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은 훨씬 잘해야? 남고 22개, 여고 3개 자사고 성비 논란

“가뜩이나 여학생이 갈 수 있는 학교가 적었는데….”
지난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에서 만난 중학생 최모(14)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 진학을 준비한다는 그는 “남녀공학이었던 한가람고마저 일반고로 바뀌면서 선택의 폭이 더 좁아졌다”며 “남아있는 자사고라도 가기 위해선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엄마가 당부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자사고 남고 22개>여고 3개

중앙일보가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41개 자사고 중 여고는 단 3개교에 불과하다. 남고는 22개교, 남녀공학은 16개교다. 반면 일반고는 남고(306개교)가 여고(325개교)보다 적었다. 서울 소재 21개 자사고로 한정하면 남녀공학의 비중은 더 적었다. 남고가 14개교인 상황에서 여학생이 갈 수 있는 자사고는 7개교(공학 5개·여고 2개)였다. 여학생 입장에선 남학생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자사고의 선택지가 훨씬 적은 셈이다.
남녀 비율 2:1로 정해 뽑는 자사고도

상산고 입학관리부 관계자는 “전환 당시에도 원래 남학생만 뽑으려다가 화장실 등 학교 시설 교체에 어려움이 있어 여학생을 더 적게 뽑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성비에 따른 선발 인원은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아직 별다른 문제의식은 없다”고 밝혔다.
“자사고 가려면 여자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여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자사고의 수가 적다 보니 남녀공학 자사고의 경쟁률이 더 높아진다는 불만도 있다. 남녀공학 자사고 이대부고를 졸업한 정모(19·여)씨는 “(2018년) 입학 당시 남학생은 정원 미달이라 면접도 안 봤고 여학생은 정원이 초과해 경쟁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를 1지망으로 꿈꿨던 양모(14·여)양은 “남녀 비율을 2:1로 뽑는 상산고는 여학생이 합격하기 힘들다”며 “주변에서 여자가 자사고에 가려면 남자보다 더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여학생 학교 선택권 늘려야”
이러한 성비 불균형의 원인에 대해 이재덕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전국 자사고 100개’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전국에서 자사고가 대폭 증가했다”며 “자사고 전환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남고가 여고보다 많아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여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권씨는 “남녀가 똑같은 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모집 인원에 성비를 다르게 두는 비율제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관계자는 “자사고의 성비 불균형에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교육청이 남고에 남녀공학으로 바꾸라고 강요할 권한은 없다”며 “고교체제 안정화 측면에서 2025년까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한부 운명에 놓인 자사고의 과도기적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학생의 선택권이 원래 적은 상황에서 남녀공학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선택권이 줄어드는 체감 효과는 더 크다”며 “자사고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는다면 여학생도 남학생처럼 여러 자사고 중에서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서윤 인턴기자·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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