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로드..올드 타운으로의 시간 여행

2021. 7. 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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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낭만의 도시 부산의 오래된 골목은 그 깊은 이야기만큼이나 애틋하다. 겉모습은 조금 투박하지만 천천히 음미할수록 새콤하고 신선한 과즙이 입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의 공간들로 여행을 떠나보자. 오래된 골목의 오래된 상가, 재건축을 앞둔 바닷가 아파트촌, 쇠락해 가던 재래시장의 공간들. 그 올드타운에 비집고 들어선 젊은 기운들의 아름다운 도발. 그 콘텐츠를 따라 여행하는 것은 동네의 역사와 최신 트렌드가 결합된 감성 자극의 시간이다. 신구의 조화는 늘 그렇듯 아름답다.

단지 내의 정원은 300 종이 넘는 나무와 꽃으로 가득하다, 삼익비치아파트 단지를 끼고 이어지는 긴 바닷가 해송 산책로, 삼익비치아파트는 알록달록한 외관과 로고로 눈길을 끈다. 바닷가의 오래된 아파트의 원색적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 된다. 사라지기 전에 눈에 담아둘 추억이다.

부산은 넓고 빛난다. 부산역에 내려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고층 주상복합 건물, 그 사이로 흐르는 찬란한 수영만, 바다를 따라 출렁이는 진한 야경, 언뜻 모든 것이 화려하다. 여름이 되면 외지인의 격렬한 에너지까지 더해져 도시는 유난히 펄떡인다. 사람들을 홀리는 여행 콘텐츠의 끝은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갈 때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부산은 늘 놀라움의 연속이다. 낭만적인 요트를 타고 물 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고, 통창 가득 바다를 채운 숙소들도 속속 들어선다. 럭셔리 브랜드의 콘셉트 스토어가 철마다 들어서는 것도 부산이다. 하나같이 매끈하고 세련됐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이 역사 깊은 도시의 구석구석엔 진한 비밀의 공간들이 있다. 겉모습은 조금 투박하지만 천천히 음미할수록 새콤하고 신선한 과즙이 입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의 공간들. 한 번 아니고 여러 번, 찾을 때마다 새로운 곳들. 오래된 골목의 오래된 상가, 재건축을 앞둔 바닷가 아파트촌, 쇠락해 가던 재래시장의 공간들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올드타운에 재생과 신구융합 바람이 부는 요즘. 그 와중에 부산이 더욱 특별한 것은 부산이 유난히 화려한 외모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즉 그 화려함 이면의 역사가 더욱 깊고도 뚜렸해서다. 곧 재건축을 앞둔 광안리 삼익아파트의 오랜 산책로를 여행의 첫 코스로 잡은 이유도 그래서다.

삼익비치아파트 산책로에서 이어지는 광안대교 산책로. 바다를 끼고 숲을 거니는 기분은 참으로 묘하다, 알록달록하고 나즈막한 이 아파트는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광안리 삼익비치타운 산책로

알록달록한 삼익비치타운의 사진을 보면 ‘아하, 여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광안리 해변 뒤에 위치한 아파트라 여길 뿐. 아파트 안 산책로를 걸어 광안리로 이어지는 숲길을 탐험하겠다는 생각은 못 해봤을 것이다. 여긴 인근 부산 사람들만이 아는 산책로이자 삼익비치타운 주민들의 일상 로드이다.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하기 전에 삼익비치타운을 소개하자면, 이곳은 1979년 준공된 42살 된 아파트다.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광안대교가 코앞이다. 태생이 매립지에 지어진 부자 아파트였던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버금갔다고 한다) 이곳은 단지 내의 벚나무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둘레길 산책로가 압권이다. 300그루가 넘는 아름드리 나무, 다양한 수종, 수수한 꽃밭을 따라 아파트 단지를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광안리 숲 산책로로 들어서게 된다. 단지가 자연스럽게 바닷가 산책로로 이어지는 기적 같은 구조다. 광안대교와 나란한 이 산책로엔 울창한 소나무가 이어지는데 관광객이 아닌 동네주민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흔히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산책을 이어가면 그들 사이에서 평온함을 찾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천천히 걷다, 그늘에 앉아 쉬다, 바다 보며 멍 때리다, 기념 촬영도 좀 하다 보면 2시간은 훌쩍이다. 그저 평지를 도는 것이라 힘 들이지 않고 느리게 걷기만 하면 된다. 숲길이 메인이지만 오랜 아파트의 매력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랑, 파랑, 주황 등 근래 보기 힘든 색으로 칠해진 아파트 외관하며 ‘4’라는 숫자를 쓰지 않는 옛스런 전통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여긴 104동도 404호도 없다). 시원한 생수와 모자를 챙겨 가자. 감사한 길이다.

아쉬운 것은 삼익비치타운에서 광안리 해변 숲길로 이어지는 이 코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이다. 재건축이 최근 들어 본격화 했기 때문이다. 근 20년 동안 부산 시민의 꽃길이어던 곳, 봄이면 벚꽃, 여름이면 무화과로 가득하고 새들의 지저귐이 가득한 이곳. 300그루가 넘는 아름드리 나무가 위안을 주는 산책로는 지금이 아니면 감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700m가량 쭉 이어진 아파트 산책로는 요즘식 조경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투박하게 자라난 나무들로 가득해 묵묵하고 견고하다. 오래된 아파트가 사라지는 것은 숲을 하나 잃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잃기 전에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할 풍경이다.

TIP 단지 위쪽, 산책로 시작되는 부분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여기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신분증만 맡기면 2시간 정도 빌려서 탈 수 있다.

▶커피와 빵과 광안종합시장

‌꽃집, 파스타집 등 광안시장을 끼고 젊은 감각의 숍들이 하나 둘 씩 자리한다, ‌오래된 광안종합시장 골목.
부산역에서 가까운 수영구. 지금 광안 종합시장 일대는 그야말로 핫플 집결지가 되었다. 구도심의 중심인 시장,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인 광안종합시장에 꽃이 핀 것이다. 광안종합시장에 새 기운을 넣은 발화점은 작은 에스프레소바다. 바로 타타에스프레소. 이를 시작으로 건너편에 생긴 럭키베이커리, 비스트로 광안리애, 꽃집 유난, 브런치 카페 소보 등이 연이었다. 그 사이에 자리한 방앗간, 정육점, 이불가게, 양장점이 한 식구처럼 자연스럽다.

▷타타에스프레소바

‌광안종합시장 골목에 새 바람을 일으킨 타타에스트레소바
시장 초입에 에스프레소바라니? 생소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 어우러짐이 정말 절묘하다. 광안종합시장 바로 옆 2층 건물에 위치한 타타는 오래된 것들이 새것을 만든다는 명제에 충실하다. 오래된 건물의 구조를 그대로 살렸지만, 블루 컬러와 인더스트리얼 요소로 ‘간지’가 제대로다. 무엇보다 커피 맛이 제대로다. 특히 에스프레소 마끼아또와 꼰빠냐를 꼭 맛보길 권한다.

주소 부산 수영구 무학로 33번길 57 1층 운영 시간 11:00~20:00 수요일 휴무

▷럭키베이커리

주말에만 문을 여는 럭키베이커리. 문을 열자마자 솔드아웃 행렬이 이어진다.
이곳은 타타에스프레와 앞뒤에 있다. 마치 사이 좋은 남매 같은 모습이다. 럭키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서 타타에스프레소에서 커피를 마시는 코스랄까? 이곳은 건강한 사워도우 빵이 유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문을 여는 시간이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품절이 되면 바로 셔터를 내린다는 것. 그만큼 인기가 많다. 줄을 서는 건 기본.

주소 부산 수영구 무학로 49번길 71 운영 시간 토요일 11:30~16:00, 일요일 11:30~16:00 소진 시 마감

▶와인과 맥주와 세흥시장

광안리 해변을 가는 길목에 오래된 시장이 하나 있다. 1978년 개장한 곳이니까 40년이 훌쩍 넘었다. 세흥시장 자체는 자연스레 활력이 많이 감소되었지만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이라 사람들의 왕래는 잦다. 광안리가 어떤 곳인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여름이면 에너지가 들끓는 동네 아니던가. 그래서 이곳에 재미진 술집이 많다. 부산의 크래프트비어를 이끄는 고릴라 브루잉, 내추럴와인 마켓 칠링아웃이 대표적이다.

▷고릴라브루잉

‌광안리에서 태어난 고릴라 브루잉. 수제 맥주의 다채로운 맛이 매력이다.
여행지에 가서 그 지역의 수제맥주를 맛본다는 건, 진한 기쁨이다. 2015년 광안리에 생긴 영국식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 고릴라브루잉은 몰트(맥아)와 홉의 균형을 맞춰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광안리 펍에서 대표 메뉴인 고릴라 IPA 등 이곳에서 양조하는 10여 종의 맥주와, 다른 양조장의 맥주들을 맛볼 수 있고 안주의 밸런스가 훌륭한 인기다. 활기찬 에너지가 넘치는 매장 분위기도 여행의 즐거움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한다. IPA와 고릴라 바메큐플레토는 꼭 한번 맛보길!

주소 부산 수영구 광남로 125 2층

운영 시간 평일 18:00~23:00 / 주말 11:30~23:00

▷칠링아웃샵

내추럴 와인이 넘치는 칠링아웃샵의 외부와 내부.
부산에 생겨나는 소규모 와인숍 중 눈에 띄는 디자인을 갖춘 곳이다. 세흥시장 맞은편 건물에 있다. 트렌디한 내추럴 와인 위주로 합리적 가격대의 상품을 소규모 마켓처럼 판매하는데 셀렉션이 좋다. 와인마다 친절한 설명이 있어 내추럴 와인 초심자라도 문제 없다. 간단히 술과 곁들일 수 있는 치즈, 토마토 절임, 올리브, 스낵류 등을 함께 판매한다. 무엇보다 광안리해변과 가까운 재래 시장 골목에서 이렇게 예쁜 와인숍을 발견하고 또 여기서 쇼핑을 해서 숙소에서 바다를 보며 한잔하는 기분이란! 이 과정 전체가 진정한 낭만이 아닐 수 없다.

주소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 15 1층 운영 시간 매일 13:00~22:00

▶해운대 명소 대림맨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대림맨숀 외관.
대림맨숀을 빼고 해운대를 논할 수 있을까. 온갖 핫한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를 여는 곳. 해운대 파라다이스 뒷골목, 1975년에 지어진 이곳은 외양에서 이미 마음을 녹인다. 호텔이 즐비하고 명품 자동차 전시장이 곳곳에 박힌 화려한 동네에 묵묵하고 소박한 문진처럼 자리가 있고, 황토빛 타일에 나무 간판이 시간여행을 예고한다. 놀라운 건 실제로 이곳에 아직 주민들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해운대 토박이 원주민들과 타지에서 온 이들이 꾸민 브랜드 공간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영화 속 한 장면을 마주하는 것만 같다. 그 조화로움 때문에 대림맨숀은 이제 그 자체로 아트 작품이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파는 에크루, 젊은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ERD, 향기를 기반으로 한 바디 코스메틱 브랜드 논픽션 쇼룸, 키치한 외모의 맛집 홀리건 타르트까지 너도나도 공간 미학을 자랑한다. 그건 오래된 것과의 조화에서 나온다. 이곳을 다 찬찬히 돌아보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잡아야 한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에크루

대림맨숀의 시대를 연 에크루
이곳은 대림맨숀에 가장 먼저 둥지를 튼 곳이다. 이효진 대표가 107호와 108호에 자리를 잡고 여행에서 모은 가구와 소품을 소개한다. 에크루에 들어서면 시공간을 초월한 낯섦을 마주하게 된다. 여백이 많은 공간에 일본 고가구와 북유럽 빈티지 가구, 한국 공예품이 어울러지니 마치 한 편의 예술 영화를 보는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또 수시로 지역 브랜드나 작가와의 협업을 통한 팝업스토어, 원데이클래스 등이 열려 콘텐츠가 순환된다.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7, 108호 운영 시간 매장 문의

▷타르트홀리건

과일타르트와 귀여운 굿즈가 함께 있는 홀리건타르트.
오랜 건물 속에 위치한 상큼 발랄한 타르트 전문점이다. 과일 타르트 전문인데 제철 과일을 듬뿍 얹은 타르트는 그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황홀한 맛이다. 요즘은 체리가 제철이어서 붉은 체리를 얹은 고운 타르트가 많이 팔린다. 맛만큼이나 주목받는 건 이곳의 캐릭터다. 이 캐릭터를 이용해 다양한 굿즈를 개발해 매장에 디스플레이하고 판매하는데 디자인 자체가 행복 지수를 업시키는 발랄함이 특징이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 건 맛과 멋의 핫한 조화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 때문이리라.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3호 운영 시간 매일 11:00~19:00

▷갤러리 ERD

갤러리 ERD는 작은 규모지만 밀도 있는 전시관이다.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빈티지한 맨션의 한 집이 갤러리라니, 그 자체로 예술이다. ERD는 2016년 서울 이태원에 개관하여 동시대 현대미술과 다양한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소개해 오고있는 활기찬 갤러리다.

특히 역량 있는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소개해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 갤러리의 부산 지점이 대림맨숀에 생긴 건 2020년. 작은 공간이지만 반짝이는 작가의 작품을 알차게 전시하는 중이다.

ERD 부산 지점이 해운대에 개관하여 전시 플랫폼의 다변화 또한 꾀하고 있다.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3호

운영 시간 매일 11:00~19:00

▷논픽션

향, 가구, 식물, 전경. 모든 것이 아름다운 논픽션 쇼룸.
지금 현재 한국에서 가장 핫한 뷰티 브랜드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코 논픽션일 것이다. 논픽션은 트렌디한 향의 보디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향, 패키지, 제품 가성비가 좋아 인기몰이 중 인데 특히 공간 브랜딩이 세심하기로 유명하다. 서울 한남동에 이어 두 번째로 생긴 부산 논픽션 쇼룸. 이곳에 들어서면 거친 도시의 삶을 툭 내려놓고 아름다운 섬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특히 3층의 체험형 휴식 공간이 그렇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나만의 향을 즐기며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에게 선물 편지를 써도 좋고, 잠시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며 쉬어 가도 좋다.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3호 운영 시간 매일 11:00~19:00

글과 사진 우주엔(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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