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바둑·한자 .. 인공지능 시대에 다시 뜬 아날로그 교육
초등교 방과후수업 신청자 몰리고
주산암산학원 서울에만 100여 곳
학부모 "바둑 통해 예의도 배워"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우솔초등학교의 한 교실. 노란색 대형 주판이 놓인 교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학생 20명이 주산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 책상에는 무지개색·주황색·갈색 등 다양한 색상의 주판이 놓여 있었다. 곧이어 문제 풀기 시간. 교재 한 쪽당 20여개의 문제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페이지를 넘긴 뒤 1분 안에 “다 풀었다”며 손을 들었다. 50여분 간의 수업 동안 딴청 피우는 학생은 없었다.
4학년 이상아 양은 “주판알을 똑딱똑딱 움직이는 게 재미있다. 무엇보다 주판에 숫자가 표시되니까 셈할 때 헷갈리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4학년 장석훈 군은 “2학년 때 1년간 해외로 어학연수 다녀온 뒤 수학에 자신이 없었는데, 주산을 배우니 곱셈과 나눗셈이 편해졌다”고 했다.

우솔초 등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의 방과후 수업을 위탁 운영하는 에스이방과후교육원은 올해 주산·바둑·한자 수업의 수강 인원이 3년 전인 2014년에 비해 2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양재영 대표는 “바둑 수강생 수가 가장 많고, 이어 주산, 한자 순”이라며 ”특히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서초구가 가장 많이 늘었다”고 소개했다.
우솔초는 지난해 방과후 수업으로 바둑과 한자를 신설했다. 김경연 방과후부장교사는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주산암산반 외에 바둑과 한자를 가르치고 싶다는 학부모 의견이 많았다”며 “주산과 마찬가지로 바둑과 한자 수업도 개설 첫해부터 신청자가 몰려 4개 반을 추첨을 통해 운영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바둑의 인기는 한국기원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5880곳 중 1500여곳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바둑반을 운영한 것이다. 강준열 초등바둑연맹 회장은 “학부모들이 바둑이 전략적 사고 등 창의적 역량을 기르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같은 인성 교육에도 좋다는 점을 깨닫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한때 침체기를 겪었던 관련 학원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선태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주산활용수학교육사)는 "80년대 중반 계산기와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주산이 교육 시장에서 20년 이상 완전히 사라지다시피 했다”며 “하지만 최근 집중력과 기억력 등 뇌 개발 등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주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인성 교육과 두뇌 개발을 위해 전교생에게 바둑을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홍진초등학교의 바둑 교육 장면.[중앙포토]](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6/12/joongang/20170612013618028vwwt.jpg)
초3 아들에게 지난해부터 방과후수업으로 바둑을 가르치는 조은주(36·서울 문래동)씨는 “바둑판을 두고 마주 앉은 아이들이 서로 정중하게 목례하고, 경기를 마치면 승자가 패자에게 ‘나랑 바둑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둑을 통해 집중력과 함께 올바른 인성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초5 아들에게 7년째 학습지와 학원 수업을 통해 한자를 가르치고 있는 남지선(40·신도림동)씨도 “주변에선 영어, 수학이 아닌 한자에 몰두한다고 ‘청학동에서 사는 것 같다’는 핀잔도 주지만, 아무리 세상이 달라진다 해도 아이들이 반드시 익혀야 할 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남씨는 “아이와 종종 명심보감의 여러 구절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데, 이렇게 얻은 통찰력과 사고력은 어느 시대에서나 필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선 아날로그 교육이 집중력과 판단력을 기르는 데 도움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다. 권준수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4년 “바둑이 학생들에게 통찰력과 직관적 판단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2015년 순천향대와 가천의대 정신과 공동연구팀은 “주산을 배우면 수학 능력과 판단력·집중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박형수·하준호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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