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도시 열전..서울 집값 급등에 신도시 아파트 인기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찮다. 강남,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구) 등 인기 지역뿐 아니라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등 외곽 지역까지 안 오르는 곳이 없을 정도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중소형 아파트(전용 60~85㎡) 평균 매매 가격은 10억1262만원으로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7억원에 못 미쳤지만 어느새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집값이 치솟지만 신규 공급 물량은 손에 꼽을 정도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접수 기준 7곳뿐이다. 2015년 이후 7년 내 최저 수준이다. 일반분양 물량도 1068가구로 2016년(4983가구)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청약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는 무려 7만3769명이 청약에 뛰어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혼부부는 물론이고 오랜 기간 전세를 거주하며 내집마련을 꿈꿔온 이들도 서울 입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심 끝에 실수요자들은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신도시로 눈을 돌린다. 서울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은 있지만 신도시마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데다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1989년 당시 폭등하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1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했다. 서울과 20~25㎞가량 떨어진 일산, 분당, 중동, 평촌, 산본 등 5곳을 조성했다. 이들 지역에 30만여가구를 쏟아내자 서울 진입 수요가 분산되고 집값 안정 효과까지 거뒀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들썩이자 정부는 또다시 대규모 신도시 개발에 나섰다. 2003년 화성 동탄1신도시를 필두로 판교, 위례, 광교, 김포, 파주, 양주를 2기 신도시로 지정해 60만가구의 대규모 주택을 공급했다.
신도시 중에서도 기존 철도망을 통해 1시간 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 인기를 끌었다. 신분당선으로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판교, 광교가 대표적이다. 신분당선은 강남역에서 판교, 정자를 지나 광교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판교, 광교신도시 집값은 서울 못지않게 치솟은 데다 ‘로또 청약’ 열풍이 일기도 했다.
다만 모든 신도시가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파주, 양주 등 서울에서 거리가 먼 경기 북부 신도시는 실수요자 외면을 받았다. 교통 인프라가 취약하고 자족기능이 떨어져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탓이다. 건설사들이 대규모 공급 물량을 쏟아냈지만 오히려 미분양 물량만 급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시키고 수도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GTX 등 교통망 확충에 나서면서 신도시, 택지지구 인기가 살아났다.
일례로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는 경의중앙선을 제외하면 서울까지 연결되는 철도 인프라가 전무했지만 GTX 개통 호재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GTX A노선을 통해 파주에서 서울 도심까지 20~30분 내 주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집값도 날개를 달았다. 파주 목동동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말 9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6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단숨에 3억원가량 뛰었다. 호가는 10억원을 넘어섰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운정신도시는 한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렸지만 GTX 호재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울에서 밀려난 젊은 층 수요가 몰리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감한 데다 매매가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GTX C노선이 지나는 인덕원역 인근 부동산 시장도 ‘불장’이다. 의왕시 포일동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전용 84㎡는 지난 6월 초 16억3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해당 평형 분양가가 5억원대 중반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세 배가량 오른 셈이다.
지하철 연장선 효과로 집값이 급등한 신도시도 많다. 남양주 다산e편한세상자이 전용 84㎡는 최근 10억12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 선을 돌파했다. 남양주에는 지하철 4, 8호선 연장선 공사가 진행 중인 데다 하남에서 남양주를 잇는 9호선 연장선도 확정되는 등 철도 개통 호재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하남도 지하철 5호선을 통해 강남권 출퇴근이 가능한 덕분에 집값이 상승세다. 5호선 종착역인 상일동역에서 하남검단산역까지 7.7㎞ 연장 구간이 지난해 개통됐다.

▷공급 물량 쏟아지면 집값 하락 우려도
신도시가 인기를 끌다 보니 청약 경쟁률도 치솟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진행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302가구)’ 1순위 청약에 24만명 넘는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809 대 1을 기록했다. 2005년 분양한 대구 수성구 황금동 ‘힐스테이트 황금동(622.2 대 1)’ 기록을 갈아치우고 전국에 분양한 아파트 중 역대 최고 경쟁률 기록을 세웠다. 전용 84㎡ 분양가가 3억원대 후반에서 시작해 청약 당첨 시 최소 5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동탄역 인근 집값도 연일 상승세다. 동탄 대장주로 꼽히는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는 지난 5월 13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11억2800만원) 대비 1년여 만에 2억5000만원 이상 뛰었다. 가히 ‘신도시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정부가 최근 지정한 3기 신도시도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남양주 왕숙,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 인천 계양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하고 사전청약에 나섰다. 서울 집값이 급등한 데다 임대차법 여파로 전셋값마저 폭등하자 3기 신도시 청약을 노리고 신도시로 이사하는 젊은 층이 급증했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되는 덕분이다. 일례로 인천 계양신도시는 전용 59㎡ 아파트가 3억5000만원, 74㎡는 4억5000만원 선에 공급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도권 신도시 진입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단 신도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GTX 같은 교통 호재만 보지 말고 서울 강남, 도심 접근성이 얼마나 높은지, 자족기능을 갖췄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경우 입지가 좋지만 노후 아파트가 많아 리모델링 가능 여부가 집값 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에 투자할 때는 일자리를 배후에 두거나 기업들이 몰려드는 자족도시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GTX 개통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철도망을 활용해 강남 접근이 수월한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고령화, 인구 감소로 도쿄 주변 다마뉴타운 등 신도시들이 유령도시로 전락한 반면 도쿄 도심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중이다. 아무리 입지가 좋은 신도시라도 주택 공급이 쏟아지면 수요가 뒤따르기 어려운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한태욱 동양미래대 경영학부 교수 의견도 눈길을 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7호 (2021.07.14~2021.07.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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