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York Times] 트럼프의 'CIA 죽이기' 위험하다
CIA가 밝혀냈지만 평가절하
"정보 조작 아니냐" 역공까지
미국 안보, 큰 위험 빠질 것
도널드 트럼프는 성격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글을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바 있다. 그때만 해도 내가 33년을 몸담았던 미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의 그 위험한 성격이 노리는 첫 타깃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CIA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평가절하했다. 이는 CIA뿐 아니라 미국의 정보기관 전체의 권위를 실추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안보 기관에 대한 유례없는 도전이다. 트럼프는 CIA의 역량을 의심한다.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다고 오판한 기관을 어떻게 믿느냐”며 조롱한다. 지난 15년간 CIA가 뼈를 깎는 개혁을 한 걸 생각하면 불공정한 비난이다. 트럼프는 CIA가 편견에 치우치고,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당선을 막기 위해 CIA가 러시아 관련 정보를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은연중에 하고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뛰고 있는 CIA 요원들로선 급소를 얻어맞은 거나 다름없다.

트럼프가 마땅한 근거도 없이 CIA를 무시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CIA의 이직률은 급증할 것이다.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CIA에 지원하는 동기는 나라를 지키려는 사명감이다. 순직의 위험성은 말할 것도 없고, 장시간 근무와 언론의 부당한 비판 등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CIA에서 일하는 이유는 나로 인해 세상이 안전해진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CIA의 보고를 무시해버리면 실망한 요원들은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요원은 쉽사리 대체될 수 없다. 유능한 요원을 키워내려면 수년에 걸친 훈련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한다. 많은 요원이 한꺼번에 떠나간 CIA가 정상화되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다. 그런 선례가 있다. 지미 카터 대통령 행정부 시절 스탠스필드 터너 당시 CIA 국장은 “첨단 기술로 인해 요원들이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요원 수백 명이 CIA를 떠났다. 그 뒤에도 터너 국장은 자신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 요원 수백 명을 추가 해고했다. 이후 CIA의 역량은 급락했고 터너 국장 이전 수준으로 능력을 회복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 요원들이 줄지어 사퇴하면 그 후폭풍은 터너 국장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대통령이 CIA를 믿지 않으면 외국 정보기관들도 CIA를 우습게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국 대통령이 불신하는 기관의 정보를 어느 나라 정보기관이 공유하려 하겠는가. 대통령과 CIA의 관계가 견고해야 외국 정보기관들도 CIA와 함께 일할 이유가 생긴다. 이런 전제를 거부한다면 트럼프의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핵확산 방지 등 핵심 안보 현안에서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미국과 함께해 온 나라들의 정보 요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힘들게 모은 정보를 미국이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다면 미국을 위해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는가. 자신이 수집한 정보가 미국 대통령에게 직보된다는 점은 스파이들에게 중요한 동기가 된다. 옛 소련에서 CIA 1급 첩보원으로 활동한 아돌프 톨카체프는 1986년 스파이 혐의로 처형됐다. 그가 살아 있다면 트럼프를 위해 목숨을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럼 미국은 미국의 안보를 지켜줄 고급 정보들을 엄청나게 놓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가 CIA를 맹비난하는 것을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과 달라도 무조건 밀어붙인다. 그러니 사실을 규명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삼는 정보기관과 싸움을 벌이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CIA뿐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들과도 싸움을 벌일 게 분명하다. 그 대가를 치르는 건 결국 미국이다.
마이클 모렐 전 CIA 부국장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6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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