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로드..올드 타운으로의 시간 여행
바다와 낭만의 도시 부산의 오래된 골목은 그 깊은 이야기만큼이나 애틋하다. 겉모습은 조금 투박하지만 천천히 음미할수록 새콤하고 신선한 과즙이 입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의 공간들로 여행을 떠나보자. 오래된 골목의 오래된 상가, 재건축을 앞둔 바닷가 아파트촌, 쇠락해 가던 재래시장의 공간들. 그 올드타운에 비집고 들어선 젊은 기운들의 아름다운 도발. 그 콘텐츠를 따라 여행하는 것은 동네의 역사와 최신 트렌드가 결합된 감성 자극의 시간이다. 신구의 조화는 늘 그렇듯 아름답다.

부산은 넓고 빛난다. 부산역에 내려 차를 타고 이동을 하다 보면 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고층 주상복합 건물, 그 사이로 흐르는 찬란한 수영만, 바다를 따라 출렁이는 진한 야경, 언뜻 모든 것이 화려하다. 여름이 되면 외지인의 격렬한 에너지까지 더해져 도시는 유난히 펄떡인다. 사람들을 홀리는 여행 콘텐츠의 끝은 어디인가 싶을 정도로 갈 때마다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부산은 늘 놀라움의 연속이다. 낭만적인 요트를 타고 물 위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도 있고, 통창 가득 바다를 채운 숙소들도 속속 들어선다. 럭셔리 브랜드의 콘셉트 스토어가 철마다 들어서는 것도 부산이다. 하나같이 매끈하고 세련됐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이 역사 깊은 도시의 구석구석엔 진한 비밀의 공간들이 있다. 겉모습은 조금 투박하지만 천천히 음미할수록 새콤하고 신선한 과즙이 입안 가득 차오르는 느낌의 공간들. 한 번 아니고 여러 번, 찾을 때마다 새로운 곳들. 오래된 골목의 오래된 상가, 재건축을 앞둔 바닷가 아파트촌, 쇠락해 가던 재래시장의 공간들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올드타운에 재생과 신구융합 바람이 부는 요즘. 그 와중에 부산이 더욱 특별한 것은 부산이 유난히 화려한 외모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즉 그 화려함 이면의 역사가 더욱 깊고도 뚜렸해서다. 곧 재건축을 앞둔 광안리 삼익아파트의 오랜 산책로를 여행의 첫 코스로 잡은 이유도 그래서다.

▶광안리 삼익비치타운 산책로
알록달록한 삼익비치타운의 사진을 보면 ‘아하, 여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광안리 해변 뒤에 위치한 아파트라 여길 뿐. 아파트 안 산책로를 걸어 광안리로 이어지는 숲길을 탐험하겠다는 생각은 못 해봤을 것이다. 여긴 인근 부산 사람들만이 아는 산책로이자 삼익비치타운 주민들의 일상 로드이다.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설명하기 전에 삼익비치타운을 소개하자면, 이곳은 1979년 준공된 42살 된 아파트다. 광안리 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해 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광안대교가 코앞이다. 태생이 매립지에 지어진 부자 아파트였던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버금갔다고 한다) 이곳은 단지 내의 벚나무길,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둘레길 산책로가 압권이다. 300그루가 넘는 아름드리 나무, 다양한 수종, 수수한 꽃밭을 따라 아파트 단지를 돌다 보면 자연스럽게 광안리 숲 산책로로 들어서게 된다. 단지가 자연스럽게 바닷가 산책로로 이어지는 기적 같은 구조다. 광안대교와 나란한 이 산책로엔 울창한 소나무가 이어지는데 관광객이 아닌 동네주민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흔히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산책을 이어가면 그들 사이에서 평온함을 찾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천천히 걷다, 그늘에 앉아 쉬다, 바다 보며 멍 때리다, 기념 촬영도 좀 하다 보면 2시간은 훌쩍이다. 그저 평지를 도는 것이라 힘 들이지 않고 느리게 걷기만 하면 된다. 숲길이 메인이지만 오랜 아파트의 매력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랑, 파랑, 주황 등 근래 보기 힘든 색으로 칠해진 아파트 외관하며 ‘4’라는 숫자를 쓰지 않는 옛스런 전통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여긴 104동도 404호도 없다). 시원한 생수와 모자를 챙겨 가자. 감사한 길이다.
아쉬운 것은 삼익비치타운에서 광안리 해변 숲길로 이어지는 이 코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이다. 재건축이 최근 들어 본격화 했기 때문이다. 근 20년 동안 부산 시민의 꽃길이어던 곳, 봄이면 벚꽃, 여름이면 무화과로 가득하고 새들의 지저귐이 가득한 이곳. 300그루가 넘는 아름드리 나무가 위안을 주는 산책로는 지금이 아니면 감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700m가량 쭉 이어진 아파트 산책로는 요즘식 조경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투박하게 자라난 나무들로 가득해 묵묵하고 견고하다. 오래된 아파트가 사라지는 것은 숲을 하나 잃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는가. 잃기 전에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할 풍경이다.
TIP 단지 위쪽, 산책로 시작되는 부분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여기서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신분증만 맡기면 2시간 정도 빌려서 탈 수 있다.
▶커피와 빵과 광안종합시장

▷타타에스프레소바

주소 부산 수영구 무학로 33번길 57 1층 운영 시간 11:00~20:00 수요일 휴무
▷럭키베이커리

주소 부산 수영구 무학로 49번길 71 운영 시간 토요일 11:30~16:00, 일요일 11:30~16:00 소진 시 마감
▶와인과 맥주와 세흥시장
광안리 해변을 가는 길목에 오래된 시장이 하나 있다. 1978년 개장한 곳이니까 40년이 훌쩍 넘었다. 세흥시장 자체는 자연스레 활력이 많이 감소되었지만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길목이라 사람들의 왕래는 잦다. 광안리가 어떤 곳인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여름이면 에너지가 들끓는 동네 아니던가. 그래서 이곳에 재미진 술집이 많다. 부산의 크래프트비어를 이끄는 고릴라 브루잉, 내추럴와인 마켓 칠링아웃이 대표적이다.
▷고릴라브루잉

주소 부산 수영구 광남로 125 2층
운영 시간 평일 18:00~23:00 / 주말 11:30~23:00
▷칠링아웃샵

주소 부산 수영구 남천바다로 15 1층 운영 시간 매일 13:00~22:00
▶해운대 명소 대림맨숀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에크루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7, 108호 운영 시간 매장 문의
▷타르트홀리건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3호 운영 시간 매일 11:00~19:00
▷갤러리 ERD

특히 역량 있는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소개해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 갤러리의 부산 지점이 대림맨숀에 생긴 건 2020년. 작은 공간이지만 반짝이는 작가의 작품을 알차게 전시하는 중이다.
ERD 부산 지점이 해운대에 개관하여 전시 플랫폼의 다변화 또한 꾀하고 있다.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3호
운영 시간 매일 11:00~19:00
▷논픽션

주소 부산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2 103호 운영 시간 매일 11:00~19:00
글과 사진 우주엔(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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