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전 열광했던, 살찌는 약 '베스타나 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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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귀한 시절 통통한 몸매는 그 자체로 부의 상징이었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의 상흔을 거치고도 유지된 육중한 몸매라면, 분명 끼니를 걸러본 적 없는 재력의 소유자였을 거란 추측 또는 상상력은 체중 = 재력 이란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이런 사회적 붐에 주목한 제약회사들은 발 빠르게 '살찌는 약'을 수입, 판촉에 열을 올리며 그런 열풍에 불을 붙였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 곧장 '살찌는 약' 출시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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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먹을 것이 귀한 시절 통통한 몸매는 그 자체로 부의 상징이었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의 상흔을 거치고도 유지된 육중한 몸매라면, 분명 끼니를 걸러본 적 없는 재력의 소유자였을 거란 추측 또는 상상력은 체중 = 재력 이란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이런 사회적 붐에 주목한 제약회사들은 발 빠르게 '살찌는 약'을 수입, 판촉에 열을 올리며 그런 열풍에 불을 붙였다.
▲ 1973년 방영된 살찌는 약 '베스타나볼' 광고 영상
살쪄야 호감과 신뢰 얻는다
요즘에야 가늘고 날씬한 허리를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에 매진하는 청춘남녀를 쉽게 볼 수 있지만, 60년대엔 모두가 마르고 가늘었기에 통통한 사람이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전후 복구와 산업화의 기로에서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상황에 배불리 먹는 일 자체가 사치였기에, 살찐 몸매는 곧 여유로운 삶의 상징이 됐다.

너도나도 찾는 '살찌는 약'의 실체
제약회사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 곧장 '살찌는 약' 출시에 돌입했다. 사실 이런 열풍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이미 살찌는 약들이 나와 유행 따라 사라졌지만 1960년대 살찌는 약은 좀 달랐다. 30년대 약이 단순 영양제를 과대 포장한 것이었다면, 60년대 약은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제였다. 당시 수입, 출시된 약들 중 가장 유명했던 한일제약의 '베스타나 볼'은 단백질을 체단백질로 재합성하도록 촉진시켜주는 약이라고 홍보에 나섰는데, 그 실체는 부신호르몬제(스테로이드)로 과복용시 당뇨의 위험이 큰 약이었다.

비싼 가격, 결국 부유층을 위한 약
68년 광고 속 베스타나볼의 가격은 30정에 약 370원.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의 가격이 50원이었으니 꽤 비싼 약이었던 셈인데, 당시 졸업식이나 생일에나 먹는 '특식'이 자장면이었음을 생각하면 일반인에게는 뚱뚱한 몸매에 앞서 살찌는 약조차 그림의 떡이었다.
50년 전엔 살찌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살찌는 것 자체를 죄악시하는 사회가 됐으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의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흑사병과 전쟁으로 얼룩진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가 도래하자 새롭게 정의된 미의 기준에 대해 "크고 당당한 몸매, 부풀어 오른 큰 유방, 통통한 허리, 포동포동한 엉덩이, 거칠게 달라붙어 거인을 탈진시킬 수 있을 정도의 포동포동한 팔과 튼튼한 허벅다리가 이상적"이라 설명한 바 있다. 시대와 문화의 기준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언제쯤 다시 살찌는 몸매가 유행하는 시대가 올까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일까.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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