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지원 끊긴다..유튜버 김쎌 남편 "목숨 달린 일"

유수인 2021. 11. 1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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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괄수가제' 뭐길래..'개선안 반대' 청원 20만명 동의
정부 “기존 환자는 치료비 유지” VS 암환자 “항암제 바꾸면 지원 못 받아 ”

김쎌 유튜브 영상 화면 캡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주마다 570만원을 내고 키트루다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약이 잘 들었고, 신포괄수가제도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현재 30여만원정도 내고 있다. 제도가 중단된다면 분명 돈이 없어서 항암치료를 못하는 사람이 생길 거다. 돈 많은 사람은 항암제를 맞고 없으면 죽는다면 국가는 왜 있는 거냐.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을..” 

유튜버이자 현대미술작가 김쎌의 남편 허동혁씨는 1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부터 바뀌는 ‘신포괄수가제’ 제도 개선안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집사람이 영상을 올려서 화제가 돼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아줬는데 어떤 사람은 이 제도를 몰라서 570만원씩 낸다고 하더라. 같은 약인데 어떤 병원은 되고, 어떤 병원은 안 되는 게 이상하다”라면서 “게다가 정부는 기존에 치료 받던 환자들만 혜택을 유지해준다고 하는데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본인부담금 5~20%로 낮춘 ‘신포괄수가제’, 내년부터 변경?

허씨에 따르면 김쎌은 자궁경부암 4기로 뼈, 뇌 등에 암이 전이된 상태다. 잔존수명이 1년 정도 된다는 소식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중 2019년 9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알게 됐다. 키트루다의 경우 폐암 치료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으로 본인부담금 5%만 내면 되지만 자궁경부암 치료에서는 효과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본인부담금을 100% 내야 한다.   

당시에는 경제적 부담이 상담함에도 불구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3주에 한번씩 570만원을 내면서 치료를 받았다. 그로부터 1년 뒤 2군 항암제에도 본인부담금 5%을 적용하는 ‘신포괄수가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범사업 병원으로 옮긴 후 월 30여만원대의 약값을 내며 치료를 지속하고 있다. 

신포괄수가제는 각종 의약품과 치료재료는 ‘포괄수가’에 포함하고, 의사의 수술, 시술은 ‘행위별 수가’로 지불하는 복합 수가제이다. 신포괄수가제에서는 기존 행위별 수가에서 비급여인 각종 항암제들이 수가적용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표적 및 면역항암제 등도 기존 항암제 비용의 5%~20% 수준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해당 제도는 지난 2009년부터 전국 98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에서 시범사업 개념으로 시행중이다. 즉, 현재는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제도라서 의료비 경감 혜택을 보려는 환자들이 시범사업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 적용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안내’를 통해 “희귀 및 중증질환 등에 사용돼 남용 여지가 없는 항목 등은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라고 각 의료기관에 공지했다. ‘전액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됐다는 의미는 해당 약품과 치료재료를 신포괄수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며, 제외된 약품과 치료재료 중 상당수는 ‘비급여’가 된다는 의미다. 심평원의 사전안내 문서에서 전액 비포괄로 결정된 항목은 ‘희귀의약품, 2군항암제 및 기타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라고 명시돼 있다.

심사평가원 포괄수가개발부 관계자는 “환자입장에서는 동일한 치료인데도 (신포괄수가에) 해당되는 질병군, 수행 병원 여부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달라져 형평성에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또 환자가 일부러 시범사업 수행 병원에서 약만 받고 기존에 다니던 병원으로 전원하는 등의 부작용 사례들이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기존 환자는 유지” 밝혔지만 사실상 치료 보장 안 돼 

이에 김쎌은 지난 7일 ‘키트루다 약값 폭탄, 치료 중단할 수도 있어요’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신포괄수가제 항암약품 급여 폐지에 대한 반대 청원’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상태로 청와대나 관계부처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김쎌의 유튜브 영상 업로드 이후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정부는 안내했던 제도 개선은 내년부터 시행하되, 해당 기사의 유튜버와 같이 기존에 신포괄수가제에서 2군 항암제 등 전액 비포괄 약제로 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은 내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부담 수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허씨를 포함한 암환자들은 “결국 환자 지원을 끊는 얘기”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키트루다 보험 급여 기간인 2년이 지나면 치료를 중단해야 할 수 있고 항암제를 바꾸게 돼도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신규 암환자도 내년부터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허씨는 “일단 기존 환자들은 혜택을 유지시켜준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키트루다 건보 혜택은 2년이면 끝난다. 우리는 내년 9월이면 2년이 된다”라며 “당장 닥칠 일은 아니기 때문에 돈이라도 열심히 벌려고 하지만, 아내의 몸이 아프다보니 마음도 약해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픈 건 다 똑같이 아픈 건데 선착순도 아니고 먼저 아픈 사람들만 혜택을 유지시켜 준다는 것은 장난치는 것 같다. 게다가 신포괄수가제라는 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보니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도 있다”라며 “환자들은 아프기도 바쁜데 제도를 공부해야 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주장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현재 약을 사용하는 환자들까지만 해당 약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만약 약이 바뀌게 되면 더 이상 신포괄수가제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운이 나빠 내년 1월 1일부터 항암제를 사용하게 될 환자도 신포괄수가제로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라고 질타했다. 

협의회는 “결국 정부는 새로운 항암제 사용자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제도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기존환자 치료는 가능하다는 말로 포장한 것이다. 다시 돌려보면 정부는 처음부터 기존환자의 치료마저 소리 소문 없이 끊을 계획이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치료중인 환자에게서 약을 뺏는 제도 개선에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당사자는 제외하고 당장 발등의 불이나 끄자며 아랫돌 빼어 윗돌 괴는 행태를 보였다”라며 “신포괄수가제로 이익을 본 환자들은 그간 이익 본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이번 약만 사용하라는 것이 그들의 논리이다. 정부는 포괄수가제를 홍보하기 위해 암환자를 이용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포괄수가제에서 항암제를 제외하는 것은. 고가의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고가 항암제 건보 적용이 우선…제도 유지 필요

허씨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만큼 현행 신포괄수가제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중증암환자에게 효과 있는 항암제의 급여화가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씨는 “현재 키트루다는 폐암 쪽에서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효과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건보를 적용해줬으면 좋겠다. 효과가 없으면 맞을 이유도 없다. 이건 상식적인 문제”라며 “신약이 고가라서 보험 재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다. 성형수술 하자는 것도 아니고 약값을 깎아 달라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유 없는 사람들은 항암치료를 포기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건데 이럴 거면 왜 있냐”라며 “또 약값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포괄수가제처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기존 환자들만 혜택을 준다고 하는 것은 우는 아이 떡 하나 주는 느낌”이라고 호소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 아내의 영상을 통해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다행이다. 이번 일을 통해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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