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오피러스 GH350 시승기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플래그십 오피러스는 쾌적성을 중시하는 소프트 지향의 모델이다. 미국시장 수출을 가장 염두에 둔듯한 오피러스에 기아자동차는‘모든 세단이 꿈꾸는 세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더불어 기존의 라인업과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고급 대형차 시장에서 새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추진 중에 있다. 36개월 동안 3천억원을 들여 개발했다고 하는 오피러스 GH350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박기돈 ( 메가오토 사진 실장)

신차 기근에 시달리는 국내 메이커들에게 오피러스는 단비같은 존재다.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희소식이다. 자꾸 하는 말이지만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 지속적인 모델 라인업의 개편과 모델체인지를 통해 소비자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고 그로 인해 판매를 증진시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올 들어 이렇다할 신차가 없어 국내 메이커들이 안팎에서 당분간 고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의견이 재기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오피러스는 당연히 많은 주목을 끌게 되었고 초기 진입에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피러스의 포지셔닝을 국내시장의 모델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본다면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를 알기 쉬울 것이다. 에쿠스를 타기에는 부담스럽고 그랜저 XG를 타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뒷좌석용 쇼파 드리븐카로서도 부족함이 없는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과 같은 등급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크기는 4980×1850×1485mm로 체어맨의 5,055×1,825×1465mm보다 전장에서는 약간 짧고 전폭과 전고는 더 크다. 참고로 해외 모델들 중에서는 링컨 LS가 4940×1860×1455mm로 오피러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유럽 브랜드들 중 니어 럭셔리 모델인 BMW 3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보다는 훨씬 큰 덩치다.

스타일링에서는 오늘날 흔히 말하는 스와핑 모델의 전형을 보여 준다. 프론트에서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모양의 더블 헤드램프로 인해 보닛의 캐릭터 라인까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사이드 실루엣도 벤츠의 라인과 닮아있다. 그리고 리어로 돌아가면 링컨의 럭셔리 라인에서 볼 수 있는 C필러의 선이 눈에 띤다. 그로 인해 쿼터 필러가 확연하게 눈에 띠고 그곳에도 오피러스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범퍼 아래쪽에 설계된 길게 뻗은 방향지시등은 현대 에쿠스를 생각나게 한다. 다만 이런 스와핑 모델이라는 이미지를 아주 그로테스크해 보이는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이 상쇄해 주고 있다.

크롬도금을 다용한 것도 오피러스의 외관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다. 프론트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해 리어 가니시에 이르기까지 다른 모델보다 그 적용 빈도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쑥함보다는 보수적인 라인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부드러운 터치를 살려낸 탓인지 보는 사람들마다 ‘예쁘다’는 표현을 한다. 이런 대형차에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지만 기존 각진 스타일링보다는 원형 헤드램프와 C필러 등의 디자인으로 인한 것 같다.

쇼파 드리븐카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었다.

인테리어의 대시보드 라인과 디자인은 에쿠스의 그것과 비슷한 터치다. 이 터치는 닛산의 해외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이전 모델과 상통하는 것이다. 길게 뻗은 대시보드 라인 아래로 장미목 우드 그레인으로 확실히 구분하고 있으며 투톤 컬러다.

계기판의 클러스터등도 에쿠스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시인성이 좋고 산뜻한 것은 좋은데 햇볕이 비스듬하게 들어올 때 반사되는 흠이 있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도 에쿠스의 것과 이미지가 상통한다. 특히 AV 시스템을 조절하는 버튼들을 별도로 분리해 스크린 바로 앞쪽에 나열하고 있는 것도 그대로다. 기아측은 인체공학을 바탕으로 각종 스위치 배열과 운전자 눈높이에 맞춰 AV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주장하는데 큰 차여서인지 조작하는데 약간 멀다는 느낌이 든다. 이 AV시스템은 뒷좌석을 위해 센터 콘솔 부근에 별도로 설계되어 있다. 뒷좌석에서도 센터 암레스트에 있는 스위치로 AV시스템은 물론 에어컨 등 공조시스템도 조절할 수 있는 것 등 이 등급의 모델을 위한 배려가 충분히 되어 있다. 그 AV스크린 아래쪽에는 별도의 오디오 출력 단자도 설계되어 있다.

센터 페시아와 센터 콘솔로 이어지는 부분까지 우드트림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색깔은 밝은 색 계통이다. 리어 도어에까지 우드트림을 사용한 것으로 고급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트의 구성과 배열도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국내 모델로서는 처음으로 시트 모양과 같은 조절버튼이 도어 트림에 설계되어 있다. 벤츠에서 보았던 것이다. 특히 쇼파 드리븐카로서의 이용을 고려해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의 버튼으로 앞 시트를 슬라이딩 시키는 기능을 삽입한 것도 세일즈 포인트다. 뒷좌석용 차로 사용할 때 승차자가 스티어링 외의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프론트 시트의 경우 전동식 허리 받침대를 적용하고 있는데 등 윗부분이 닿는 곳이 약간 돌출되는 감이 있는 것은 걸리는 대목이다. 차체가 심하게 쏠릴 때 상체를 완전하게 잡아주지 못할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과 아웃 사이드 미러등이 동시에 기억되는 메모리 기능은 물론이고 공기청정기와 전동식 햇빛가리개 등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그뿐 아니라 리어 시트의 독서등이 리어 시트백 위쪽에 별도로 설계되어 있는 점도 눈에 띤다. 빛이 뒤쪽에서 조사해 책을 읽거나 할 때 아주 유용한 것으로 만드는 이의 세심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인대시 타입 CD체인저를 비롯한 270와트 고출력의 JBL스피커를 채용한 오디오 시스템도 호화롭다. 운전석, 동승석, 뒷좌석 등 모든 시트에서 온도조절이 가능한 5단 조절 열선시트는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전체적으로 현대자동차의 에쿠스의 분위기를 많이 따르고 있으며 부분부분 부품을 공유한 흔적도 눈에 띤다. 다만 도어 씰이 약간 거칠다는 것과 조수석 도어 핸들을 안쪽에서 당기면 자동으로 열리지 않아 번거로운 것은 개선의 필요성이 느껴진다.

여유롭고 쾌적한 주행성에
비중을 둔 차만들기

오피러스의 엔진은 현대의 대형차 라인업에 탑재되어왔던 V6 DOHC 시그마 엔진으로 개량이 가해진 것이다. 2,972cc의 배기량에 187ps/5,500rpm, 25.9kgm/3,500rpm의 성능을 발휘하는 GH300과 3,497cc 198/5,500rpm, 30.0kgm/3,500rpm의 GH350 두 가지가 있다. 수치상으로 최고출력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최대토크 발생회전수가 더 낮아졌고 토크는 더 증대되었다.

기아측은 흡기효율 향상을 위한 ETS(Electronic Throttle System)와 VIS(Variable Induction System)가 적용되어 있고 실린더 블록과 서포트 브라켓에 알루미늄을 적용해 경량화를 실현, 연비를 개선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트랜스미션은 5단 AT인 H 매틱이 조합된다. 실렉트레버를 D로 옮기면 주차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해재된다.

일단 시동을 걸면 차음 장치가 아주 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외부에서와는 달리 실내에서의 엔진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를 위해 기아측은 주요 필러 단면부위에 우레탄 충진패드와 센터플로우 및 루프 부위에 제진 패드를 대거 적용했다고 한다. 엔진룸 커버의 장착과 배기 효율과 조용한 배기음을 위해 가변 머플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도어의 프레임 강성 증대와 틈새를 최소화시켜 주행중의 풍절음과 외부소음을 최대한 차단한 것 등 많은 배려가 이루어져 있다. 프레임 부에 3중의 실링 구조를 채택해 진동과 소음을 차단한 것도 빠트릴 수 없는 내용이다.

실렉트 레버를 그냥 D에 놓고 지긋이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자 오피러스는 조용히 미끄러져 나간다. 스티어링 휠의 유격이 상당히 커 민첩한 반응이라기 보다는 여유있다는 느낌이다. 또한 댐핑 스트로크도 상당히 길게 설정되어 있어 흔히 말하는 푹신한 승차감이다. 여기에 로드 노이즈나 엔진 노이즈 등의 침임도 거의 없어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 금방 졸릴 것 같은 쾌적함을 제공한다. 노면의 잔 충격은 거의 흡수해 엉덩이에 전달하지 않는다.

이 상태로 전진해 통상영역인 100km/h에 도달하자 엔진회전은 2000rpm 부근에 이른다. 매끄럽다. 말 그대로 지긋이 여유있게 전진한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은 즉답식은 아니다. 오른발에 힘을 주면 약간 뜸을 들이며 반응해 온다. 아주 조용하다. 그저 이정도로의 감각으로만 계속 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쾌적하다. 앞쪽에서 침입하는 소음도 거의 없다.

일단 한번 풀 스로틀을 시도해 보기로 하고 킥 다운. 순간적으로 타코미터의 바늘이 3,000rpm 정도 상승한다. 하지만 스피도미터의 바늘은 그렇게 금방 따라 올라가지는 않는다. 처음 운전자와 익숙하지 않은 트랜스미션 탓인지 가속감이 그다지 빠르지 않다. 100km/h에서 130km/h 정도의 범위에서는 두터운 토크감과 함께 중후하게 전진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는데는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오른발에 한껏 힘을 주자 5000rpm에서 180km/h까지 이르는데 속도감이 없이 올라간다. 처음에는 더 이상의 가속이 어려울 것 같았는데 오후에 들어 다시 도전하자 5,600rpm에서 200km/h까지 무난하게 돌파한다. 폭발적인 감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필요한만큼은 가준다. 저중속에서 느꼈던 것과는 달리 직진안정성은 의외로 좋다. 자세의 흐트러짐이 없다. 속도감응식 파워 스티어링은 중저속에서의 느낌보다는 고속에서 더 안정감있게 다가온다.

다만 댐핑 스트로크가 크게 설정된 탓인지 고속에서의 노면의 요철에 대한 반응은 약간 허풍스럽다. 특히 고속 주행 중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 풀 브레이킹을 시도하자 자세가 약간 흐트러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불어 무거운 차체가 느껴진다. 물론 중저속에서 통상적인 주행 시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전진하고 멈추어준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차체의 무게가 다가온다. 핸들링 특성은 언더 스티어가 강한 편이다. 곡률 반경이 큰 고속주행에서는 150km/h가 넘는 속도에서도 흐트러짐이 없이 전진하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자제심이 필요할 것 같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뒷바퀴에 멀티링크 서스펜션. 물론 ECS도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차체 자세 제어장치인 VDC(Vehicle Dynamic Control)와 BAS(Brake Assist System) 및 EBD ABS(Electronic Brake-force Distribution ABS) 등 적극적 안전성을 위한 장비는 만재하고 있다.

안전장비로는 운전석과 조수석, 앞뒤 좌석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등 시대적 흐름에 충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오피러스를 규정하자면 쾌적성을 중시하는 승차감 위주의 차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이나믹한 달리기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조용하고 쾌적한 주행을 원하는 우리나라와 미국시장의 중장년층 기호에는 아주 잘 매치가 될 것 같다.

주요제원

크기 : 4980×1850×1485mm, 실내장×폭×고 :1,930×1,510×1,200, 휠 베이스 2,800, 트렁크 용량 440ℓ, 타이어225/60R16

엔진 : 3,497cc 198/5,500rpm, 30.0kgm/3,500rpm

서스펜션 : 프론트 더블 위시본, 리어 멀티링크

가격 : 3,000CC GH300 고급형 3,800만원, 고급형 하이오너 4,000만원, 최고급형 4,250만원, 3,500CC GH350 최고급형 4,87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