이런 저런 일 하면서 살다가 서른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했어요. 어쩌면 남들이 알아 준 시절보다 그렇지 못했던 시절이 여전히 더 길겠네요. '버티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은 진리인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하지 않은 제 자신에 그것 하나 만큼은 고마워요."
- 무명 시절이 길었던 분들은 현장에서 배우 대접을 못받은 일화가 많다고 해요. 그런 경험이 있나요. "누가 그렇게 했다기 보다 제가 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요. '부당거래' 때 그랬어요. 전 굉장히 소심했고 저 자세로 임했죠. 적극적이지 못하고 아주 수동적이었어요. 근데 극중 캐릭터 성격과 제 실제모습이 운좋게 딱 맞아 떨어진거예요. 그것을 발견해 준 류승완 감독님을 생각할 때마다 놀라워요. 남들은 다 거칠고 강한 모습만 봤는데 감독님은 아니었으니까. 감독님은 지금도 그러세요. '만식이는 되게 착해. 순해보여.' 하하."
-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다행히 진짜 힘들 땐 내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어요. 대학도 안 나온 놈이 연기도 어깨너머로 배우는데 잘 할리 없잖아요. 실수하면 혼나고 사과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컸던 것 같아요.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무너진다? 남에게 욕 먹는 것이 치명적이다?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죠."

- 김상호 배우는 굉장히 시원시원한 분으로 유명하죠. "아이들도 그렇게 키운대요. '잘못했으면 딱 머리 숙여 잘못했다고 하고, 잘못이 없는데 누가 잘못했다고 하면 변호할 이유와 능력을 가져라. 우기지 말고 상식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라' 진짜 멋지지 않아요?"
- 첫 인연의 시작은 언제인가요. "'잠복근무' 때 처음 만났어요. 형은 그 때도 일 봐주는 사람이 있었고 전 없었죠. 숙소 가는 길에 태워 주시기도 하고 '피맛골에서 술 한 잔 하자'면서 데려가 주시기도 했어요. 그 때 전 연습실에서 진웅이랑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던 때였거든요. 동거남이었죠. 하하."
- 조진웅 씨와 같이 생활을 하셨다구요? "2004년 2월부터 여름 지나고 가을되기 전까지 (조)진웅이와 연습실에서 같이 지냈어요. 그 후에 수원으로 내려갔고, 수원에서 서울을 왔다갔다 하면 형·후배들 집을 전전하며 살았죠. 결혼 전까지 개인 집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월세·전세 생활도 몰라요."
- 일부러 집 마련을 하지 않으신 건가요. "전 저를 잘 아는데 제가 만약 20대 때 혼자 살았다면 결혼 못했을 거예요. 기자님도 못 만났겠죠.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해 주실 만큼의 사람이 못 됐을 것이라는 말이에요. 영화에 나오는 나쁜놈까지는 아니지만 여튼 다른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그런 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돈을 벌어도 모을 생각을 아예 안 했어요. 혹시 허투루 쓸까봐."
- 정만식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을까요. "전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에요. 두려움 없는 인생을 살았어요. 근데 딱 하나. 제 와이프의 눈물이 가장 두려워요."
- 투잡을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없어요. 앞으로는 더 더욱 없을 예정이고요. 만약 제가 드라마·영화로 보여줄 것이 없다고 하면 다시 연극하면 돼요. 연기 외에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 영화계에 후배들이 많이 생겼죠. 눈여겨 보고 있는 후배가 있나요. "'화이'의 여진구 군을 보면서 반했고, '아수라'를 함께 한 (주)지훈이도 몇 년 후 영화계를 흔들 것이라 장담해요. 요즘 많이 나오는 조우진이라는 친구도 너무 착해요. 마을 청년 회장같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착한 애가 연기까지 잘하니 말이 안 되는거죠.(웃음) 조연 중에는 윤대열이라는 배우도 있고. 여배우는 채정안. 이 친구가 생각보다 남성적이에요.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고."
- '대장 김창수'와 '군함도' 개봉을 앞두고 있죠. '군함도'는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어요. "모든 영화들이 '군함도'를 피해 개봉하려 하지 않을까요. 저는 정말 잠깐 나오는 특별출연인데 제가 봐도 그 영화는 대단해요. 어떤 대꾸를 하고 싶지 않아요. 영화가 영화로 말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야 뭐 대놓고 나쁜 놈이죠. 세 주인공들과 모두 엮이긴 해요. 나쁘게. 하하. 더 이상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주변에서는 여러 이유로 부러워 하더라고요. 장담하건데 '아바타' 숫자는 확실히 넘을 것이라 예측해요."
- 예능은 더 이상 관심 없다고 하셨는데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이시언 씨가 나래바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털어놨어요. 나래바에 함께 가려고 했지만 불발됐다고. "나래바!! 저 진짜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궁금해요. 호기심이 크죠. 유부남인데 참 별일입니다. 하하"
- 올해 바람이 있다면요. "'대장 김창수' 성적이 좀 좋았으면 싶고 진웅이가 남우주연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난 원하지 않아요. 아직 그런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또 정점을 찍고 싶은데 주연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내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을 나도, 보시는 분들도 즐거워 하고 만족 하신다면 그것이 정점이 아닐까 싶네요.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서로가 즐겁게 느끼면 되는 것 같아요. 나로 인해 주연 배우들이 빛난다면, 그리고 고맙게도 저까지 빛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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