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정제로 쌓은 기술력 제약산업에서 꽃피운다, 매출 커지는 SK 바이오텍
중국 인도보다 앞서가는 '제조업 경험'이 경쟁력
지난 5일 대전 대덕단지의 SK 바이오텍 공장. 어린아이 팔뚝 굵기의 스테인리스 파이프에서부터, 전봇대 굵기의 파이프까지 수많은 파이프가 서로 얽혀 미로를 만들어내고 있다. 파이프 마디마다 흐름과 기압을 제어하는 밸브가 달려있다. 석유정제·석유화학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비다.
![대전 SK바이오텍 공장에서 직원들이 파이프라인으로 물질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약효물질을 배합하는 저온연속공정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텍]](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16/joongang/20170416180542381krdc.jpg)
지난 수백 년간 약품 원료 생산은 각종 물질을 대형 가마솥 같은 배치(Batch)에 넣어 섞어가며 원하는 성질을 얻는 것이 ‘정석’이었다. 한 솥에서 열을 가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하나의 공정이 끝나면 다음 반응을 위해선 다음 솥으로 옮겨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 옮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순물이라도 들어가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세월에 따라 공정이 정교화되고 배치의 소재가 바뀌기도 했지만, 원리는 같다. 이 때문에 솥이 아닌 파이프라인을 이용한 SK 방식이 제약 업계에 꽤 화제가 됐다. 물질이 파이프라인을 타고 흐르기 때문에 어디에서 무엇과 섞이는지가 분명하고 속도도 빠르다. 생산 효율은 배치 방식보다 최대 3배까지 차이가 난다.
![대전 SK바이오텍 공장에서 직원들이 파이프라인으로 물질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약효물질을 배합하는 저온연속공정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SK바이오텍]](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t1.daumcdn.net/news/201704/16/joongang/20170416180542571zxaq.jpg)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는 “석유 화학으로 쌓은 노하우가 있고 ‘선수’들이 모여있으니 공정 디자인은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과연 사업성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딱히 다른 일감도 없어 큰 기대없이 공정을 설계해 보냈더니 덜컥 수십 t계약으로 이어졌다. 한번 의뢰를 받자 여기저기서 주문이 이어졌다.
제약 분야의 한 축인 CMO 사업은 쉽게 말해 제약회사가 필요로 하는 원료나 약품을 만들어내는 ‘하청 업체’다. 이런 종류의 업체는 세계에 수천 곳이고 규모와 생산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원료를 사다 단추 만들듯이 알약을 찍어내는 작은 업체도 CMO이다. 하지만 집약적 지식과 오랜 경험, 편집증에 가까운 품질 관리를 해야 제작 가능한 약효성분을 만드는 곳도 CMO다. 후자의 경우 세계에서도 몇 곳이 없다.
중국·인도 CMO보다 앞서가려면 특허권을 가진 원료의약품을 제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해당 지역의 제조업 경쟁력이 중요하다. 국내 바이오 CMO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반도체 제조 공장에서 축척한 경험을 제약산업에 적극 적용하면서 지난해 매출 2946억원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세계 CMO 시장이 연 6.6%씩 성장해 2020년까지 약 85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노바티스 등 덩치 큰 제약 업체들은 다이어트에 돌입해 신약 개발에 전념하고, 생산은 믿을만한 곳에 맡기는 형태로 제약 산업이 재편되고 있어서다. 제약사들은 개발 기간 단축과 품질 문제를 줄이기 위해 임상 연구 단계에서 CMO를 선정해 신약 출시까지 함께 간다.


대전=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 [단독] 文 38.5%, 安 37.3%···지지층 늘어난 곳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