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길거리 출산하나" 태몽 대신 악몽 꾸는 임산부들
김서원 2021. 12. 21. 05:00
“코로나19가 터진 지 2년이 넘어가는데 확진 산모 병상이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출산을 일주일 정도 앞둔 이모(28)씨는 “이제 어디서 코로나19가 퍼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혹시나 감염될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병원에선 PCR 음성 결과가 있어야 출산 입원이 가능하다. 곧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혹시나 양성이 나올까 악몽까지 꾼다”고 했다.
실제로 경기도 양주시에서 지난 18일 재택치료 중이던 코로나19 확진자 30대 임산부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서울·경기 코로나 전담 병원 16곳에 연락했지만 병상을 찾지 못하면서다. 남편 장모(34)씨는 “출산을 위해 받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급히 병상을 찾았지만, 끝끝내 병상을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코로나19확산세에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들의 걱정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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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감염될까” 악몽까지 꾸는 임산부들
경기도 군포시에 사는 임산부 박모(33)씨는 “출산을 약 3개월 앞두고 조심은 하고 있지만, 또 조심한다고 코로나에 안 걸리는 게 아니니까 감염될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확진됐을 때 병상 못 찾는 상황에 부닥치진 않을까,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맘카페 등에서도 임산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방에 자가격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지금부터 안전하게 병상 찾아 낳을 때까지 누워있고 싶다” “26주 조기 진통으로 문이 열렸었다. 다니던 대학병원에서도 코로나 검사 결과 나올 때까지 입원이 안된다고 했다. 종일 울면서 결과 기다린 적이 있다” 등 하소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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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진료 현장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병상 자체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산모들이 입원 치료를 받기에도 쉽지 않은 것이다. 종합병원엔 주로 임신중독증, 당뇨 등을 앓는 고위험 산모들이 찾는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가장 먼저 산부인과·소아과 메인 병동의 병상 배정부터 줄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5년차 간호사 A씨(27)는 “내과·외과 환자가 많기 때문인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산부인과 환자들은 외과 병동으로 겨우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렇게 해도 입원을 많이는 못 받아서 전원 조치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되며 산부인과 병동 줄이기도
일선 진료 현장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병상 자체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산모들이 입원 치료를 받기에도 쉽지 않은 것이다. 종합병원엔 주로 임신중독증, 당뇨 등을 앓는 고위험 산모들이 찾는다.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가장 먼저 산부인과·소아과 메인 병동의 병상 배정부터 줄였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5년차 간호사 A씨(27)는 “내과·외과 환자가 많기 때문인데, 입원 치료가 필요한 산부인과 환자들은 외과 병동으로 겨우 배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렇게 해도 입원을 많이는 못 받아서 전원 조치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들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음압병실을 갖춘 분만·수술실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코로나19가 젊은 세대로 확산하면서 산모에 대한 감염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정부는 사실상 손 놓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산부인과 병동을 지역별 거점 병원에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훈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산모용음압병실이 지금 서울 안에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시설과 인력을 갖추는 게 쉽지 않겠지만, 빨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서원·석경민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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