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유산 1억 기부하겠다" 33세 소방관이 결심한 사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레거시클럽 36호 회원인 권유진 인천서부소방서 소방관. 9월 14일 서울 중구 재단 본부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여한 모습이다. [재단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12/19/joongang/20211219050027308mozk.jpg)
"사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직장인은 거의 없잖아요. 저는 소방관이다 보니 이번 현장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그린레거시클럽에 대해 알게 됐죠."
올해 8년 차 소방관인 권유진(33)씨는 지난 8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그린레거시클럽(Green Legacy Club)에 가입했다. 그린레거시클럽은 유산 기부를 공증하거나 서약한 후원자들의 모임이다. 2019년 10월 발족한 이후 지난 17일까지 총 43명의 후원자가 유산기부에 동참했다. 권씨는 36호 가입자다. 당장의 기부도 망설이는 이들이 많은데 권씨는 왜 사후 유산까지 기부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권씨를 비롯해 2021년 그린레거시클럽에 가입한 세 후원자의 사연을 담아봤다.
권씨와 재단과의 인연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소방공무원이 되면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지자 곧장 재단에 월 20만원의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권씨는 “어머니가 저를 혼자 키우셨다. 어렸을 적 동사무소에서 식권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거나 복지회관의 도움을 받았다”며 “나중에 크면 어린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레거시클럽 36호 회원인 권유진 인천서부소방서 소방관. 사진은 2019년 서부소방서 정서진수난구조대 근무 당시 모습이다. [권씨 제공]](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12/19/joongang/20211219050028536hcqs.jpg)
이후 재단 홈페이지를 보던 권씨는 우연히 그린레거시클럽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가족도 없는 상태이고 소방관이다 보니 현장에서 잘못되는 경우도 있어서 유산 기부를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부 방법이 다양했던 게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어떤 이는 사망 보험금을, 또 어떤 이는 전세 보증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권씨는 주식 계좌를 통해 총 1억원의 후원금을 약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내가 상황이 좋아진 다음에 기부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많은데 꼭 상황이 좋아서 돕는 건 아니다”라며 “조금씩이라도 약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 뜻 기려 유족이 사후 유산 기부하기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레거시클럽 34호 가입자인 고(故) 차훈영씨의 모습이다. [재단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12/19/joongang/20211219050029944gpdg.jpg)
부인 김명희(63)씨와 함께 위탁 아동 보호 활동도 17년째 이어왔다. 올해 17살이 된 아이는 출생 3주차에 차씨 부부를 만나 지금까지 보호받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아이는 3살 때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고인은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 매일 치료센터에 데려다주는 등 헌신적으로 노력한 덕분에 현재는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지난 2월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입원했다가 돌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직 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한 부인 김씨는 "평소 남편이 고아원에 물품 기부를 해오기도 했고 유산을 좋은 데 쓰고 싶다고 한 뜻을 기려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부인과 세 아들이 유류분 중 일부 상속을 포기하고 고인 이름으로 총 1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금은 재단의 가정위탁보호사업과 고인이 위탁 보호한 아이의 자립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떳떳하게 나눔 권하고 싶었다” 8년 차 사회복지사의 결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그린레거시클럽 27호 가입자인 김철웅씨가 9월 14일 서울 중구 재단 본부에서 진행된 헌액식에 참여한 모습이다. [재단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12/19/joongang/20211219050031177ccwg.jpg)
그는 “후원자 중 한 분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였는데 그동안 매출의 절반인 월 250만원씩을 기부해오다가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져 100만원으로 후원금을 줄이게 됐다”며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은 금액이었음에도 그분이 미안하다고 우시더라. 거기서 크게 마음이 울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무연고 아이들을 위해 119명의 후원자를 직접 발굴하는 데 성공한 김복수 소방관의 사연을 설명하면서 “내가 단지 직장인의 입장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해온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며 “특별한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지난 1월 사망보험금 3000만원을 유산 기부로 내놨다. 김씨는 “다른 본업을 하면서 주변에 나눔을 전파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본래 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 조명받는 게 부끄럽다”며 “다만 누구든 쉽게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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