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을 내주지 않는 너클볼 투수, kt 피어밴드

2002년 6월 현대 유니콘스 외야수 장정석은 KIA로 트레이드됐다. 시즌 뒤 장 감독은 마무리 훈련에 합류하지 않고 너클볼 투수로 변신을 꾀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 가끔 던지던 공이었다. 이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갈고닦았다. 하지만 실패했다. 구위는 좋았다. '진짜' 너클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에서 1이닝 동안 볼넷 3개를 내준 적이 있다.

너클볼로도 볼넷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다. 스리 볼에서 너클볼을 던지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볼카운트를 가리지 않고 너클볼을 던진다”고 말한다. 15일 잠실구장에서 피어밴드를 상대한 양상문 LG 감독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너클볼을 던지더라”고 평했다. 이 경기에서 피어밴드는 9이닝 7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결승타가 연장 10회초 터져 완봉승을 기록하진 못했다.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피어밴드는 올 시즌 세 경기에서 283구를 던졌다. 이 중 너클볼은 62구로 전체의 21.9%였다. 그래서 피어밴드를 '너클볼 전문 투수'로 부를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너클볼 선발 투수'인 R. A. 디키는 지난해 전체 투구의 83.6%를 너클볼로 던졌다.
하지만 KBO 리그에서 피어밴드 정도로 너클볼을 던졌던 투수도 없다. 2015년 한화에서 은퇴한 마일영은 실전에서 가끔 너클볼을 구사했다. 하지만 한 경기에 5~6개를 던지는 정도였다. 그는 "불리한 볼카운트에선 너클볼을 던지지 않았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 중에선 현대에서 뛰었던 미키 캘러웨이, LG·롯데·kt를 거친 크리스 옥스프링(현 롯데 코치)이 너클볼을 던졌다. 하지만 캘러웨이의 너클볼은 스플리터에 가까웠다. 그 자신은 '너클 포크'라고 했다. 옥스프링의 KBO 리그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년 너클볼 구사율은 5.8%에 그쳤다. 2017년 피어밴드는 KBO 리그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다.

그런데, 그의 너클볼은 과연 너클볼일까. 회전이 적다는 점에서는 너클볼이 맞다. 피어밴드의 너클볼 분당 회전수는 500회 아래다. 하지만 왕년의 팀 웨이크필드처럼 춤추듯 날아오는 공은 아니다. 피어밴드의 너클볼 무브먼트는 잘 떨어지는 수직 슬라이더에 가깝다. 무브먼트가 불규칙하다는 점에선 투심패스트볼과 비슷하다. 투구궤적추적시스템인 '트랙맨'을 운영하는 애슬릿미디어의 신동윤 이사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 중간 정도의 공이 슬라이더 궤적으로 들어온다"고 분석했다.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전통적인 너클볼과 차이가 있다. 일단 빠르다. 올 시즌 피어밴드의 너클볼 평균 구속은 시속 121km로 측정됐다. 메이저리그 디키의 너클볼 구속과 비슷하다. 디키는 '빠른 너클볼'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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