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두근두근 인터뷰] EBS 국어 1타 윤혜정 "공교육의 방패? 제 수업에도 조는 학생 있어요"

박정경 2017. 3.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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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도 개념을 익히면 정답이 명확한 시험입니다.”학생들이 작은 개념들을 하나씩 배우다 보면 언젠가 거대한 토네이도 같은 효과를 본다는 의미로 『개념의 나비효과』가 탄생했다. EBS 언어 영역 대표강사인 윤 교사(37)가 ‘강의노트’ 형식으로 지어 일선 학교의 방과후 수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명교재다. 학생들에게 국어 강의로 이름을 날리면서 사교육 쪽에서도 오라는 손짓을 많이 하지만 현직 덕수고 교사로 남아 있다. 그는 “나더러 공교육의 마지막 방패라고 하는 바람에 갈 수도 없다”며 우스갯소리로 답한다. 윤 교사의 강의를 듣는 열렬 팬이기도 한 TONG청소년기자들이 서울 양재동 EBS 방송국 녹화 현장을 찾아갔다. 첫인상은 한마디로 ‘실물이 더 단아하다’였다.

■윤혜정 교사는

「성균관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 덕수고 국어 교사로 있다. 2007년부터 EBS 언어 영역 강의를 시작했으며 전국연합 학력평가 출제위원(2007·2009년)을 지냈다. 직접 쓴 교재 『개념의 나비효과』 등으로 국어 문제 풀이에 필요한 다양한 개념들을 잡아 주는 강의를 하고 있다. 」

by 박준우·장단비
(TONG)윤혜정EBS강사
-EBS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엄청난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 한 분이 한번 해 보라고 하셨어요. EBS 강사 모집 원서 접수 마지막 날이었죠. 2007년 당시 학교에서의 관계도 그렇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던 차였어요. 급하게 자기소개서를 쓰고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혀 20초 동안 가만있었지 뭐예요. 카메라 감독님이 빨리 하라고 손짓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EBS 강의를 해 보니 어떠셨나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자정에 녹화를 하고 그 모습 그대로 학교에 출근하는데 너무 이르다 싶으면 운동장에 차 세워놓고 자기도 했죠. 강의 준비가 너무 부담스러워 울기도 했어요. 그러다 학생들과 수강 후기 등으로 소통하면서 ‘EBS 교사가 이런 거구나’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죠.” -학교 수업과 병행하려면 힘들 텐데 열정이 어디서 솟나요. “EBS 강의를 거의 학교 수업처럼 진행했어요. 저는 학교 교사니까 학교 수업의 전문가잖아요. 선생님들이 무슨 문제를 내는지, 어떤 마인드로 뭘 강조하는지 정말 잘 알고 있죠. 학생들은 내신 수업처럼 듣고 이해가 잘 되니 시험을 잘 보더라고요. ‘내가 좀 ×고생하니 전국의 애들이 이렇게 편해지는 구나’ 싶더라고요. 2010년 EBS 강의와 수능이 연계되기 시작할 때 EBS 연구실로 아예 파견을 왔어요. 열심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죠. 미친 사람처럼 아이들과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하루에 한 시간 잤죠. 그때는 정말 앉으면 잠들었어요. 사고도 많이 나고. EBS에서 만난 아이들과 학교 제자들만큼 친할 수 있다는 걸 느꼈죠.” -방송 강의인데 학생들을 어떻게 만나나요. “수강 후기로 몇 번 얘기하다 보면 마음의 상처가 있는 것까지 어떤 아이인지 다 알아요. 차츰 연락처도 주고받으면서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애도 있죠. EBS 선생님들과 전국 투어를 다니기도 해요. 전국의 모텔, 여인숙 안 가 본 데 없을 걸요. 수강 후기로 만나던 아이들이 거기 다 있는 거예요. ‘아름다운 우리들의 라디오(아우라)’라고 공연도 하는데 학생들이 소리 지르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같이 다닌 심주석, 최태성, 윤형준 선생님 모두들 가족 같고 교무실 같았어요." -서커스 유랑단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맞아요. 그때는 애도 없고 결혼 전이니까 정말 힘든데도 너무 재밌었어요. 5시간씩 댓글을 달아 주기도 했으니까….”
-학생들 사이에서 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공교육의 방패다’ ‘『개념의 나비효과』를 한 번도 안 들은 학생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학생은 없다’는 말이 들리는데요. “에이 아닌 것 같은데….(웃음) 나도 가끔 인터넷에 내 이름을 쳐 봐요. ‘수만휘’ 같은 곳을 본단 말이야. ‘이런!’ 막 이러기도 하고 ‘애들이 이렇게 생각하네. 고쳐야지’ 생각도 해요. 공교육의 뭐 어쩌구 하는 말도 봤어. 가끔 사교육 시장에서 오라는 얘기를 해요. 그러면 남편한테 ‘나 못 가! 내가 공교육의 뭐래!' 농담하기도 하죠. 사실 내 실력이 다른 선생님보다 출중해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해 보려는 시도를 했다는 거고 기회와 여건이 맞아서 여기까지 온 거죠. 사실 나도 많이 힘들어(웃음). 너무 오래 했어. 언제든 이 일을 내려놓고 내 자리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공교육의 방패’란 건 부담스럽고 과분한 말이고.” -학생 입장에서 EBS 강의의 가장 큰 메리트는 뭘까요. “사설 인강을 들은 적이 없어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정말 실력이 좋고 진심을 다하시는 선생님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에요.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활동하시는 선생님이 계신데 이 분 수업은 정말 교사들도 들어 봐야 해요. 나는 학교 교사든 학원 강사든 편견은 전혀 없어요. 다만 학원은 상위권 위주라면 EBS 강의는 중하위권 학생들도 챙긴다는 거죠. 이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화려한 스킬이나 재미는 좀 부족하더라도 아이들을 위해 고민한다는 것. EBS 강의에서 위로를 받는 친구들이 많아요. 학교 선생님처럼 보듬어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국어 공부할 때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게 있을까요. “학생들이 인강 듣는 걸 자기 공부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하루에 두세 개 듣겠다고 계획을 세우는데 그렇게 많이 듣는 건 자기 공부가 아니에요. 그건 선생님의 공부를 지식으로 아는 것일 뿐이거든요. 인강으로 알게 된 걸 자기가 적용해 봐야 공부가 돼요. 소문난 강의를 많이 듣기만 하면 정작 자기 공부를 할 시간이 없지. 그래 놓고 강의 들었는데 성적 떨어졌다고 말하는 학생들은 공부법이 잘못 됐어요. 추리소설도 답을 알면 재미가 없잖아요. 선생님이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고 말해 버린 거예요. 인강 듣기 전에 먼저 풀어 보는 예습을 해야 해요. 틀려도 자기 생각을 한번 하고 인강 들은 뒤 복원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사실 인강으로 공부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자기 주도적 학습이거든요.” -중학교 때는 국어가 쉬운 과목이라 여겼는데 고등학교에 오니 어렵고 헷갈리는 과목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과 애들은 그래서 싫어하더라고요. “이과 애들은 정말 성향이 달라요. 국어를 감으로 푸는 학생들이 많은 듯해요. 국어도 수학처럼 개념을 정확히 공부하면 그게 답인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수능은 전형적인 시험이에요. 고3 때는 좀 더 효율적 방법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개념의 나비효과』는 국어 교과서와 교사용 지도서를 탈탈 턴 거거든요. 압축적으로 정리하면 효과가 나타나죠.” -선생님 수능 볼 때 국어가 가장 점수가 안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나는 학원을 안 다녔어요. EBS도 TV로밖에 못 봤고. 고등학교 2학년, 3학년 담임선생님이 모두 국어 교사고 모의평가 출제위원들이신데도 나는 하지 말라는 공부 방법으로 했어요. 문제를 죽도록 푸는 거야. 책상 옆에 라면박스 갖다놓고 푼 문제집 쌓는 거지. ‘양치기’라고 그렇게 하면 감이 생길 줄 알았던 거예요. 좋은 방법 아니라는 거 해 봐서 알아요. 고2 겨울방학 때 시작해서 1년 만에 끝내는 효율적 방법이 있어요. EBS 교재는 수능 수준으로 오류가 없게 다듬어요. 기본을 제대로 다루는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공부한 다음에 기출문제를 보면 돼요. 혹시 모자란다면 수능 직전에 파이널 문제로 실전 연습하면 충분하죠.”
-없을 것 같지만, 선생님 수업에도 자는 친구들이 있나요. “있지. 당연히 있지! 자사고 생기면서 인문계 공립고 심각해졌어. 특성화, 자사고 다 빠지고 거의 하위 80~90% 아이들이 절반이 넘어요. 기반이 전혀 없지. (EBS 파견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아 선생님이 유명하다면서요?’ 하면서 강의를 신기하게 들어. 그런데 그 흥미라는 게 오래 가지 못하더라고요. 2학기 돼서 수시로 다 빠지고 한 반에 5명 남으면 정말 자괴감 들고 힘들어요. 일반고의 현실이 이렇구나 싶어 슬픈 마음도 들고. ‘학교보다 EBS에 있는 게 더 활용가치가 높지 않나. 나의 가성비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속상한 마음도 들고. 예전에는 학생이 자는 꼴을 못 봐서 등짝도 치고 간식도 먹여 깨웠어요. 덕수고는 어려운 애들이 많아서 밤새 알바하고 졸려 하는데 어쩌겠어요.” -고교 서열화 문제가 심각해서 특목고나 자사고를 없애자는 말도 많은데요. “특목고가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아는 과학 선생님 말로는 (과학고) 동창이 100% 의사라고 해요. 다른 데로 갔다가도 대학원에 다시 와서 결국 의사가 된다는. 무조건 없애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취지를 살리는 쪽으로 보완은 됐으면 해요. 특성화고도 좋지만 대학 목적으로 가는 것은 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픈 작품이 있다면요. “도종환 시인을 좋아해요. 시라는 게 우리랑 동떨어진 게 아니잖아요. 노래 가사를 주면 잘 파악하는데 시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해요. 노랫말이든 뭐든 자기한테 편하고 쉬운 것들로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시 수업할 때 가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나얼의 ‘바람기억’을 갖고 했는데 시로 치면 ‘바람’이라는 시어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노랫속 담긴 의미가 뭔지 파악하기 쉽잖아요. ‘바람기억’은 이별의 슬픔을 담고 있잖아. 교과서에 있는 이육사, 한용운 님의 시도 참 의미가 깊은 작품들이지만, 그런 작품들을 읽기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노래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요.” -고3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학교에는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환경의 아이들이 많아요. EBS 꿈장학생들 보면 장애를 가진 친구들도 많고. 그런 애들에게 ‘무조건 공부하라 그랬구나’ 싶어 반성한 적도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래도 최선을 다하라는 거야. 지금 놓인 상황이 너무너무 힘들겠지만 그 생활도 좀 즐겁게 즐기려고 했으면 좋겠어요. 괴로운 고3 견디면 대학 생활의 문이 열릴 거라고 꾹 참기보다는. 같이 가는 길이잖아.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난 고3 때 친구들과 ‘오늘 머리 못 감았어’ 하면서 깔깔 웃으며 나름 재밌게 보낸 것 같아.”
글=박준우(고양국제고 3)·장단비(신서고 2) TONG청소년기자 도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추천 기사] ‘국어의 기술’ 이해황 저자 “150만 부 팔려도 강의 안 하는 이유는…” (http://tong.joins.com/archives/38210)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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